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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저   자
고영
출판사
카시오페아
가   격
15,000원(272쪽)
출판일
2019년 12월
도서정보



■ 책 소개


병원비 폭탄 맞고 멘탈 털린 직장인,
카페인 수혈 대신 헬스로 광명 찾다!


이 책은 생존을 위해 운동을 시작한 다소 슬픈(?) 이야기다. 그러나 궁극에는 운동의 즐거움을 찾은 여성의 이야기다. 부들부들 바벨 댄스를 추던 저자는 어느새 모든 삶을 헬스 위주로 재편한다. 머리 감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이유로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걸그룹 몸무게라는 46킬로그램에서 앞자리를 바꿨다. 등빨을 키워 원피스는 무릎 위로 껑충, 두꺼워진 허벅지가 들어가지 않는 스키니진, 핫팬츠는 옷장에서 아웃. 매일 달고 살던 술도 거의 끊었다. 소파 위에 늘어져 자기 바빴던 주말은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꿀 같은 날이 되었다.


견고했던 그의 편견은 헬스라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무너져 내린다. 일단 그는 자신의 몸을 사랑하게 됐다. 운동할 때 땀범벅에 콧구멍을 벌름거리는 못생긴 얼굴마저 싫지 않다. 몸에 대한 관점이 바뀐 것은 물론 성격도 주체적으로 바뀌었다. 병원비 아껴보려 시작한 헬스가 그야말로 삶을 바꿨다.


■ 저자 고영
저자 고영은 대한민국 하위 1퍼센트 체력으로 살아온 일간지 기자이자 어느덧 3년차 운동 덕후. 서른 이후 마른 몸이 건강한 몸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생존을 위한 본격 벌크업에 나섰다. 꿈은 여자 마동석이 되는 것. 스쿼트와 떡볶이를 좋아한다.


■ 차례
프롤로그 - 카페인 주사 들어갑니다


1장. 나는 어쩌다 운동러가 되었나
네, 재미없는 운동합니다
‘괜찮아, 어차피 근육 안 생겨’라고 말할 때
이 돈이면 차라리 PT를 받고 말지
플랭크하다가 무릎에 멍든 사연
여자 운동이 따로 있나?


2장. 부들부들 덤벨 댄스를 추면서
내게 낙제점을 날린 것은 네가 처음이야
닭 가슴살 먹으랬지 누가 치킨 먹으래요?
나의 친구, 근육통
머리 감는 시간도 아까워
글로 배운 운동
운동러’s High


3장. 여자는 ‘빠따’지
배움엔 끝이 없다
내 취미는 ‘운동 못하기’입니다.
여자는 ‘빠따’지
외강내유, 외유내강(外剛內柔, 外柔內剛)
잭, 내가 (시나브로) 날고 있어요
운동하면서 제일 무서운 말
여자가 무슨 히어로야?


4장. 인생이 그렇듯 운동도 장기전
‘누워서 파닥거리기’가 뭐더라?
‘열심히’ 살면 다친다
3분할 루틴이 뭔 소리야
어느덧 나도 개썅마이웨이
컨디션 좋은 날
비포와 애프터가 헷갈린다고요?


5장. 여전히 게으른 운동러입니다만
게으른 운동러입니다만
어쩌다 자격증
안녕하세요, 말고 안녕하심까!
‘취미하는’ 직장인
여자를 위한 헬스장은 없다
고독한 운동가를 위하여


에필로그 - 앞으로도, 내가 걸어갈 길
부록 - 건강한 헬스 라이프를 위한 TIP


 



도서요약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나는 어쩌다 운동러가 되었나

네, 재미없는 운동합니다

헬스는 '지루한' 운동의 대명사다. 헬스를 취미삼은 지 어언 3년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제 취미는 헬스입니다"라고 말하면 누군가는 마치 내가 '재활용 쓰레기 버리기'나 '이불에서 삐져나온 실밥 뜯기'가 취미라고 말한 것 같은 표정이 되곤 한다.


다양한 운동들 가운데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종목을 아우르는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역시 '커뮤니티성'이 아닐까 싶다. 나도 생존을 위해 운동 결심을 하고 나선 한동안 이런 저런 운동 커뮤니티를 찾아 봤다. 기왕이면 난생 처음 운동에 재미를 붙이기 위해 첫 발은 흥미로운 프로그램으로 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곧 관심을 거뒀다. 요새 인기인 운동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홈페이지 엔 죄다 선남선녀가 짝을 지어 수업을 듣는 장면이나 '인싸력' 만렙 인 젊은이들이 예쁜 레깅스 운동복을 입고 떼 지어 즐겁게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들뿐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그들의 세계와 인스타 계정조차 없는 30대 집순이의 세계는 구멍 난 양말과 에펠탑만큼이나 큰 간극이 있음을.


나는 여가 시간에 혼자 나만의 세계에 빠지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만나면서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 있고 방전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단연 후자다. 운동을 '원데이 클래스'가 아닌 지속적인 일상의 풍경으로 만들기 위해서 종목을 선택할 때 반드시 내 성향도 고려해야했다.


사람마다 '가장 잘 맞는 양말'처럼 푸근하게 그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해주는 운동이 있다. 내게 있어선 헬스가 그랬다. 헬스는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운동'이다. 파트너나 선생님과 함께 운동을 한다 해도 어차피 옆에 있는 사람이 내 바벨을 대신 들어 줄 수 없다. 눈을 부릅뜨고 바벨을 쥐고 일어서는 순간은 온 세상에 오직 나 혼자다. 언제 어디서나, 집 근처가 아닌 낯선 헬스장에서도, 이어폰을 귀에 꽂는 순간 작은 랙 안은 오롯이 나만의 세계로 변한다.


보통 운동이 취미라고하면 "활동적이시겠네요"라는 말을 듣곤 하지만, 적어도 웨이트 트레이닝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이 활동은 상당히 고독하고 정적이다. 거의 참선 수준이다. 하루하루 나만의 목표를 정하고 수행해 내야한다.


운동 준비 과정이 지루하다면 운동이라도 흥미진진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경쟁' '갈등' 등 스포츠의 재미를 이루는 사람 간 상호작용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운동 과정 내내 이를 악물고 머리 위에 매달린 '한계'라는 공에 한 번이라도 닿으려는 시도, 최소한만 쉬고 다시 바벨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노력, 내가 목표로 하는 근육에만 무게를 실으려는 집요함은 즐거움보다는 매저키스트적인 자기 극복에 가깝다.


그래도 이 운동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출장지에서 낯선 헬스장의 문턱을 밟는 순간, 구두와 정장을 벗고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순간, 비밀 술집을 찾은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이 된 듯 나무 구멍에 빠진 엘리스가 된 듯 단숨에 운동의 세계로 빠져든다. 내게 있어 낯선 장소에서 발견한 헬스장은 우연히 발견한 혼술하기 딱 좋은 가게와도 비슷하다.


이 돈이면 차라리 PT를 받고 말지

내 나이가 계란 한 판을 넘고 다시 헬스장을 찾은 건 '도저히 이대론 못 살겠다'는 일념에서였다. 사무실 의자에 앉아만 있어도 매일 같이 등허리가 급체한 것처럼 아팠다. 한의원에 갔더니 척추가 C컬로 엘레강스하게 말렸다느니 이 지경이 되도록 뭘 했냐느니 꾸지람을 잔뜩 늘어놨다. 품에 용한 부적을 숨긴 보살처럼 비장한 표정을 한 의사는 총액이 수백만 원에 달하는 척추 교정 치료를 권했다.


가격에 기함하고 터덜터덜 집에 오면서 문득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갔다. '이 돈이면 차라리 PT를 받고 말지….' 한의원에서 돌아오던 당시 마음으론 '회원님, 돈 내면 저희가 킴 카다시안 엉덩이 만들어줄게요'라고만 안 하면 어느 트레이너나 용납 가능할 것 같았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서는 주말마다 회사와 집 근처 헬스장을 순회했다. 이번에야말로 맘 붙이고 다닐 수 있을 곳으로.


크고 작은 헬스장들을 다니다 보니 다시금 ‘헬스장 회원권 공중분해’의 달인이었던 불행한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예전 같으면 면접 보러가는 마음으로 헬스장에 갔을 텐데, 운동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고 나니 면접관이 된 느낌으로 헬스장들을 돌아다니게 됐다. 선택 기준은 간단했다. 내 몸과 마음 모두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일 것, 매일 다니기에 무리가 없는 거리일 것이었다.


“무슨 목적으로 운동하러 오셨습니까?" “체력이 너무 약해 기초 체력과 근력을 키우고 싶습니다."보통은 여기가 분기점이다. 여기서 살짝 의아한 표정으로 방문객을 위아래로 훑으며 “여자 분이 근육 운동 하시게요?" 혹은 “에이, 다이어트 하실 거죠?" 되묻는다면 막은 또 다시 내려갈 것이다. 그런 데 관장님은 나 한 번 인바디 용지 한 번 번갈아보다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게요. 진짜 운동 좀 하셔야 될 것 같네요."


그렇게 나를 웨이트 덕후로 만들어 준 헬스장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여자는 ‘빠따’지

배움엔 끝이 없다

등 운동하는 날. 우선 기구에 몸통을 단단히 붙잡아 앉는다. 마음의 준비가 되면 ‘푸’하는 소리와 함께 양손에 붙잡은 바를 힘껏 내리고, 몸을 이완하며 기를 모으듯 '씁-'하는 소리를 낸다. 몇 세트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바를 내리며 씁'하고, 기를 모으며 '푸'하고 있었다. 센터의 통 유리창 너머로 늦은 낮 햇살이 유독 따사롭게 쏟아져 내리는 날이었다. 아무래도 한동안 혼자 운동을 하다 보니 운동 강도가 점점 익숙해지고 흥미는 떨어지면서 권태기가 오는 것을 느꼈다. 더 집중해서, 더 배우면서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센터를 옮겨 다시 PT를 받고 있다.


운동 3년차에 새로 만난 선생님은 직업 군인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다. 체육학과를 나오거나, 운동선수 출신이라거나 몸을 단련해온 사람들에겐 특유의 느낌이 있다. 까맣고 단단한 피부에 어깨와 가슴은 하늘을 향해 당당하게 펴져있다. 그리고 항상 말을 할 땐 말이 앞서 뛰쳐나가는 걸 턱으로 따라 잡으려는 듯 상체를 이쪽을 향해 기울이고 굉장히 열정적으로 말을 쏟아 낸다. 말 한마디를 하려고 해도 고개를 몇 번 갸웃거리고 혀를 어눌하게 놀리는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이랄까. 말뿐 아니라 움직임이나 행동 하나하나에서도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다.


다시 새로운 선생님과 함께 PT를 시작하며 든 생각이 있다. "넌 운동하는 법도 알만큼 다 아는데 왜 또 돈 아깝게 PT를 받아?" 이 말에는 다소 어폐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누차 강조하지만 PT가 유일한 배움의 통로인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선생님에게 의존하고 스스로 배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면 장기 PT가 외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운동하는 법 자체를 아예 몰라서 배우는 PT가 있다면, 운동을 습관화하기 위한 PT가 있고, 습관화 이후에도 정체기를 극복하고 운동의 질을 높이는 PT 등이 있다. 참고로 새로운 PT 선생님은 주말에 또 다른 선수에게 PT를 받고 있다. "배움엔 끝이 없다"는 말은 당연하게도 운동 역시 적용된다.


한 업계 사람을 만나 운동 이야기를 나누다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A씨는 2년 전쯤 직장을 옮기면서 일생의 소원이었던 수영을 시작했다. 물에 뜨는 법조차 모르던 그는 자신의 인생이 “수영을 '알기 전'과 '알기 후‘로 나뉜다"고 했다. 나는 수영 문외한의 입장에서 지극히 초보적인 질문을 던졌다.


"수영 동작 자체를 배우는 덴 얼마 안 걸리지 않아요? 그럼 계속 같은 것만 반복하는 거예요?"


“같은 자유형이라고 해도 동작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끝없는 정진이 필요하죠. 어느 시점에 팔을 젓고, 어떻게 숨을 쉬는지 타이밍 등도 배워야 하고요. 계속 헤엄쳐도, 배워도, 배울 게 또 있어요."


이 말을 하는 그의 눈이 반짝였다. 아! 수영도 마찬가지구나.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배움엔 끝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평생 배워도 남을 만큼 배움에는 즐거움이 있다는 뜻도 된다. 내가 항상 불안하고 불완전해 보여도 스스로에게 조금 관대해질 필요가 있었다. 1년차엔 1년차 나름의, 2년차 엔 2년차 나름의 배움이 있다. 운동 3년차, 나는 여전히 날마다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중이다.



여전히 게으른 운동러입니다만

게으른 운동러입니다만

운동을 하는 사람에 대한 꽤 견고한 편견이 있다. 대표적인 것은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굉장히 성실하고 부지런할 것이라는 편견이다. 모든 편견이 그렇듯 그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말이다.


다른 건 다 차치하고 운동하러 가는 절대적인 시간만 두고 봤을 때, 그만큼의 시간을 일단 빼야하기 때문에 일상이 조금 더 번거로워지는 건 사실이다. 주말 포함 일주일에 네 번 운동을 간다 치면 한번 운동하는 데 3시간 쯤 걸린다고 쳤을 때 12시간 정도를 온전히 운동에 써야하는 것이다. 여기서 자는 시간, 먹는 시간,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 등을 빼기 시작하면 꽤 큰 비중이다. 그런데 시간을 쪼개는 것만이 부지런함의 척도는 아닌 것 같다. 만약 일주일에 12시간정도 드라마를 보거나 클럽에 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성실하고 부지런하다고 말하진 않을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당신이 상상하는 운동러들의 금욕에 대한 이미지도 대체로 어느 정도 오해가 덧씌워진 것일 가능성이 높다. 단련과 성장을 위해선 포기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 체중 유지를 위해선 맛있는 초코크림빵이나 떡볶이도 마음대로 못 먹고, 술을 위장에 들이 부어서는 다음 날 훈련에 지장이 간다. 하지만 이건 대체로 시술급 단기 속성으로 한 달에 10킬로그램 빼기 위해서 짐(gym)을 찾는 사람들이나 프로 선수의 이야기다. '가늘고 긴' 일반인 운동러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누구도 삼시 세끼 닭 가슴살에 아몬드, 고구마, 방울토마토만 먹고 몇 년째 주 4회 이상씩 운동을 하면서 근육을 늘려갈 수 없다.


나 역시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술을 많이 줄였다. 그런데 그건 운동을 위해 술을 희생한 것이라기보다는, 단지 술 마시는 시간보다 운동하는 시간이 더 재밌기 때문에 술을 줄인 것일 뿐이다. 나이에 숫자가 더해지면서 숙취 이후에 오는 과민성대장증후군 및 속쓰림을 감당하기 힘들어지기도 했고 말이다. 운동을 하면 배고파지고, 배고프면 운동을 못해서 초코크림빵이랑 떡볶이는 그냥 열심히 먹고 있다.


난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 아니다. 그냥 운동‘만’ 한다. 지난 3년 간 새벽에 운동을 가본 적이 단언컨대 한 번도 없다. 여전히 늦잠은 달콤하고 드라마는 재밌다.


운동도 넷x릭스 틀어 놓고 자듯 ‘그냥 습관’이 될 수 있다. 조금 게으르게 하면 된다. 운동은 완벽하게 금욕적이고 철저한 자기 관리의 대명사가 아니다. '운동 시작하자, 땡!' 하는 순간부터 흙고구마 궤짝과 냉동 닭 가슴살만 안고 바다 한가운데 떨어져야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생각이 외려 운동을 시 작하려는 마음을 붙잡아맬 수 있다.


지금껏 운동을 궁리하고 공부해왔던 모든 노력은 '최소한의 주의'를 기울이면서 운동을 습관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단 운동을 시작하면 어느 순간부턴 습관적으로 펜대가 움직이듯 몸이 움직인다. 그때부턴 집에 두고 온 아이스크림 생각을 하든 운동 생각을 하든 자기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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