2000년 6월 A.G. 래플리가 P&G의 신임 CEO로 임명됐을 때, 회사는 위기 상황이었다. 주가는 이전 6개월에 비해 50%까지 폭락했고, 그 결과 회사의 시가 총액 또한 500억 달러 이상 공중으로 사라졌다. CEO로 출근한 지 둘째 날, 래플리는 나쁜 뉴스를 하나 더 들어야 했다. P&G가 해당 분기 목표 수익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실적 경고. 하지만 래플리는 이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솔직하게 발표했다. 시장은 웅성거렸고, 당연히 주가는 다시 폭락했다.
기업을 정상화시키고 성장에 다시 집중하도록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래플리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약 5년 뒤, P&G에는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놀랍게도 수익은 3배나 증가했고, 자생적 수익 성장, 현금 흐름, 그리고 총수익 면에서 상당한 호전을 이뤄냈으며 주당 평균 이익도 12% 증가했다. 당연히 주가 또한 수직 상승했다.
약 5년 여 기간 동안 P&G에서는 어떤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것은 바로 ?#54785;신?#51060;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수익과 수익성장률 모두 필요하다. 한 때의 깜짝 수익은 언 땅에 오줌누기일 뿐이다. 래플리는 수익과 성장률,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법이 ?#54785;신?#50640; 있음을 알고 있었다. 신상품과 서비스도 매출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흑자로 이끄는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지만 핵심은 수익을 창출하는 혁신이 먼저 그 바탕을 이뤄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오로지 혁신만이 비즈니스 게임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
문제는 ?#50612;떻게 혁신을 일궈낼 것인가??였다. P&G는 혁신이란 독단적인 행동으로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경영방식을 통합하여 체계적으로 달성되어야 하는 것임을 알고 총 8가지 혁신 요소를 유기적으로 체계화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의 색깔이었다. 무엇을 위한 혁신인가? 그것은 고객이었다. 즉 8가지 요소는 모두 ?#44256;객 중심의 혁신?#51060;라는 아젠다를 중심에 놓고 이뤄졌다. 여기서 고객 중심이란 단순히 인구통계학이나 틈새시장 세분화라는 비즈니스 개념을 훌쩍 뛰어넘는다. 즉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살펴보고,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그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사는지, 그리고 자신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고자 하는지 그들의 희망사항을 평가해야 한다.
P&G는 2000년 대 초, 멕시코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이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회사는 멕시코 시장에서 고전했는데, 이유는 고객들 대부분이 수도 공급이 일정하지 않은 지역에 거주한다는 데 있었다. 물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손쉽게 세탁이 가능한 신상품, 정답은 거기에 있었고 다우니 싱글 린스(Downy Single Rinse)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출시된 제품은 멕시코 소비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이렇듯 P&G는 ?#47785;표 시장의 고객이 누구인지? ?#44256;객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47484; 중심에 두고 다음과 같은 8가지 혁신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첫번째 요소는 ?#47785;적과 가치(Purpose and Values)?#50688;다. 래플리가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P&G의 목표와 가치를 되돌아보는 것이었다. 그는 기업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P%G가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상기시켰다. 조직이 발전하도록 혁신을 받아들이려면, 논리적인 출발점은 일단 제쳐두고 목적과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함께 나누는 목적과 가치를 새롭게 하여 확실하고 강력하며 포괄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동기를 만드는 것이다.
두번째 요소는 ?#50556;심찬 목표(Stretch Goals)?#50688;다. 목표는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혁신하려면,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도전적인 것이되 성취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해야 한다. 적절한 성장 목표를 정하면 혁신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P&G의 경우, 래프리는 우선 성취할 수 있는 외부 목표에 집중한 다음 과감한 혁신과 창의적 비즈니스 계획을 불어넣을 수 있는 야심찬 내부 목표를 정했다.
세번째 요소는 ?#54869;실한 전략(Solid Strategies)?#51060;었다. 전략은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를 상세히 하는 것이다. 혁신이 조직의 사고 한 가운데 놓이면, 행동을 취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두고 더 나은 전략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P&G의 경우, ?#45348; 가지 혁신 사업(섬유 용품, 모발 용품, 아기 용품, 여성 용품)에 집중?#54616;고, ?#48736;른 성장, 고마진, 더욱 자산 친화적인(asset-friendly) 사업으로 제품 구성을 변경?#54616;고, ?#51200;소득층 대상 급성장 시장 개발에 박차?#47484; 가하는 것으로 구체적이고 확실한 전략을 세웠다.
네번째 요소는 ?#50976;일무이한 핵심 강점(Unique Core Strengths)?#51060;었다. 어디에서 활동해야 하는지를 결정했다면, 자신만의 유일무이한 핵심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여 성공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해야 한다. 혁신적인 조직은 자신의 핵심 강점을 더욱 강하게 하는데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이를 위해 P&G는 약 150여 가지의 잠재적 강점을 목록으로 만든 후, 5가지의 구체적인 핵심 강점을 추려냈다. ?#44256;객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51648;속되는 브랜드를 구축하고? ?#44256;객과 공급업체와 협력하고 가치를 형성하며? ?#45130;임없이 학습을 위한 기민성을 단계적으로 실행함?#44284; 동시에 ?#51060;러한 모든 원동력이 혁신이라는 믿음?#51060; 그것이었다.
다섯번째 요소는 지원 구조(Supporting Structures)였다. P&G는 개방적인 기업이 현 시대를 지배한다는 전제 하에, 조직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상업화할 수 있도록 구조와 절차를 마련했다. 대부분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더 많은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가장 보편적인 이유는 꾸준한 자금지원이 부족한데다, 관리자들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보다는 기존 업무를 유지하는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런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P&G는 ?#53360; 위험부담/큰 성과보상 아이디어?#47484; 위한 기업혁신펀드(Corporate Innovation Fund),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잠재력있는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미래 사업팀(Future Work), 점진적 혁신 창조에 집중하는 신사업개발팀(New Business Development) 등 다양한 지원책을 개발 유지했다. 특히 P&G는 애스크미(AskMe)라는 검색 프로그램을 사내 인트라넷 웹사이트의 일정 부분에 할애했는데, 이것은 P&G 직원에게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직원은 애스크미를 사용해 1만 명이나 되는 동료 직원들에게 질문을 보내어 그들의 생각, 경험과 아이디어를 부탁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여섯번째 요소는 ?#51068;관된 시스템(Consistent Systems)?#51060;다. P&G는 혁신이란 창의적인 것이지만 혼란스러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또한 혁신은 결코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의 일상 업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혁신을 도입하자고 말한다면, 그들은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혁신이 일어나게 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회사를 위한 유형적인 결과로 바뀔 수 있는 일관성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P&G는 적절하게 훈련되고, 잘 짜였으며 이상적으로 완전히 투명한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이를 대박 상품으로 출시해 성공 기회를 높였다.
일곱번째 요소는 ?#44277;유할 수 있는 문화(Well Connected Culture)?#50688;다. P&G는 혁신이란 언제나 팀 스포츠와 같다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 외롭게 사투를 벌이다 ?#50976;레카!(알았다!)?#46972;는 결정적인 한마디를 외치는 것은 신화일 뿐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혁신이 일어나길 바란다면, 매일 하는 업무에서 필히 미개척 분야를 탐구할 필요가 있다. 다른 말로, 혁신 방법론을 기업 문화 구성에 포함시켜야 한다. P&G의 크레이 스트리트(Clay Street)라 불리는 혁신을 위한 특정 장소는 이러한 문화 구성 방안의 하나였다. 이 장소는 8명 내지 12명의 각 전문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 몇 주 동안 오로지 그 문제만을 몰두한 다음 해결책을 제시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P&G는 수많은 문제를 이와 같은 방식으로 돌파해왔다.
마지막 여덟번째 요소는 ?#50689;감으로 이끄는 리더십(Inspired Leadership)?#51060;다. P&G는 리더들이 혁신이라는 문화를 몸소 실천하는 역할모델이 되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뿐 아니라 가치를 더하는 일과 함께 꾸준히 자신의 스킬을 연마하도록 했다. 또한 정기적으로 공식 업무평가를 실시하고 처음부터 미래의 혁신 리더 인재를 발굴하는 등 혁신 팀을 이끌 미래의 지도자를 육성했다. 물론 여기에는 혁신 인재에게 공개적으로 보상하고 칭찬하는 시스템이 포함된다.
이러한 8가지 혁신의 핵심 요소와 그 요소들을 관통하는 ?#44256;객 중심의 혁신?#51012; 통해 P&G는 세계 최대 소비재 생산기업으로서의 위치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혁신, 혁신, 혁신, 귀가 따가울 만큼 많은 경영자와 경영서적, 경영학 교수들이 강조하는 말이다. 하지만 혁신을 위한 과감하고 상세하고 구체적인 맵(map)이 없다면 혁신은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 물론 그런 맵이 없더라도 반짝 아이디어는 간간히 나올 수 있고, 그러한 아이디어도 충분히 혁신이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 판도를 바꿀만한 거시적인 혁신은 이뤄지지 않는다. 혁신이란 준비하여 수확하는 것이지 어느날 갑자기 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