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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를 위한 영화 속 수학 인문학 여행

저   자
염지현
출판사
팜파스
가   격
13.000원(268쪽)
출판일
2020년 03월
도서정보


■ 책 소개

 

흥미진진한 삶의 이야기에 스며든 수학을 살펴보고
즐겁게 익히는 수학 영화 감상실

 

수학 전문 기자로서 오랫동안 수학 콘텐츠를 만들어온 저자는 영화를 수학이 지닌 편견을 없애는 좋은 매개체로 꼽는다. 그저 어려운 과목이기만 했던 ‘수학’이 이제 우리의 세상을 움직이는 지식 ‘수학’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데에는 ‘영화’가 큰 역할을 차지한다. 삶의 극적인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는 재미도 있으면서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하는 공감력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영화 속 수학은 우리의 삶 속 수학으로 느껴진다. 수학이 지닌 현실과 학문 사이의 간극을 영화가 메꾸어 주며 수학을 훨씬 이해하기 쉽고 친근한 지식으로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영화를 통해 그야말로 다채로운 영역에서 다양한 얼굴로 활약하는 수학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교과목에 등장하는 대표적이고도 고전적인 수학 개념과 그것과 관련된 인문지식을 살펴본다. 수학을 탐구한 수학자의 생애도 살펴보면서 수학 역시 ‘사람이 발전시킨 학문’이며 수를 사랑한 사람들의 감동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삶의 이야기를 탐색해 본다. 문제집 속 지식이 아닌, 우리네 삶 속에서 함께 발달하고 성장해온 수학의 모습을 살펴보며 수학을 인문적인 영역으로 이끌어 온다. 영화 속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충격적인 반전 등은 읽는 재미를 더해주며 수학을 어렵게 느끼던 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 저자 염지현
저자 염지현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2010년 5월, 국내 유일 수학 교양 잡지 『수학동아』를 만나 수학 전문 기자가 됐다. 지난 10년 동안 같은 회사에서 여러 형태의 매체를 만들며 ‘세상 속 재미난 수학·과학 이야기’를 글로 전하며 살았다. 그러다 돌연, 직접 만든 보드게임 ‘플라스틱 플래닛’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2019년 11월)을 받으며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여전히 기회 닿는 곳마다 글을 쓰며, 수학 문화를 널리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수학 전문 기자 경력을 뒤로한 채 전직 기자, 수학 콘텐츠 에디터, 작가, 보드게임 개발자, 스타트업 OhY LAB.의 공동대표이자 직원, 두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는 『수와 문자에 관한 최소한의 수학지식』『함수, 통계, 기하에 관한 최소한의 수학지식』 『쓰레기 괴물, 너야?』가 있다.

 

■ 차례
끝나지 않는 나의 ‘수학’ 사춘기

 

Chapter 1 수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수학자 이야기
#1. 현대 컴퓨터의 초기 구조를 떠올린 수학자, 앨런 튜링 <이미테이션 게임>
#2. 정신분열증을 극복한 대수학자, 존 내시 <뷰티풀 마인드>, <프루프>
#3. NASA에서 컴퓨터라고 불리던 수학자, 캐서린 존슨 <히든 피겨스>
#4.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수학자의 운명적인 만남, 라마누잔과 하디 <무한대를 본 남자>

 

Chapter 2 수학으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5. 수학으로 추리를 꿰뚫다 <셜록 홈스: 그림자 게임>
#6. 이 사건을 누구도 쉽게 증명할 수 없는 미해결 문제로 만들어라 <용의자X>
#7. 제한 시간 안에 수학 문제를 풀어야 산다 <페르마의 밀실>
#8. 인류의 멸망을 막아야 한다! 무엇으로? 수학으로! <인페르노>

 

Chapter 3 재난과 위기 극복도 수학이 필수다!
#9.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승리 전략은 수학?! <명량>
#10. 출구 없는 미로에서 변수를 이용해 탈출하다 <메이즈 러너>
#11.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려면 수리생물학이 필요해!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
#12.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는 경로를 계산하다 <부산행>

 

Chapter 4 인문학과 수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13. 앨리스라는 명작을 남긴 수학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
#14. 돌아온 배트맨 로고에 담긴 여섯 가지 함수 찾기 <레고 배트맨 무비>
#15. 수학으로 그려 낸 백설공주의 세계, 그리고 독사과와 확률 게임 <백설공주>
#16. 고흐 명작에 담긴 패턴과 수학을 알아보다 <반 고흐: 위대한 유산>

 

Chapter 5 수학이 있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영화 속 가상현실 세계
#17. 수학자와 기술자가 함께 만든 3D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Pixar) 이야기
#18. 가상 캐릭터가 진짜같이 연기할 수 있는 건 수학 덕분! ‘데비존스’ ‘나비족’ ‘골룸’ ‘시저’
#19. 부드러운 질감 표현은 적분이 책임진다! <빅 히어로>
#20. 바스락 흩어지는 눈과 출렁이는 바다를 완성한 방정식 <겨울왕국>, <모아나>

 

참고문헌

 



도서요약


십대를 위한 영화 속 수학 인문학 여행


수학으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수학으로 추리를 꿰뚫다 <셜록 홈스: 그림자 게임>

홈스가 택한 문제 해결 방법, 그래프 이론

홈스는 모리아티 교수의 행적과 연루된 사건들의 관계를 그래프 이론이라는 수학 이론을 활용해 분석한다. 물론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이 이론을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홈스가 왓슨에게 공개한 비밀의 방 한쪽 면에는 거미줄 지도가 보인다. 모리아티 교수의 행적을 따라 지도 위에 사건 요약 내용을 기록해 놓고, 사건과 관련된 각각의 정보는 점으로 사건과 사건 사이의 연결 관계는 빨간 털실로 나타낸 지도다. 그 거미줄 지도를 왓슨에게 보이며 홈스가 묻는다.


홈스의 물음과 지시에 따라 왓슨은 거미줄을 손으로 짚어 따라가 본다. 그러자 그 끝에는 예상했던 대로 ‘모리아티 교수’ 사진이 나타난다. 홈스는 모리아티 교수가 연관된 범죄 사건과 인물 관계도, 또 모리아티 교수로부터 자신이 위협을 받은 순간들과 그 원인을 분석할 때 거미줄 지도를 활용했다. 이 거미줄 지도는 그래프 이론에서 다음과 같은 관계를 분석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눈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해시태그와 각 사용자의 페이지는 복잡한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 이런 복잡한 구조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돕는 수학 이론이 바로 그래프 이론이다.


이때 각각의 해시태그는 점으로, 서로 연결돼 있는 페이지로 이동하는 경로는 선으로 나타내면 한눈에 그 구조를 알아볼 수 있는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다.


그래프 이론은 언제부터 쓰였을까?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직접 다리를 건너며 실험했지만, 그 누구도 한 번에 건너는 방법은 물론 건널 수 없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다 이 문제가 소문을 타고 오일러에게도 전해졌다. 고민에 빠진 오일러는 건너서 발을 디뎌야 할 땅은 점으로, 다리는 선으로 연결해 지도를 아주 간단하게 나타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풀려면 다리의 길이나 땅의 넓이와는 상관없이 다리와 땅의 연결 상태를 분석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쾨니히스베르크 다리 문제는 점 4개와 선 7개로 이루어진 그래프에서 경로(건너는 길)를 찾는 한붓그리기 문제가 됐다. 오일러는 이 문제로 그래프 이론이라는 수학의 새 분야를 열었다. 쾨니히스베르크 다리 문제 역시 모든 점이 홀수 개의 선으로 연결돼 있어 한붓그리기가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 즉, 이 문제는 애초부터 조건 안에서 모든 다리를 건널 방법이 없는, 그러니까 정답이 없는 문제라는 얘기다.


문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수학으로 생각하기’

만약 모리아티가 수학자 출신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다른 범죄자들처럼 홈스에게 손쉽게 잡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모리아티는 뛰어난 수학 능력을 발휘해 문제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홈스 역시 모리아티만큼이나 논리적인 사람이었다. 그들은 어떻게 서로 대적할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은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에 있다.

먼저, 문제 해결을 돕는 자원을 모으는 일을 해야 한다. 즉 평소 수학 지식을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 학생이라면 주로 수업 시간에 수학 개념을 배울 것이고, 학생이 아니어도 책이나 동영상 강의 등의 방법으로 이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살면서 어떤 문제 상황을 마주할지 예측할 수 없으니 수학을 배워서 여러 상황에 해결하는 방법을 미리 익히는 셈이다. 이 단계에서는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도구와 기법, 문제와 관련된 수학 지식, 직관, 문제 풀이 알고리즘 등을 머릿속에 잘 정리해 두면 된다. 홈스는 주로 책이나 경험을 통해, 모리아티는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수학 연구를 하면서 문제 해결력을 갖췄다.


이 사건을 누구도 쉽게 증명할 수 없는 미해결 문제로 만들어라 <용의자X>

수학을 사랑한 남자가 만든 완벽한 알리바이

원작 소설에서 물리학자는 냉철한 이성을 앞세워 확실하게 증명된 과학 이론과 실험을 근거로 사건을 풀어 간다. 하지만 영화 속 형사 민범은 첫째도 감, 둘째도 감이다. 천재 수학자 석고의 연구를 깊이 공감하진 못하지만, 진심으로 그의 발자취와 능력을 존중한다. 민범은 수사 의도를 숨기고 석고와의 만남을 이어 가며 애쓰지만, 화선에 대해서도, 석고에 대해서도 무언가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메모를 발견한 민범은 이 쪽지가 사건 해결의 실마리임을 직감한다. 이 뒤로 화선이 일하는 가게에서 고양이 모양의 메모지를 발견하게 되고, 화선의 글씨체를 확인한 민범은 화선이 석고에게 큰 신세를 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영화에서 이 쪽지가 하필 『완전수』라는 책에서 발견된 이유가 뭘까?


영화 <용의자X>의 영어 제목이기도한 완전수(The Perfect Number)는 석고의 목표인 완벽한 알리바이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감독이 가장 중요한 단서도 『완전수』라는 책에서 발견하도록 한 건지도 모른다.


누구도 풀지 못하는 살인 사건으로 남을 수 있을까?

경찰이 바보가 아니라면 계속해서 화선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알리바이가 확실하다고 해도, 모든 심증이 화선을 피의자로 지목한다. 하지만 석고는 무연고자 이중 살인 작전으로 모든 물증이 화선을 피해 가게 만든다. 석고는 이 사건의 알리바이를 설계할 때, 골드바흐의 추측을 계속 떠올리며 좁혀 오는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석고는 화선의 사건을 골드바흐 추측처럼 역사에 길이 남을 ‘미제사건’으로 만들고자 했다. 석고는 고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늘 골드바흐 추측을 증명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렇게 매 순간 떠올리던 ‘증명에 대한 갈증’은 화선을 만나 사랑을 느끼면서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져 왜곡되고 만다. 석고의 왜곡된 사랑은 이번 살인 사건을 골드바흐의 추측처럼 아무도 해결할 수 없는 미해결 문제로 만드는 방향으로 흐르고 말았다. 골드바흐 추측은 이 성질을 누군가에서 설명했을 때 누구나 마치 쉽게 증명할 수 잇을 것처럼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막상 증명하려고 들면 그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렇게 300여 년이 흘러 오늘날까지 미해결 문제로 남아 있다.


디지털 증거, 수학으로 찾는다!

디지털 포렌식에서 수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범죄 현장을 비춘 중요한 영상이 만약 저화질이라면 영상의 화질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화질 영상을 고화질 영상으로 만드는 데 편미분 방정식이 쓰인다.


이밖에 기밀 정보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이미지나 동영상 속에 숨기는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를 풀 때 통계를 이용한다. 스테가노그래피란 암호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특히 원문의 존재 자체를 숨겨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2001년 9월 11일에 있었던 미국 9·11 테러범은 모나리자 사진 파일에 납치할 항공기의 운항 시간을 숨겨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메시지나 사진 같은 정보를 보이지 않게 감추는 방법을 스테가노그래피라고 한다. 정보를 알아채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스테가노그래피를 암호로 보기도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암호와 스테가노그래피는 다르다.


이렇듯 사건에 대해 이해가 높은 수사관이 어떤 수학이 어떻게 쓰이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수사가 쉽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 수사에 필요한 수학을 공부하려는 검사와 수사관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아무리 맛있고 질이 좋은 식재료가 있어도 요리하는 방법을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인문학과 수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앨리스라는 명작을 남긴 수학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

수학자가 쓴 소설, 그는 수수께기의 달인

한편,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리즈를 쓴 작가 루이스 캐럴은 조금 이력이 특이하다. 루이스 캐럴은 필명이며, 본명은 찰스 루드위지 도지슨이다. 캐럴은 영국 사람으로 직업도 꽤 다양한 사람이었다. 그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수학자이자 소설가, 인물사진 전문가, 작가로서 각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리즈는 수학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던 소설이다. 특히 소설 속에 담긴 수학적인 의미를 재해석하는 일이 많았다. 미국의 수학자 마틴 가드너는 본격적으로 이를 정리한 책 『주석 달린 앨리스(1960)』를 선보였다. 『주석 달린 앨리스』에는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담긴 수학 이야기가 상세하게 풀이돼 있다. 본문보다 주석이 더 길기로 유명하다.


규칙과 상식을 뛰어넘는 ‘이상한 나라’

이 장면은 소설에서 어떻게 묘사됐을까? 소설 속에서는 앨리스가 병에 담긴 액체를 마시고 자신의 몸이 양초처럼 완전히 사라져 버릴까 걱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캐럴이 수가 아무리 작아져도 존재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무한의 개념에서 영감을 얻어 쓴 부분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0.1은 0과 아주 가까운 수이고 0.01은 0.1보다 훨씬 더 0에 가까운 수다. 이때 소수점 뒤에 0을 많이 붙이면 0.00000000001과 같이 더욱 0에 가까운 수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0을 붙여도 그 수의 값이 작을 뿐, 존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앨리스가 아무리 액체를 마셔도 존재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수학에서는 이 개념을 극한이라고 말한다.


거꾸로 가는 시간, 어떻게 계산해야 하나

영화에서는 볼 수 없지만 소설에서는 캐럴이 비례·반비례 개념을 담은 장면이 있다.

거울 나라 밖 세상세서 속도는 일정한 시간 동안 움직인 거리를 알아내 구할 수 있다. 움직인 거리를 걸린 시간으로 나누면 된다. 식으로 나타내면 (속도)=(거리)/(시간)이다. 이때 속도와 거리는 정비례 관계다. 일정한 시간 동안 속도가 빨라지면 이동 거리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거울 나라에서는 이것조차도 반대 개념이었다. 속도와 거리가 반비례 관례라는 말이다.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속도)=(시간)/(거리)이 된다. 다시 말해 거울 나라에서는 일정한 시간 동안 속도가 빨라지면 이동한 거리는 줄어든다. 앨리스가 빠르게 달릴수록 이동한 거리가 줄어드니, 아무리 숨이 차게 달려도 제자리인 기분이 들었던 거다.


고흐 명작에 담긴 패턴과 수학을 알아보다 <반 고흐: 위대한 유산>

스물일곱,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반 고흐

고흐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신념과 철학이 확고한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철학과 주관이 강해 타인과 의견 충돌이 일어날 때에는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어조로 상대를 대했다. 성격이 까칠하고 예민한 탓도 있었다. 하지만 집안에서 당당한 위치는 아니었다. 장남인데 아직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지 못했고. 화가인 동생이 보내주는 돈으로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생활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답답함을 느낀 건 누구보다 고흐 자신이었을 것이다. 그는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직업을 경험했고, 적성을 찾아 헤매다 결국 네덜란드로 돌아와 목사가 될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그는 1878년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의 신학 교육 과정을 등록하고 2년 동안 선교사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1880년, 고흐는 또다시 진로를 수정한다.


그해 나이 스물일곱,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결코 이른 때가 아니었지만 그는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그리고 동생 테오에게 조언을 받아 브뤼셀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미술 공부를 시작한다. 하지만 고지식하고 강박증이 심한 고흐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독학을 택하고 만다.


반 고흐는 당시 인정받지 못한 화가였다?

오늘날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불멸의 화가’라고 불리는 고흐이지만, 당시 그를 향한 시선은 차가웠다. 예술가들은 물론이고,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도 외면당했다. 그런 그의 작품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리 만무했다.


오늘날 고흐를 알린 유명한 작품들은 파리를 떠나 남프랑스에 자리를 잡으며 그린 것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고흐는 1888년부터 남프랑스에 머문 15개월 동안 작품 200여 점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는 2년 뒤 생을 마감한다. 이 중에는 잘 알려진 ‘정물: 열두 송이의 해바라기가 있는 꽃병(1888)’과 ‘밤의 카페 테라스(1888)’ 등이 있다.


고흐의 명작을 뒷받침하는 ‘패턴과 수학’

고흐의 대표작 ‘별의 빛나는 밤(1889)’를 바라보고 있으면 밤하늘을 가득 메운 소용돌이 구름과 샛노란 달빛에서 신비로운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이 그림 속에 표현된 소용돌이를 유체 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연구팀은 고흐의 화풍을 분석하며 고흐 작품의 고유한 특징을 찾고자 했다. 이때 각 작품의 ‘그림 전체의 밝기 분포’를 측정했는데, 이때 임의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두 점의 밝기가 같을 확률을 수학적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두 점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두 점의 밝기가 같을 확률이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두 점의 밝기가 같을 확률은 두 점 사이 거리의 거듭제곱으로 줄어들었다. 이것은 난류를 다루는 유체 역학의 대표 법칙인 콜모고로프 척도(Kolmogorov scaling)와 같다.


다시 말해 고흐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1889)’에 나타난 밤하늘을 가득 메운 소용돌이는 난류의 움직임과 매우 비슷했다. 난류란, 유체(기체나 액체)의 불규칙한 흐름을 뜻한다. 더 놀라운 건 고흐가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웠을 때 그린 그림일수록 소용돌이의 크기나 방향이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흐가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웠던 때에 그린 그림에는 수학적으로 정확한 형태의 난류가 나타났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안정한 상태에서 그린 초기 작품에 표현된 소용돌이는 실제 난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또 약물 치료를 받아 정신적으로 매우 안정된 상태에서 그린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1889)’에서는 같은 시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난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학이 있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영화 속 가상현실 세계

수학자와 기술자가 함께 만든 3D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Pixar) 이야기

애니메이션의 기본은 눈속임!

사실 애니메이션은 정지 그림을 모아 만든 영화다. 1초에 최소 24장이나 되는 그림을 이어 붙이고 빠른 속도로 넘겨 움직이는 영상을 만든다. 정지 그림이 보통 1초에 16장 이상 지나가면 우리 뇌는 그림이 정지한 순간을 보지 못하고 ‘그림이 저절로 움직인다’고 착각한다.


이 원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바로 ‘조이트로프(zoetrope)’다. 조이트로프란 연속된 정지 그림을 빠르게 회전해 마치 그림 속 캐릭터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장치다. 이것을 보고 있으면 애니메이션 원리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수학에서 착시란 착각의 한 종류로, 물체의 모양이나 크기, 명암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실제와는 다르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것과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다를 때 나타난다. 그런데 이런 착시는 대부분이 똑같이 느끼고, 잘못되었다는 걸 알지만 계속되는 현상이다.


우리는 사물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 망막에 비춰서 사물을 본다. 잔상이란 빛의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시각 기관의 흥분 상태가 이어져 상이 잠시 남는 현상을 말한다. 잔상의 지속 시간은 쏘인 빛의 세기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16분의 1초 정도이고, 길면 10분의 1초까지도 잔상이 이어진다. 애니메이션은 이런 잔상 효과를 이용한다. 정지 그림을 빠르게 연결해 그림 내용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픽사에서도 초기 작품들은 대부분 키 프레임 방식으로 만들었다. 키 프레임 방식은 ‘키(중심)’가 되는 주요 동작을 몇 개 그린 뒤, 그 사이사이를 연결 동작으로 채워 완성한다. 이 방식은 각 동작 그림(프레임)에 따라 캐릭터의 움직임 속도를 조절하거나, 움직임의 크기에 변화를 주면서 캐릭터의 움직임 속도를 조절하거나, 움직임의 크기에 변화를 주면서 캐릭터만의 성격까지 살려 표현할 수 있다. 또, 표현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범위가 넓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의 변화나 기분까지도 표현하기가 수월하다. 하지만 때론 만들어 낸 움직임에서 부자연스러움이 감지된다.


한편, 모션 캡처 방식(자세한 설명은 236쪽 참고)은 실제 사람 몸에 마커(카메라가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해 컴퓨터에 그 움직임을 기록할 수 있도록 돕는 표시 장치)를 달아 사람의 움직임을 촬영해 그대로 컴퓨터에 기록하는 방법이다. 사람의 움직임을 그대로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움직임으로 만들 수 있어서, 매우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연출할 수 있다. 하지만 때때로 과장된 표현이나 코믹 요소가 필요한 애니메이션에서는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운 표현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또한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동작에는 한계가 있고, 캐릭터가 사람인 경우에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모션 캡처 방식은 애니메이션보다는 실사 영화에 더 많이 쓰인다.


방정식으로 3차원 캐릭터를 완성하라!

말로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사실 오늘날에는 이 모든 과정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물 흐르듯 설계한다. 이미 잘 짜인 프로그램은 복잡한 방정식을 기초로 한다. 감독이 원하는 대로 정지 그림에 그림자를 입히거나 색깔을 바꿀 때, 캐릭터의 얼굴 생김새를 조정할 때, 캐릭터의 움직임을 수정할 때 모두 방정식에 대입하는 값을 달리해 결과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수학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감독 요청에 따라 수학자가 방정식에 알맞은 값을 계산하고 나면, 이 값을 사람이 손으로 그린 정지 그림에 반영해 곧 화면 속 실감 나는 입체 그래픽으로 변신한다. 바로 이때가 수와 문자로 가득한 컴퓨터 언어가 눈에 보이는 영상으로 바뀌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물론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디지털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디지털의 도움을 받는 영역이 점차 늘면, 제작 기간과 투자 비용이 확실히 줄어든다. 덕분에 애니메이션 제작을 디지털 방식으로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스티브 잡스는 제작 기간과 투자 비용을 줄이면서도 실감나는 3D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픽사의 컴퓨터 그래픽 제작 과정에 집중한 스티브 잡스는 이런 이유로 픽사를 인수하자마자 수학자를 여럿 고용했다.


털북숭이 설리의 털 2,320,413개를 어떻게 움직였을까?

픽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이드 헤어’를 사용했다. 가이드 헤어는 몇 백만 개의 털 사이에서 컴퓨터로 계산해 그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일부 털을 말한다. 용어 그대로 몇 백만 개의 털의 움직임을 대표로 이끄는(가이드) 털(헤어)이라는 뜻이다.


그런 다음에 사람 캐릭터가 옷을 입는 것과 마찬가지로, 털북숭이 설리는 움직일 때마다 찰랑거리는 털의 탄성(물체가 늘어났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는 성질)과 털의 질량 그리고 빛의 반사율 등을 계산해 질감을 더한다. 마지막으로 온몸을 덮은 모든 털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매우 부자연스러우므로, 부분적으로 노이즈 효과(일부러 가이드 헤어의 움직임을 미세하게 방해하는 효과)를 줘서 전체 털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디자인하면 된다. 이런 노력으로 탄생한 설리는 애니메이션 세계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부드러운 질감 표현은 적분이 책임진다! <빅 히어로>

말랑말랑 치명적인 몸매의 소유자 베이맥스, 히어로의 역사를 다시 쓰다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의 돈홀 감독은 베이맥스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미국 카네기멜론때학교 로봇연구소를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로봇공학과 크리스 앳킨스 교수는 돈 홀 감독에게 자신이 연구 중이던 소프트로봇을 소개했다.


그건 바로 비닐 소재로 만든 로봇 팔(왼쪽 사진)이었다. 돈 홀 감독은 이 로봇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베이맥스를 만들었다.


이렇듯 베이맥스는 실제 학계에서 연구 중인 소프트로봇의 조건을 흉내 내서 모습을 갖췄다. 다만 소프트로봇을 연구하는 연구팀은 전원 장치가 늘 고민인데, 베이맥스는 과감하게 전원 장치를 몸속에 지니고 그것도 무선으로 갖춘 최신식 소프트로봇으로 등장한다(이 모습은 아직까지 완벽하게 구현하기는 어렵다). 베이맥스처럼 무선으로 작동이 가능한 로봇은 현재 소프트로봇을 연구하는 실제 연구팀에게도 가장 큰 숙제다. 전원 장치의 크기나 용량, 충전 방식, 전원 지속력, 유무선 여부에 따라 소프트로봇의 활용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간을 위한 생체 모방 소프트로봇을 주목하다

세계 첫 소프트로봇은 미국 터프츠대학교 생물학과 베리 트림머 교수의 작품인 애벌레를 닮은 ‘소프트봇’이다. 트림머 교수는 담뱃잎을 먹는 박각시나방 애벌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애벌레처럼 움직이는 소프트봇을 개발했다. 트림머 교수는 가장 먼저 로봇의 관절을 없애고, 실리콘을 둘둘 말아 몸통을 만들었다. 그 다음 전기 회로를 이용해 소프트봇이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설계했다. 이런 유연한 움직임이 가능한 소프트봇은 장애물을 만나도 자신의 몸을 움츠리거나 납작하게 만들어 부드럽게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다. 또한 이동 거리를 최소로 줄이는 데 탁월하다.


베이맥스의 투명한 피부는 적분으로 완성

따라서 이를 자연스러운 베이맥스(오른쪽)로 탄생시키려면, 베이맥스를 향해 쏟아지는 다양한 빛줄기 경로를 잘 파악해야 한다. 물론 베이맥스에 닿는 모든 빛줄기 경로를 일일이 파악할 순 없지만, 조명에서 나온 빛이 캐릭터의 표면에서 반사돼 카메라의 렌즈로 들어가기까지의 길을 정확하게 찾아야 자연스러운 입체감과 캐릭터 표면의 질감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


쏟아지는 빛의 양은 어떻게 계산할까? 캐릭터 표면 위의 한 점을 중심으로 하는 구, 때론 반구가 있다고 가정하고 그 구에 들어오는 빛의 세기와 방향을 계산하면 된다. 어차피 가상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로 눈에 보이는 빛줄기가 아니므로, 컴퓨터로 계산할 수 있는 알맞은 함수식을 세우면 된다. 이때 어떤 물체의 표면이 빛을 얼마나 반사하느냐에 따라서 주변의 사물을 거울처럼 비추기도(유광) 하고, 반사 자체가 없기도(무광) 하다.


베이맥스의 몸에 닿는 빛을 분석한 데이터가 모두 준비되면, 값을 모두 모아 차곡차곡 더하는 개념의 적분을 활용해 베이맥스가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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