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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가 자전거를 처음 만들었을까

저   자
페터 쾰러(역:박지희)
출판사
한국경제신문
가   격
16,500원(352쪽)
출판일
2020년 04월
도서정보


■ 책 소개

 

가짜 뉴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거짓 속 진실을 탐구하다

 

이 책은 현대의 가짜 뉴스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왜곡된 사실과 사회문화적 허위 사실에 대해서도 짚어본다. 가짜 뉴스들 중에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퍼져나간 소문도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주도하는 것들도 있다. 왜곡되거나 과장, 축소된 보도로 유익을 얻는 무리는 어떤 무리이며, 또 진실을 숨기는 사람들은 어떤 동기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지 과거 연합군과 나치, 해외의 정치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읽어본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자전거, 디젤에 대한 이야기,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대한 내용과 셰익스피어, 아벨라르와 엘로이자의 로맨스, 괴테의 작품들을 비롯한 대중들에게 유명한 소설, 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매체들을 통해 참과 거짓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해서 조금만 따져보아도 틀린 사실들이 매우 많다. 그런데 우리는 계속 잘못된 정보를 믿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진실과 거짓의 결정에 대해 과연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우리의 삶은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루고 있을까? 저자는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지식들을 파헤쳐 오류로 가득한 우리의 지식이 오늘날 어떤 영향력과 의미를 가지는지 논한다.

 

■ 저자 페터 쾰러
독일의 기자, 문학 비평가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지면에 비평과 칼럼을 연재하며 여러 권의 책을 썼다. 펴낸 책으로는 《학교 공부를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바자회: 잡학지식 모음집(Basar der Bildungslucken. Kleines Handbuch des entbehrlichen Wissens)》과 《가짜: 예술과 지식, 문학과 역사 속 가장 기이한 가짜들의 이야기(Fake. Die kuriosesten Falschungen aus Kunst, Wissenschaft, Literatur und Geschichte)》 외 다수가 있다.

 

그는 일상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가짜 뉴스에 매력을 느껴 예술과 학문, 정치와 현대의 일상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흥미롭고 때로는 경악할만한 사건들을 연구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가장 기이하고 유명했던 가짜 뉴스들을 모아 이 책에 담았다.

 

■ 역자 박지희
서강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과 생물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국제 특허 법인에 취직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책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다 출판 번역에 매력을 느껴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1517 종교개혁》, 《굿바이 가족 트라우마》, 《서른과 마흔 사이 나를 되돌아볼 시간》, 《이 문제 정말 풀 수 있겠어?》 등이 있다.

 

■ 차례
1장 탈진실 시대의 정치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 제 명예를 걸고 맹세합니다! │ 동명이인│ 92퍼센트 찬성으로는 부족해│ 부재자 투표의 조작 가능성 │ 허위 테러 경고 │ 제바스티안의 이발소 │ 정치에서의 풍자란 │ 죄더 어록

 

2장 네 번째 권력
기적과 불가사의한 현상들 │ 기자에서 작가로 변신한 벤 헥트 │ 아, 4월이구나!  │ 조작, 왜곡, 날조, 속임수 │ 진정한 허풍선이 │ 빠른 것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 단독 보도의 추락 │ 기이한 가족사 │ 국수를 귀에 걸다 │ 순위와 명성 │ 눈속임 | 미국이 IS를 지원한다고? │ 인상적인 이야기를 지닌 남자 │ 여성을 위한 자리는 없다

 

3장 소문이 생겨나는 곳
정보의 암시장 │ 아동 성노예, 여성 인신매매 │ 몬스터 주식회사 │ 36개의 노래를 외워 부르는 고양이가 있다! │ 외계인이 온다!

 

4장 실체 없는 지식
주교의 무덤을 발견하다 │ 다빈치의 자전거 │ 예술가 갈릴레오 갈릴레이 │ 디젤에 관한 클린하지 못한 진실 │ 인도의 밧줄 묘기 │ 수정 해골

 

5장 창작의 자유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 시를 위조한 시인 │ 한때 셰익스피어였던 남자 │ 거짓은 거짓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이들에게로 │ 돌아온 편력시대 │ 오리지널보다 더 나은 │ 《뿌리》의 뿌리

 

6장 존재하지 않는 것들
미래에서 온 뉴스 │ 쾰른의 알라신 │ 선의의 거짓말, 악의적인 거짓말 │ 비건 홍합과 숨은 돼지 안심 │ “더 많은 빛을!” │ 인물은 중요하지 않다 │ 나는 누구인가? │ 가면무도회

 

7장 잘못된 길에서
실체가 없는 나라 │ 빈랜드 지도 │ 무란피 │ 포템킨 빌리지 │ 남태평양의 낙원 │ 깨끗한 자연이 자본을 치유한다

 

8장 역사 속 이야기 I
대 프리기아 제국 │ 카데시 전투 │ 브라질의 페니키아인 │ 니데라우의 주피터 │ 마리아 잘러 베르크의 룬 문자 │ 사형인가, 추방인가 │ 여교황 요한나 │ 우물에 독을 타는 자들! │ 미국 중서부의 바이킹족 │ 마녀 성녀 │ 루터의 논제 │ 라이힝겐의 기근 연대기

 

9장 역사 속 이야기 II
가능성의 예술 │ 쾅! 쾅! 더 크게 쾅! │ 전쟁에 도취된 1914년 │ 배후중상설 │ 지노비예프 편지  │ 의회의사당 방화 사건 │ 사망자 2만 5,000명 또는 25만 명? │ 아무도 장벽을 세우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 푸딩 테러 │ 경찰이 정당방어로 학생을 쏘다 │ 게임은 계속되어야 한다

 

10장 결말
내 죽음에 관한 뉴스가 지나치게 과장됐음 │ 고인에 대한 예우 │ 명백한 음모다! │ 죽음이 깃든 윗입술

 

감사의 글
참고문헌

 



도서요약


다빈치가 자전거를 처음 만들었을까


탈진실 시대의 정치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지 벌써 몇 년이 지났다. 2017년 1월 20일에 워싱턴에서 열린 트럼프의 취임식에는 기껏해야 20~30만 명이 참석했다. 이는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180만 명에 비하면 한참 적은 수였다. 그럼에도 백악관 대변인 숀 스파이서는 브리핑에서 이렇게 보고했다.


역대 취임식 중 최대의 인파가 모였다.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최대 규모였다.


이 발언은 취임식 광장의 항공사진 비교를 통해 거짓임이 드러났지만, 스파이서는 오히려 브리핑 내용을 지적한 언론에 앞으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라고 협박하듯 말했다.


백악관은 자기들의 세계관과 일치하기만 하면 공적 발언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신경 쓰지 않는것 같다. 이런 행태는 취임식 몇 달 전부터 있었다. 팩트 체크 전문 기관인 폴리티팩트(PolitiFact)의 분석에 따르면 선거 유세 기간에 트럼프가 했던 168개 주장 중 70 퍼센트는 '잘못됐거나', '상당히 잘못됐거나', '소름 끼칠 정도로 잘못된' 주장이었다. 그러니까 세 차례의 발언 중 두 번은 진실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 수가 3,000만 명, 아니 어쩌면 3,400만 명에 달한다고 말했지만 사실 1,100만 명이었고, 실업률이 42퍼센트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4.9퍼센트였다.


트럼프는 또 2001년 9월 11일에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당했을 때 뉴저지주에서 수천 명의 이슬람교도가 환호하는 모습을 봤다고 주장했으나, 트럼프 외에 다른 목격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2013년에는 당시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출생지가 하와이 호놀룰루로 등록된 출생 신고서를 공개하며 반박했음에도 트럼프는 그가 케냐에서 태어난 무슬림이라는 루머를 계속 퍼뜨렸다. 또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파 대법관 안토닌 스칼리아가 일흔아홉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시체의 얼굴 위에 베개가 놓여 있었다는 이야기로 음모론자들에게 먹이를 제공했다.


힐러리 클린턴과의 TV 토론에서 트럼프 후보는 계속해서 질문과 상관없는 대답을 해 심각한 혼란을 야기했다. 그는 자신이 이라크 전쟁을 항상 반대했노라고 말했지만 사실이 아니었고, 또 개인 트위터에 잔뜩 올린 글과 달리 기후 변화는 중국에서 시작된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6주의 출산 유급 휴가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이렇게 덧붙였다.


힐러리 클린턴은 이런 공약을 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런 정책을 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클린턴은 이미 1년 전에 12주의 출산 유급 휴가를 발표한 바 있었다. 트럼프의 목적은 뻔했다. 더 적은 복지를 약속하면서도 사회에 더 많이 기여하는 정치가처럼 보이는 것이다.


트럼프의 지지자와 조력자들을 통해서도 자극적인 가짜 뉴스가 퍼져 나갔다. 이들 대부분이 극우세력 인 대안우파 소속이었다. 대안우파의 활동을 주도하던 기자이자 작가 마이크 체르노비치는 힐러리 클린턴이 중증 뇌종양을 앓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체르노비치가 고안한 최고의 작품은 이른바 '피자게이트'라고 불린 스캔들로, 클린턴이 워싱턴의 한 피자가게를 이용해 아동 성매매 조직과 연락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익명의 네티즌들도 트럼프를 돕기 위해 인터넷에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예컨대 힐러리 클린턴을 수사 중인 FBI 요원이 살해됐다거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이야기가 인터넷 공간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진실 왜곡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7년 2월 18일 플로리다 연설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왜 여러 이슬람 국가 이민자들의 입국 금지를 밀어붙이는지, 그리고 왜 특정 국가의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지 설명하겠다고 했다. 그래 놓고는 유럽에서 일어나는 테러 공격을 언급했다.


어젯밤 스웨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라.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정말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전날 스웨덴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 된 후에도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난했고, 2017년 3월 10일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끔찍하다! 대선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에 오바마가 트럼프 타워를 도청했다는 사실을 방금 알았다. 그는 계속해서 이렇게 썼다. 닉슨의 워터게이트 스캔들(닉슨 재선 당시 야당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것이 발각되어 관련자들이 체포된 사건으로 닉슨은 스스로 대통령직을 사임했다-옮긴이)과 다를 바 없다.


그러고는 전직 대통령을 저급한 인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주 뒤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국가안전보장국(NSA) 국장은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트럼프의 도청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저급한 인간은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


우리는 지금 현실과 상상이 뒤섞이고, 희망사항이 진실을 이기며, 가짜 뉴스가 공식 뉴스가 되는 '탈 진실(post-truth)의 시대'에 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이런 시대가 열렸다고는 보기 어렵다. 대통령을 어린아이라거나 자아도취자, 신경증 환자라고 모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트럼프를 국민의 대표자로 선출한 미국 사회가 유아적이고, 우월감에 빠져 있으며, 신경증에 걸려 있다고 싸잡아 비난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보다는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사회적 · 경제적 · 문화적 발전 과정을 돌아봐야한다. 예를 들면 가난한 백인 서민층 그리고 재산과 안전을 걱정하는 중산층을 관찰해 보자. 이들 중 많은 이들이 무력감을 느끼며 외부 권력, 이를테면 자유(진보)주의 언론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은폐하고 자신들의 운명을 쥐고 있다고 느낀다. 세계화가 진행되는 동안 특권층보다 한참 뒤처지게 된 중산층은 안정적인 수입이 있었고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과거를 그리워한다. 그 시대에는 느낌과 진실이 대부분 일치했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진실은 모습을 바꾸었다. 가짜 뉴스가 진실이 되고 말았다.


환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종교와 영화, 방송이다. 다른 서구 국가들보다 미국의 대중문화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종교는 그 자체로 경험적인 사실을 초월하는 영역이며, 어떤 경우에도 신앙이 모든 지식을 대체할 수 있다. 방송은 객관적인 현실과 동떨어진 특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영상을 통해 실제로 있음직한, 만들어진 현실에 사람들이 푹 빠져들게 한다. 특히 최근에는 장편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추세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현재의 경제 상황이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트럼프는 자본주의 경제를 대변한다. 돈을 제외하면 그에게 현실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이익·배당·성공이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소문이 생겨나는 곳

정보의 암시장

특히 이전 어느 때보다 많은 난민이 독일로 들어온 2015년과 2016년 사이에는 이방인을 향한 두려움이 더해진 소문, 공포를 조장하거나 난민 혐오를 유발하는 괴담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일상 잡담을 통해 가짜 뉴스는 점점 불어났다. 난민이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치고 처벌받지 않았다. "메르켈이 돈 줄 거야"라고 외치며 계산을 마친 노인의 장바구니를 마음대로 가져갔다, 옷가게에 들어가 낡은 옷은 탈의실에 벗어두고 새 옷을 입은 채 돈도 내지 않고 나갔다, 피부가 검은 청소년들이 수영장에서 독일 소녀들을 마음대로 만졌다, 외국인이 '우리' 여성들을 성폭행했다, 주 정부가 난민에게 무료로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줬다, 오스트리아 케른텐에서는 망명을 신청한 20명의 난민이 매달 2,000유로(약 260만 원-옮긴이)를 더 타내려고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등 갖가지 소문이 퍼졌다. 이를 두고 프랑스 사회학자 장 노엘 캐퍼러는 '정보의 암시장'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소문은 황당무계한 거짓말이었으나, 어떤 이야기는 난민이나 유색인이 어떤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게 잡혀갔다는 식의 그럴듯한 내용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은 경찰 고발과 언론 제보로 이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열아홉 살과 스물여섯 살의 아프간 남성 두 명이 세 명의 여학생을 지켜보다가, 뒤를 따라 가면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었다. 잠시 후 이민자로 보이는 20명에서 30명의 다른 사람들이 합류해 피해 여학생들을 따라가며 성적으로 희롱하고 괴롭혔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의 도시 킬에 있는 소피엔호프 쇼핑센터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면서 경찰이 2016년 2월 26일에 발표한 내용이다. 그로부터 6주 뒤인 4월 8일, 검찰의 공식적인 정정 발표가 있었다.


여학생들은 동영상도 사진도 찍히지 않았고, 수십 명의 이민자도 없었다.


이런 종류의 정정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망치고 상상의 여지를 없애버리기 때문에 환영받지 못하고 무시당한다. 사건은 없던 일로 종결됐으나 소문은 이미 충분히 돌고 돌았다. 게다가 새로운 사건의 발생으로 이전 사건은 잊히기 마련이다.


또 독일에서 있었던 사례를 보자. 2016년에 인터넷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은 뮌헨에 있는 성 게르트루트 교회 앞에서 무슬림이 교회 벽을 바라보고 서서 소변을 보는 듯한 뒷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래 보였을 뿐이다. 우선 그 사람은 무슬림이 아니라 에티오피아 출신의 기독교인이었고, 노상방뇨를 한 것이 아니라 교회에 앉을 자리가 없어서 자기 고향에서처럼 벽을 잡고 서서 기도한 것이었다. 게다가 성 게르트루트 교회에선 이미 8년 전부터 예배 때마다 그런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 사진과 함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글을 '세계 인터넷(국가민주당이 잘 쓰는 말)'에 올린 인물 중 한 명이 전 국가민주당 당대표이자 현 EU 의원 우도 포크트다. 그는 오해가 다 풀린 뒤에도 글을 지우지 않다가 어느 방송사 취재팀이 인터뷰를 요구하자 글을 지웠다.


그는 가능하면 오랫동안 진실을 멀리하고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고자 했다. 이런 대응 방식은 이제 보편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베를린의 열세 살 소녀 리사가 이민자에게 납치되어 성폭행당했다는 뉴스가 아이의 거짓말이었다는 게 밝혀졌을 때, 한 시민은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냉담하게 말했다.


진실이든 아니든, 나는 그 이야기를 믿는다.


소문은 항상 존재했다. 소문은 정치 · 경제 · 사회 측면에서는 권력 · 돈 · 명예 같은 실질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이용되며, 가정이나 일상에서는 험담 · 기분전환 · 자극을 향한 인간적인 필요를 채워주는 수단이었다. 옛날과 다른 점은 소문이 이제 인터넷을 통해 더 빠르게 더 멀리 퍼질 수 있게 됐으며 가상공간에서 증인과 증거를 조작하기 쉬워졌다는 것, 그리고 익명이라는 특성상 책임이 사라지기 때문에 비열한 행위도 거침없이 하게 됐다는 것이다.


소문은 나쁜 개인이 만드는 가짜 뉴스다. 분명한 것은 가짜 뉴스가 뿌리를 내리려면 토양에 이미 적절한 세계관과 적절한 이념이라는 비료가 뿌려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에 하버드대학교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이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피험자들은 기후 변화에 관한 보고서를 전달받았다. 기후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사람들은 경고가 담긴 보고서에도 별 감흥이 없었고 기존에 하던 생각도 바꾸지 않았다. 보고서의 증거들을 보여주었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기후 변화를 중요하지 않게 여겼다. 반면 이전에도 기후 변화를 두려워했던 사람들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연구의 결론은 이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생각을 거스르는 사실은 거부하지만, 자기 생각과 비슷한 내용은 즉시 받아들인다.


이게 전부라면 다행일 것이다. 그러나 가짜 뉴스와 소문이 가진 독은 또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어떤 가짜 뉴스는 더 쉽게 믿어진다. 이미 들어본 적이 있는 핵심 개념이 그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비판적이고 분석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들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내용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한 번 더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신뢰도가 상승한다. 그럴 때 비슷한 소문이 들리면 생각이 단단히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예컨대, '앙겔라 메르켈이 외국으로 나가진 않았지만 익명의 내부자가 말했듯 재산은 외국으로 빼돌렸을지 모른다'라고 말이다.



창작의 자유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30대 후반의 아벨라르는 파리 노트르담 성당 참사회원이었던 풀베르의 똑똑한 열여섯 살(또는 열일곱 살)짜리 조카딸 엘로이즈에게 개인 과외를 해주게 됐다. 스승과 제자는 곧 사랑에 빠졌고 아들까지 낳았다. 분노한 풀베르는 사람을 매수하여 아벨라르를 뒤쫓게 했고 그들은 1118년 또는 1119년경에 아벨라르를 붙잡아 성기를 잘랐다. 그 후 아벨라르는 수도사 서약을 하고 수도원에 들어갔다. 그는 학자로 계속 활동했는데, 훗날 이것이 그에게 불행을 가져왔다. 논리적이고 변증법적으로 신앙의 기초와 신의 존재를 연구하려던 그는 1140년에 이단으로 몰려 클뤼니로 도망갔다가 그곳에서 1142년에 사망했다. 엘로이즈는 수녀가 됐고, 아벨라르가 트루아에 세운 파라클레트 수도원으로 들어가 수녀 원장까지 지내다가 1164년에 세상을 떠났다.

일어난 일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다. 풀베르의 하수인이 아벨라르를 해친 벌로 역시 거세당하고 눈이 뽑힌 반면, 이를 지시한 성당의 고위 성직자 풀베르는 큰 처벌 없이 일시적으로 감봉을 받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논란이 되는 것은 아벨라르와 엘로이즈가 주고받았다고 알려진 편지들과 이들이 신을 기쁘게 하는 인생을 살고자 열정적으로 헌신했다는 내용이다. 이들의 헌신적인 삶과 철저히 세속적인 사랑은 모순을 일으킨다. 이들이 주고받은 편지 중에서도 《나의 고통 이야기(Historia calamitatum)》에 실린, 1133~1134년에 쓰인 것이 유명하다. 네 통의 연애편지는 엘로이즈가 쓴 것이고, 세 통의 편지는 아벨라르가 이상적인 수도 생활에 관해 충고하는 내용을 쓴 것이다. 특이 엘로이즈는 그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자유로운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며 아내보다 정부가 되고 싶다는 편지를 썼다. 또 자신의 사랑을 맹세하며 차라리 지옥에 가겠다고, 그리고 자신들이 '저지른 죄' 때문에 슬퍼하는 대신, '더는 만날 수 없음'에 슬퍼한다고 썼다. 그러니까 엘로이즈는 신에 대한 사랑보다는 아벨라르를 향한 감정이 더 크다고 고백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격정적인 감정의 고백, 내밀한 심정의 토로는 12세기 초의 시대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거나 신앙보다 개인의 만족을 더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을 당시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실제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일기와 편지는 13세기 말의 것이며, 그보다 150년 전에 어디서 누군가가 편지를 썼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게다가 편지에 사용된 어휘와 사고방식, 문체를 분석해보니 편지 전체를 쓴 저자가 둘이 아니라 한 명이라고 판단됐다. 또한 편지 내용에도 아벨라르가 활동했던 시대 상황이나 실제 일어난 사건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들이 있었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편지가 대중에게 알려진 시기는 13세기 말이며, 프랑스 작가 장드 묑이 자유연애를 찬양하는 자신의 소설 『장미와의 사랑 이야기(Roman de la Rose)』에 라틴어로 쓰인 편지 내용을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공개했다. 편지를 발견한 사람이 그였는지 다른 사람이었는지는 그가 직접 편지를 지어 냈을 가능성과 마찬가지로 확인할 길이 없다. 편지를 지어냈다면 고의로, 발견했다면 의도치 않게, 역사 속 (가상의) 사례를 이용하여 자신이 살았던 시대적 갈등을 다뤘을 것이다. 12세기 초에 교환됐다는 편지 내용은 13세기 말에 만연했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지금도 역사 소설의 저자들은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 이들이 묘사하는 과거는 현재의 필요에 따라 모습을 바꾼다.


한때 셰익스피어였던 남자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대중이 사랑하는 희곡을 쓴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셰익스피어의 출생지로 알려져 있다-옮긴이)에서 태어난 상인의 아들은 월리엄 셰익스피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한편,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가 원작자가 아니라는 주장엔 이견이 없다. 그가 300년이나 더 늦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18세기 말, 이 열아홉 살짜리 소년은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을 이용해 문학계를 속이는 데 거의 성공했다. 처음에는 셰익스피어를 몹시 좋아하는 출판업자였던 아버지 새뮤얼 아일랜드를 놀라게 하려고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공증사무실에서 조수로 일하며 공문서 작성에 익숙했던 윌리엄은 셰익스피어의 이름이 담긴 세례증서를 제작했고,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는 이 위대한 작가의 정보를 늘리기 위해 영수증과 법적 기록도 제작했다. 다음으로 셰익스피어 인생의 첫 번째 클라이맥스로서 출판사와 맺은 계약서를 제작했다. 계약서에는 작가의 개인정보가 들어가는데, 윌리엄은 셰익스피어가 스트랫퍼드 출신이라고 썼다.

윌리엄의 아버지는 아들의 서류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고 오히려 열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윌리엄은 자작한 두 편의 희곡을 아버지에게 내밀었다. 앵글족과 색슨족이 영국을 정복하던 시대의 사랑 이야기인 <보티건과 로웨나>와 <헨리 2세>였다. 그러고는 『리어왕』 원본, 『햄릿』 초판본과 함께 연인에게 쓴 시와 편지들을 꺼냈다. 그때까지 수수께끼로만 여겨지던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였다. 윌리엄이 꺼낸 편지들의 수신인은 (당시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남성이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아내 앤 해서웨이였다.


윌리엄의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못했다. 열정적인 출판업자였던 그는 발견된 자료가 진짜라고 믿었고, 전부 출판하기로 했다. 그리고 1796년에 책자를 인쇄했다. 동시에 희곡 <보티건과 로웨나>를 런던의 드루어리레인 극장에 300 파운드에 팔고 수입의 일부를 받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자료가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문학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셰익스피어의 가짜 자료 때문에 아일랜드 부자는 곤경에 처하게 됐다. 비평가 에드몬드 멀론은 1796년 3월 31일에 무려 400쪽에 달하는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정 자료와 법적 문서의 진위에 대한 조사'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아일랜드가 내놓은 법적 문서가 가짜이며 조작된 것이 분명하다는 내용이었다.


이틀 뒤에는 또 다른 문제가 터졌다. 셰익스피어의 나머지 희곡들과 달리 <보티건과 로웨나>가 4월 2일 초연에서 혹평을 받은 것이다. 출판계는 곧 가짜 자료를 출판한 제작자 새뮤얼 아일랜드를 불러 추궁했다. 그는 결백을 주장했고 그의 아들은 잘못을 고백했다. 하지만 둘 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윌리엄의 아버지는 업계에서 유명한 지식인이자 열렬한 셰익스피어 숭배자였던 반면, 윌리엄의 글재주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그가 썼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윌리엄은 아버지에게도 자신이 글을 쓴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나중에 윌리엄이 본명으로 소설을 출판했을 때,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진실이 제자리를 잡기까지는 80년이 걸렸다. 1876년에 대영박물관이 아일랜드 가족의 유산을 사들였고, 그제야 아버지의 결백과 아들의 재능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존재하지 않는 것들

비건 홍합과 숨은 돼지 안심

요즘 사람들은 식당에 가거나 물건을 살 때 인터넷에 남겨진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존한다. 판매자로서는 좋은 평가가 많을수록 이로우므로 평가를 조작할 동기가 있다.


런던의 신문기자 오바 버틀러(Oobah Butler)는 식당 측에서 돈을 받고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ior) 등의 인터넷 포털에 리뷰를 올렸다. 대가를 받고 글을 쓰는 사람이 그 혼자만은 아니었다. 미식사이트에는 흥분한 말투로 음식의 맛과 서비스, 분위기를 칭찬하는 가짜 경험담이 가득했다. 어느 순간 환멸을 느낀 버틀러는 그 일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2017년 5월에 그는 직접 ‘The Shed(오두막)’이라는 감성적인 이름의 레스토랑을 열었고 매력적인 인테리어와 음식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런 뒤 친구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여러 식당 리뷰 사이트에 칭찬 일색의 평가를 올렸다. 그가 레스토랑 홈페이지에 사진과 함께 올린 메뉴판에는 ‘비건 홍합’ 또는 ‘아티초크와 레드와인 타피오카에 숨은 돼지 안심’ 등에 ‘달콤한 자두 베이컨’이 제공된다고 나와 있었다. 인기 레스토랑이 보통 그렇듯이 전화 예약이 몰렸고, 버틀러는 몇 달 치 예약이 밀려 있노라고 양해를 구했다. 다음으로는 레스토랑을 취재하고 싶다는 방송사 취재기자들이 문을 두드렸다. 광고 업체도 서로 광고를 맡겠다며 연락을 해왔다.


11월 1일, 마침내 버틀러는 목표를 이뤘다. 그의 식당이 광고 포털 트립어드바이저가 뽑은, 런던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것이다.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레스토랑의 문을 열었다. 장소는 자기 집 정원이었으며, 손님들을 앉힌 뒤 냉동실에 보관했던 아일랜드 간편식을 꺼내 대접했다.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고, 인터넷에 올라온 평가보다 자기 미각을 신뢰하는 사람도 없었다. 자기가 앉아 있는 레스토랑이 가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물론 없었다.


영리한 오바 버틀러는 가짜 레스토랑 리뷰를 이용해 가짜 레스토랑을 만들었고, 자신의 오감보다 외식업체 평가 플랫폼과 타인의 평가를 더 믿는 사람들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역사 속 이야기 I

니데라우의 주피터

1972년, 독일에서는 지역신문뿐 아니라 독일 대표 일간지 「프랑크 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도 새롭게 발견된 귀중한 유물을 대서특필했다. 발견된 것은 수염으로 뒤덮인 남성 또는 신의 얼굴이 조각된 12센티미터 길이의 토기 마스크다.


9월 5일, 고고학자 겸 언론인 롤프 호만의 조수는 독일 헤센 남부에 있는 마인-킨치히강 유역에 있는 도시 니데라우의 헬덴베르겐 요새 구역에서 발굴 작업을 하다가 '니데라우의 주피터'를 발견했다. 오래된 옛 성채에서 로마 시대의 흔적을 찾는 중이었다. 대중은 새로운 발견에 크게 놀랐으나 유물을 발견한 헬덴베르겐의 발굴 작업자 프리델 에버하르트는 웃음을 참느라 애써야 했다. 그 귀중한 유물은 자신이 지중해로 휴가를 갔다가 어느 기념품 공방에서 자신의 얼굴을 본떠 만들어달라고 의뢰해서 만든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우물에 독을 타는 자들!

12세기부터 기독교인들은 유대교가 종교의식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는 소문을 믿었다. 유대인들이 폭력이나 재력으로 어린 기독교인 소년을 납치하거나 사서, 그리스도의 고난을 조롱하기 위해 고문하고 죽인 뒤 소년의 피를 자신들의 종교의식에 희생 제물로 사용하거나 의심스러운 의료 용도로 사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끔찍한 소문은 영국에서 시작되어, 대륙으로 건너가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퍼지고 심지어 중동까지 퍼져나갔다.


이 거짓 이야기는 비교적 최근에도 유포된 적이 있다. 과거 나치스 정권의 선동 잡지 「슈튀르머」는 이 소문을 부활시켜 1946년 7월 4일에 폴란드 도시 키엘체 시민들을 자극했다. 가톨릭 신자였던 한 청년이 종교의식을 위해 살해당했다는 기사가 나갔고, 이 혼란 속에 유대인 42명이 학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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