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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미래, 상상 그 너머의 세계

4가지 핵심 기술
정보통신공학
모든 것은 전신기에 시작되었다. 약 2백 년 전부터 통신 분야에서 새로운 얼굴들이 하나둘씩 연이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계 문자판 방식의 전신기를 뒤이어 모스 전신기가 출현했고, 전화, 무선 전신, 라디오, 텔레타이프, 팩스, 텔레비전, 케이블 그리고 위성 텔레비전, 인터넷, 이동통신이 줄줄이 탄생했다.

*무어의 법칙 - 정보통신기술의 역동적인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1965년 고든 무어가 제시한 무어의 법칙이라는 이론이다. 무어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인 CPU의 성능이 균일한 발전 속도를 보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리고 약 18개월마다 집약되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두 배로 증가하고, 그와 동시에 계산속도 역시 그만큼 빨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변함이 없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진공관에서 시작해 트랜지스터를 지나 트랜지스터를 고밀도로 집약해놓은 실리콘 칩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기술의 모든 세대 변화는 오늘날까지 무어의 법칙에 근접하고 있다.

이런 발전을 계속 이어간다면 컴퓨터를 비롯해 거의 모든 기술 시스템에 내장된 마이크로프로세서는 2020년이 되면 지금보다 천 배나 향상된 성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2035년까지는 수백만 배 발전하게 될 것이다.  

*에버넷(Evernet) - 일부 지역에서는 에버넷이 거의 현실이 되고 있다. 에버넷은 언제 어디서나 줄곧 네트워크에 접속된 온라인 상태를 유지한다는 의미로, 노트북과 휴대폰 등 모바일 단말기를 통해 가능해졌다. 실제로는 아직 한계가 있지만 10년간 이동통신기술은 매우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대개의 선진국에서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에버넷이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점점 더 광대역화, 고속화되어가는 인터넷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술적 발전뿐 아니라 그 기술이 실제로 이용자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지가 증명되어야 한다. 즉 가치 있는 서비스가 적절한 가격으로 공급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서비스의 상당수는 여러 기능의 조합에서 생겨난다. 휴대폰 더하기 카메라, 노트북 더하기 무선 인터넷, 휴대폰 더하기 결제 기능 등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전망이 좋은 서비스는 이른바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한 위치정보의 이용이다.

에버넷을 응용서비스 차원에서 관찰한다면, 형형색색의 화려한 그림과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난무하는 월드와이드웹의 멀티미디어적 매력은 포기해야겠지만, 여러 가지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보여주는 실용적이고 유익한 서비스를 찾아볼 수 있다.

*무선식별 시스템(RFID) - 무선통신을 활용하는 또 다른 예로 RFID, 이른바 지능형 무선 전자태그를 들 수 있다. 전자태그가 가장 먼저 적용된 분야는 물류관리 시스템이다. 전자태그는 우표만 한 크기로 가격은 개당 10센트 이상이다. 전자태그는 송수신용 안테나(트랜스폰더)가 장착된 작은 IC 칩으로 만들어진다. 이 전자태그에 일정한 주파수의 해당 코드를 송신하면, 태그는 칩에 저장하고 있는 정보들을 발신한다. 수동으로 작동하는 전자태그에는 전기공급이 필요없다. 수신한 무선신호의 미세한 에너지가 칩의 정보를 송신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슈퍼마켓에서 우리는 쇼핑카트에 물건을 잔뜩 실은 채로 계산 구역을 통과해나올 수 있다. 판독기가 단번에 모든 물건을 식별하기 때문이다. 자동으로 지불까지 완료된다면, 계산대에서 기다리는 번거로움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첫째는 전자태그의 가격이다. 우유팩에 전자태그를 부착하기 위해서는 생산비용이 태그당 1센트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 둘째는 소비자보호와 관련된 것이다. 셔츠에 장착된 전자태그가 세탁기에게 물 온도를 45℃ 이하로 설정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은 분명 실용적인 발상이다. 그러나 우리가 무심코 길을 걷고 있을 때, 누군가 무선통신을 이용해 손에 들린 장바구니를 들여다보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또한 그런 데이터를 사용해 만든 맞춤형 광고 폭탄의 무차별 폭격을 받는 것은 더더욱 불쾌한 일이다. 슈퍼마켓의 데이터베이스에 우리가 언제 무엇을 샀는지가 저장되고, 그런 자료가 제3자에게 전해지는 경우도 불쾌하기는 마찬가지다. 전자태그로 인해서 우리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 소비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걱정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자태그 기술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는 형태로 만들어져야 한다.

생명공학
*휴먼게놈 프로젝트 - 1990년, 세계를 대표하는 유전학자들은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의 유전정보 전체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약 35억 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23쌍의 염색체, 약 3만에서 4만 개의 유전자 지도를 그려내야 했다. 당시로서는 완전히 공상처럼 보였다. 1990년경 사람들은 비로소 각 유전자의 염기서열에 매달리고 있었고, 기껏해야 약 20만 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몇 가지 바이러스의 게놈 지도를 그려내는 데 성공한 정도였다.

1995년, 첫 번째 박테리아의 게놈(1,743개 유전자, 180만 염기쌍) 지도가 완성되었다. 1996년에는 빵을 부풀리는 이스트(6천 개 유전자, 1천2백 만 염기쌍) 그리고 1999년에는 사람의 염색체가 완전 해독되었다. 드디어 2000년에는 거의 동시에 경쟁주자들이 인간 게놈 지도의 초안이 완성되었음을 밝혔다. 그리고 다시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3년이 더 흘렀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목표에 도달했다.

이제 그 이후의 과제가 주어졌다.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는 일은 계속해서 여러 상이한 동물, 식물 그리고 박테리아를 대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인간 게놈의 경우엔 모든 기초적인 변이를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인간 게놈 DNA 중 약 97~99퍼센트는 같고, 나머지 1~3퍼센트가 개인마다 다르다. 이 작은 DNA의 차이가 외모는 물론 질병과 수명까지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DNA 위치의 변이는 약 1백 만 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생명공학의 색채론 - 21세기는 생명공학, 더 넓은 의미로 생명과학의 세기이다. 거의 모든 경제 분야를 위한 거대한 혁신의 잠재력이 그 안에 숨어있는 것이다. 활용 방향에 따라서 생명공학의 다섯 줄기는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 적색 생명공학 : 의학과 건강관리(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의약품의 제조, 신체기능의 감시, 새로운 유전공학적 진단 및 치료법 등)
- 녹색 생명공학 : 농업에의 활용(재생 자원의 생산이나 저항력을 키우고 다른 종에서의 의약품 같은 물질을 생산하기 위한 유전자조작 식물과 동물 등)
- 흰색 생명공학 : 산업에의 활용(바이오촉매, 세포의 증식 및 소재의 합성을 위한 바이오 반응로, 프로세스 감시 등)
- 회색 생명공학 : 환경에의 활용(토양 정화를 위한 미생물, 바이오연료의 생산, 생태계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바이오 지시약 등)
- 청색 생명공학 : 수중 생태계의 활용(바다생물 등)

*위험요소와 잠재적 장벽 - 안전에 대한 걱정과 윤리적인 제한은 정보공학에서보다 생명공학의 발전에 더욱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그런 걱정은 아주 근본적인 문제, 무엇보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느끼는 정체성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언론과 미디어가 한 생명공학 연구팀을 책임감 없는 프랑켄슈타인 신봉자로 낙인찍는 일이 얼마나 쉽고 빠르게 진행되는지를 알면 놀랄 것이다. 미국에서조차 생명공학자들은 사방에서 공격해오는 종교적 근본주의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처하곤 한다. 이미 독일의 생명공학 기업들은 동유럽으로 옮겨가고 있고, 미국 기업들은 아시아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잘못된 결정의 피해는 건강과 경제 부분에서 기회를 놓치고 손해를 입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생명공학 연구는 양심의 가책이나 안전의식이 빈약한 곳에서 진행될 것이다. 한국에서 복제와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싸고 벌어진 비윤리적인 스캔들만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런 파국적 전개를 막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꼭 지켜져야 한다. 학자들은 더 자주 매스컴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쓸데없는 오해와 불신을 막아야 하고, 언론은 사실에 입각한 정보만을 보도해야 한다.

*진화의 새로운 단계 - 지난 10년간의 발전을 감안하면 자연과학적 기능성과 생명공학적 가능성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무궁무진하다. 그런 가능성 중에 무엇이 실현될 것인가는 문화적인 방향과 윤리적인 결정에 달려 있다. 생명공학은 진화의 새로운 단계를 불러올 수 있다. 우리 인간이 분명한 의식과 목표를 가지고 모든 차원의 자연 현상에 간섭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생물분자를 합성하고, 생화학적 반응방식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종류의 조직과 기관을 만들어낸다. 결국에는 이제까지 세상에 없었으며, 자연적인 진화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게 될 특성을 지니고 있는 생명체, 예를 들어 우주공간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생물을 창조하게 될 것이다.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이 표현했던 대로 문화적인 진화가 생물학적인 진화를 대체하게 되는 것으로, 진화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변화하는 것이다. 태초의 유전자가 행했던 유전적 자유분방함으로 돌아가면서 인간이 원하는 새로운 종들이 무수하게 등장하게 된다. 즉 생물계에는 폭발적인 다양성이 시작되는 것이다.

기술의 활용영역
에너지 : 석유 이후의 세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인류는 지금보다 50퍼센트 더 많은 1차 에너지(화석에너지 등 자연에서 얻은 최초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된다고 한다. 결정적인 변화가 없다면 2000년 91억 톤의 원유사용량이 2030년이 되면 153억 톤으로 증가할 것이다. 거기에 석유와 석탄 외에도 천연가스의 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하게 된다. 에너지 사용량의 증가는 북아메리카에서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 것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적극적인 추격 의지에도 그 원인이 있다.

*에너지를 향한 열망 vs 에너지의 효율성 증대 - 유럽에서 에너지의 사용은 더는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구수가 정체되어 있고, 지식사회 및 서비스사회로 변모한 상황에서 그것은 별로 특별한 일도 아니다. 유럽인들은 필요한 보물을 거의 손에 넣은 듯 보인다. 말하자면 에너지 소모량의 증가와는 무관하게 부의 증진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실제로 유럽인들은 중국인에 비해 일곱 배나 많은 1차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러나 에너지 낭비의 세계 챔피언은 단연 미국이다. 미국인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유럽인의 두 배에 이른다. 유럽연합의 국가들은 기후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비록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감소시키려는 시도를 해왔다. 이와 달리 미국은 국제 기후보호협약을 탈퇴하고 값싼 석유를 경제의 원동력으로 삼는 정책을 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자체의 석유자원이 점차 줄어들자 페르시아만 연안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유지하려는 시도들을 자행하고 있다.

세계 전체의 에너지 사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시아가 선진국의 에너지 사용량을 추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만 해도 불과 몇 년 후에는 유럽연합 전체와 맞먹을 만큼의 원유를 수입하게 될 것이다. 연간 8퍼센트의 경제성장과 쾌속의 산업화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현재 에너지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

언젠가 에너지에 대한 아시아의 열망은 차분하게 가라앉을 날이 올 것이다. 발전의 도상에 선 국가들은 전형적인 에너지 사다리를 오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자연의 연료를 이용해 자급자족하는데, 목재, 사람이나 동물을 분뇨를 말려서 쓴다. 첫 번째 단계에 오르면 전통적인 연료는 석탄이나 석유로 대체된다. 세월이 흐르면 경제 성장은 제품의 생산이 아니라 서비스 위주로 이루어진다. 더 우수한 복지체제는 약간의 추가적인 에너지를 필요할 뿐이다.

이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수단이 필요하다. 에너지를 절약하라! 이것이 그 방법이다. 우리는 오늘날 세 단위의 1차 에너지를 사용하여 두 단위의 최종 에너지를 생산하고, 그것 중 오로지 한 단위만 실제로 이용한다. 예를 들어, 걸프지역에서 시추한 3톤의 원유 중에서 소비자에게 이르는 것은 단 1톤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운송과 정유과정에서 소모되거나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손실 부분을 완전히 줄일 수는 없겠지만 이 부분에서 상당량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의 여건들로 보아 앞으로도 화석연료와 현재의 인프라 구조가 에너지 산업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일단 에너지 산업과 같은 메가시스템은 거대한 관성을 가지고 있어서 방향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실험되고 있는 새로운 에너지 기술들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해안의 풍력 발전이나 연료전지 자동차 혹은 이산화탄소 분리 등 모든 기술이 마찬가지다. 그 중에 어떤 것이 폭넓게 사용되는 기술로 발전할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미디어 : 가상의 세계
우리는 갈수록 미디어의 힘이 커져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 오늘날 독일인은 하루 평균 6시간 이상 미디어를 소비한다. 그 가운데 고전적인 인쇄물인 책과 신문이 차지하는 시간은 불과 50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시간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이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은 거의 5시간으로 미디어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개는 다른 활동을 하면서 함께 이용한다. 온라인 미디어의 점유율은 점차 커지고 있다.

*타임스 컨버전스 - 기술적인 측면에서 디지털화는 정보사회의 결정적인 추진력임이 증명되었다. 비트와 바이트의 세상에서 모든 미디어는 공동의 기초를 발견했으며, 한 단계 한 단계 모두가 서로 서로 호환되는 길을 가고 있다. 전화 대화가 인터넷을 통해 전송되고, 비디오 클립을 핸드폰에서 볼 수 있다. 원한다면 팩스를 이메일로 수신할 수도 있다. 한 장의 CD에 음악, 컴퓨터 게임, 기업의 프레젠테이션 혹은 소프트웨어를 모두 저장할 수 있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인터넷 서핑을 즐길 수 있고, 자신의 직접 찍은 사진을 볼 수도 있다. 미디어는 디지털화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기술적인 발전을 동반하는 현상을 각 시장들과 상품들의 통합이다. 이른바 타임스 컨버전스가 그것이다. 원거리통신, 정보, 미디어, 전자 그리고 보안서비스가 융합되는 것이다. 웹캠은 여행에 목마른 사람들을 위해 매 시간, 아니 매분 아름다움 해안의 새로운 사진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또한 변변치 못한 화상전화기나 전화 섹스서비스를 훌륭하게 대체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통신의 채널이 동시에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발전하고 있다. 고객서비스 웹사이트에도 전화를 요청하는 콜-백 버튼이 달려 있다. 이메일을 휴대폰으로 수신할 수도 있다. 네트워크에 접속된 사람은 그 순간 통신의 달인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언어기술 - 언어기술의 진보를 통해서 우리에게 익숙한 의사소통의 방식이 폭넓게 변화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이 영역에 대한 엄청난 연구가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기계가 한 언어로 작성된 글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문제였다면,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특정 상황에서의 의사표현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계 시스템과의 자연어로의 의사소통은 특히 인간이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예를 들면 자동차 운전을 할 때라든지, 외과수술을 하는 경우에 이점을 발휘한다.

2020년 이전에 이미 언어의 인식과 분위기의 인식 그리고 고성능 언어합성 기술은 사람이 기계와 거의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시점까지 일어나는 대부분의 변화는 미래학자들이나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그려내는 모습보다 훨씬 평범한 수준에 그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꿈의 시대 - 2050년 어떤 의미에서 두 개의 세계로 볼 수 있다. 물리적 세계는 데이터의 세계에 의해 추월당할 것이다. 사이버스페이스 혹은 가상현실이라 부르든 이것은 바로 데이터가 만들어가는 세상이다. 물리적 세계와 가상의 세계는 단순하게 함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밀접한 자리에서 서로를 보완하고 함께 발전한다. 인공두뇌학의 관점에서 가상의 세계는 그 기초를 허물어버리지만, 세 번째 단계에선 물리적 세계를 위한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즉 두 세계가 재결합되는 것이다.

인류사적으로 볼 때 구석기 시대부터 시작된 발전은 가상현실에서 최고점에 이르게 된다. 인간은 지금까지 힘들고 거친 육체적 현실만 아니라, 관념과 상상력의 세계에서도 살아왔다. 포스트 정보사회의 사람들은 물리적인 세계와 가상의 세계를 거의 분리할 수 없고 또 분리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꿈의 시대가 온 것처럼 수집된 상상과 중앙시스템의 기억, 합성된 정령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2050년 이후 어느 시점에선가 인간의 지능과 인공지능이 함께 연결되어 서로를 보완하면서 독자적인 자아의식을 붕괴하게 될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우주 : 로봇, 중국인 그리고 관광
*탐사계획 - 태양계는 앞으로도 인류의 고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태양계의 역사나 행성계의 구조, 어쩌면 소행성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이용 가능한 자원 등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가까운 곳에 생명체가 살았거나 살고 있는지 여부도 분명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현재 10개가 넘는 탐사기가 태양계를 탐사중이고 앞으로 몇 년 동안 더 많은 탐사기를 쏘아올릴 것이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수성과 명왕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동시에 이미 10년째 태양관측을 담당하고 있는 소호(SOHO)와 같은 태양관측위성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다.

혜성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탐사선 딥임팩트가 2005년 1월 1일, 템펠1 혜성을 향해 발사체를 쏘았고, 7월에 일어난 충돌을 통해 템펠1에 관한 귀중한 정보들을 얻었다. 화성의 경우는 어떨까? 착륙선 비글1, 2호를 잃어버리기는 했지만 화성 탐사는 계속될 것이다. 붉은 행성인 화성이야말로 태양계에서 인간이 살기에 가장 적합한 행성인데다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만큼 연구를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탐사선은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늘 새로운 기술을 선보인다. 데이터 저장용량은 늘어나고 제어 시스템이 복잡해지는가 하면 카메라와 센서의 성능이 향상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행성 탐사선은 로봇공학이 군침을 흘릴 만큼 흥미로운 시험대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로 - 우주 엘리베이터의 작동 원리는 단순하다. 지구로부터 약 3만6천 킬로미터 상공의 고정된 한 지점에 우주정거장을 만들고 거기에서부터 지구까지 케이블을 늘어뜨린 뒤 승강기를 연결해 궤도까지 타고 올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강철 케이블은 50킬로미터 이상 올라가면 자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파괴된다는 것이다. 유리섬유는 135킬로미터, 현존하는 최고의 케이블도 3백 킬로미터 고도까지만 견딜 수 있다. 이 파열강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케이블의 굵기가 동일하고 중력가속도가 1그램으로 일정하다는 전제 하에 산출된 것이다. 하지만 정거장이 있는 윗 부분의 케이블의 굵기를 더 굵게 설정하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중력이 약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값은 우주 엘리베이터에 필요한 이론상 길이인 5백~1천 킬로미터까지 높아진다. 나노기술이 이 이론을 현실로 만들어줄 수 있는데, 탄소나노튜브가 그만큼의 강도를 견딜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 몇 센티미터 정도의 탄소나노튜브를 만들어 낼 만큼 기술 수준도 높아졌다.

1백 년쯤이 지나면 인류는 실제로 스리랑카나 적도의 다른 지점에 우주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만 된다면 정지궤도까지의 운송비는 킬로그램당 몇 백 유로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물론 대규모 우주관광사업도 가능해진다. 이 시점에서 "지구는 인류의 요람이다.  하지만 누구도 영원히 요람에만 머물 수는 없다"는 러시아의 우주비행이론 선구자, 치올코프스키의 말이 떠오른다.  

마치는 글
장기 시나리오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어떤 기술영역에서든 언제나 서로 다른 가치관들이 대립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단순히 위험요소에 대한 두려움이나 윤리적인 판단에서 일정한 범위에 한계선을 그으려는 입장과 어떤 종류의 제한도 두지 않으려는 입장의 대립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주로 국가의 지원 예산이나 전공 분야에 대한 개개인의 결정들로 드러나게 되는 우선순위의 설정이다.

*보수적인 길 - 이 시나리오는 보호와 보존의 깃발을 달고 있다. 기술은 현재의 삶에 기여해야만 한다. 따라서 인간의 육체를 기술적으로 재건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복제도, 맞춤형 아기를 만드는 일도 당연히 금지되어야 한다. 유전자 진단과 신체의 유전자 치료는 시행되어야겠지만, 생식선 치료는 안 된다. 그것은 인간 종족에 대한 항구적인 간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환경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구의 생물권으로 하여금 새로운 부담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 나노공학은 환영받고 장려된다. 물론 그 기술이 에너지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건강과 환경의 피해가 우려되는 불질을 대체하도록 도와주는 수준에서이다. 신경공학은 알츠하이머, 마비 혹은 정신분열 환자들을 돕기 위해 보완적으로 이용된다. 두뇌 튜닝은 넘어서는 안 되는 금지구역이다. 

*재건의 길 - 인간은 자연을 하인으로 만들었다. 이제 인간은 자신이 자연보다 더 나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진보는 항상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던가, 플러스 울트라의 길을 따라서, 두뇌 연구, 생명공학과 나노공학의 발달 덕분에 가능하지 않은 일은 더는 없는 듯하다. 질병의 치료는 물론이고 2000년 미래예측학자들이 인간 활동능력의 향상이라고 불렀던 부분들이 모두 가능해진다. 더 빨라진 파악 능력, 더 약화된 공격성, 감정 모듈의 장착이 가져다준 더 재미있는 삶, 그리고 노화에 대한 승리가 이루어진다. 영원불멸의 꿈이 실현되는 것이다.

산업시대에서 인간의 자연적인 환경은 대부분 파괴되었다. 남아있는 자연 생태계는 이제 중요한 생물학적 자원으로서 엄격한 보호를 받고 있지만, 여러 지역에서 기후변화 때문에 자체적인 힘으로는 균형을 유지할 수 없다. 소생활권 관리는 이미 인기 있는 직업이 되었고, 모니터링을 위한 센서망, 열대지역의 생물 네트워크에 뚫려 있는 틈과 구멍을 메우기 위한 유전자변형 맞춤형 생물, 성장과 재생과정을 조종하기 위한 생화학적 신호 등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투입한다. 그것은 테크노-생물학적 재건의 시작이다. 행성 차원의 관리가 시작되는 것이며, 생물권의 자리에 통합된 생물-기술권이 등장하는 것이다.

*군비경쟁 - 2010년대 테러와의 전쟁은 수많은 새로운 안전 및 보안기술을 발전시킨다. 곤충 크기의 감시용 비행체, 고도로 지능화된 지식경영 시스템, 생물무기와 화학무기를 감지하는 고감도 센서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물론 그런 발전은 환경감시에서 암과의 싸움까지 일반적인 목적에도 이용될 것이다. 2030년대가 되면 석유, 가스 그리고 물을 둘러싼 다툼은 첨예화될 것이다. 점점 더 세계를 이끄는 두 세력,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해진다.

군비경쟁은 일반적인 목적의 연구를 제한한다. 기후변화에도 불구하고 환경문제는 상당히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대신에 핵에너지가 다시 관심의 초점에 서게 되고, 원자력 폐기물을 변환하며 처리하는 최고의 방법을 활용하게 된다.

*유전적인 주도권 교체 - 2010년대에는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유기적인 것과 무기적인 것 사이의 경계가 완전히 흐려지게 된다. 나노시스템은 로봇에게 신체를 줄 것이다. 웹이 완전한 기능을 발휘하면서, 모든 사람들과 모든 기계들이 인류의 경험 전체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인지과학의 발전으로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자기만의 이름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과연 이런 환경에서 아직 인간의 지능과 인공지능의 융합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니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 있을까? 인간은 스스로 창조해낸 존재의 인내심 많은 애완동물로 전락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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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네 개의 시나리오는 미래의 가능성이 갖는 경계는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오늘날 인식할 수 있는 발전들이 계속 꾸준하게 이어진다면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각 시나리오에서 주도권을 갖는 가치관이 서로 다를 뿐이다. 특정한 과학기술이 더욱 빨리 발전하고, 특정한 활용 영역이 선호되며, 다른 쪽은 소홀하게 다루어지는 것이다. 실제 미래는 그들 시나리오의 사이 어디쯤에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적어도 두 중심 시나리오의 기본적인 요소들은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일정한 수준의 군비경쟁 시나리오 역시 그다지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