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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쇼크

저   자
최강석
출판사
매일경제신문사
가   격
15.000원(368쪽)
출판일
2020년 03월
도서정보


■ 책 소개

 

인류를 위협한 최초의 바이러스부터 메르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우리는 바이러스로 인한 재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우한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그렇지만, 늘 그랬듯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예측하지 못한 경로를 통해 나타난 새로운 병원체가 문제를 일으킨다. 2003년 중국 사스 때도, 2015년 메르스와 2016년 지카 바이러스 때도 치명적 바이러스에 속수무책 당하고 말았다. 인류와 변종 바이러스의 전쟁, 알아야 제대로 막는다.

 

이 책은 바이러스의 역사와 탄생 계기부터, 최근 자주 출현한 박쥐 바이러스의 정체까지 재앙의 해답을 충실히 담았다. 나아가 바이러스를 예방하고 대처하는 방법 또한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 전염병 전문가이면서 세계적으로 전염병 연구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바이러스에 대한 궁금증을 남김없이 해소해준다. 바이러스의 정체와 미생물의 역사, 신종 바이러스의 탄생 계기, 오래전부터 인류와 공생해 온 바이러스의 역사, 그리고 어떻게 인류에게 위협을 가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문적이면서 이해하기 쉽도록 전개한다.

 

■ 저자 최강석
저자 최강석은 동물전염병 국제전문가이자 수의바이러스 학자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동물전염병 예방연구를 전공으로 동대학원에서 석사, 충북대학교 수의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초빙교수를 역임하였고 프랑스 국제농업개발협력센터 등에서 아프리카 전염병 연구를, 한국국제협력단 수의전문가로서 몽골 정부의 구제역 방역 기술지원 활동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세계동물보건기구 전염병 전문가로서 동물바이러스 전염병의 국제적인 확산 방지를 위하여 다양한 국제협력 기술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동물과 사람의 전염병 관련 100여 편의 연구논문과 특허를 발표하는 등 지금도 전염병 연구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저서로는 『바이러스의 습격』 『바이러스 이야기(공저)』 『Newcastle Disease(영어, 스페인어, 터키어 동시출간)』 『전염병의 위협, 두려워만 할 일인가(역서)』 등이 있다.
 
■ 차례

추천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가장 궁금한 10가지
프롤로그

 

제1장 박쥐로 시작된 인류 대재앙의 공포
01 ㅣ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간 메르스 바이러스, 진범은?
02 ㅣ 치사율 60% 에볼라 바이러스의 출발은 과일박쥐였다
03 ㅣ 중국 대륙을 덮친 사스 바이러스의 범인은 사향고양이?
04 ㅣ 신종 코로나, 사스, 에볼라… 재앙급 바이러스, 박쥐가 주범일까?
쉬어가는 페이지 l 인류를 공포로 몰아간 바이러스 전염병 유행의 역사

 

제2장 바이러스, 두려움의 실체를 파헤쳐라
01 ㅣ 바이러스,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02 ㅣ 바이러스를 알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미생물의 역사
03 ㅣ 생활 도처에 함께 숨 쉬고 있는 바이러스
쉬어가는 페이지ㅣ 영화 〈감기〉에 등장한 치사율 100%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의 공포

 

제3장 바이러스, 어떻게 인류를 위협하는가?
01 ㅣ 판데믹, 에피데믹, 그리고 엔데믹
02 ㅣ 평범하게, 하지만 끔찍하게 일상에 다가온 바이러스
03 ㅣ 생명을 지키는 강력한 힘, 면역 시스템
04 ㅣ 반갑지 않은 바이러스의 습격
쉬어가는 페이지 l 영화 소재로 애용되는 ‘좀비 바이러스’의 실체는?

 

제4장 신종 전염병, 지구촌을 위협하다
01 ㅣ여전히 위험한 화약고: 신종 전염병 출현 위험 요소들
02 ㅣ 야생의 습격: 위험의 진원지
03 ㅣ 하루면 충분한: 전염병 세계 확산의 여건
04 ㅣ 쓰나미 같은: 전염병의 무시무시한 확산속도
쉬어가는 페이지 l 바이러스를 보는 현미경은 집채만 한 현미경이다?

 

제5장 신종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우리의 노력
01 ㅣ 먼저 할 일: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것
02 ㅣ 하루 만에 진범 찾기: 유전자 검사기술이 가져온 진단 혁명
03 ㅣ 진범만큼 위험한: 잠재적 위험요소 찾기
04 ㅣ 지구촌 감시자들: 전염병 조기경보 시스템
05 ㅣ 치명적 진범 찾기: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비장의 무기들

 

에필로그
참고문헌

 



도서요약


바이러스 쇼크


박쥐로 시작된 인류 대재앙의 공포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간 메르스 바이러스, 진범은?

낙타의 수난

낙타가 사람에게 메르스를 옮기는 데 주범 역할을 했다는 증거는 여러 곳에서 나왔다. 실제로 중동 지역 메르스 환자들을 대상으로 감염 경로를 분석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병원 내 감염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감염자들은 낙타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중동 지역 농가에서 사육하는 여러 가축들을 조사했을 때, 낙타에게서만 유일하게 메르스 감염 증거인 항체가 나왔다. 중동 지역 낙타 대부분은 메르스 바이러스 항체를 보유하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어린 낙타에게서는 메르스 바이러스까지 검출되었다. 이러한 증거들만으로도 사람에게 메르스를 옮기는 동물이라는 범인으로 몰기엔 충분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람의 감기 바이러스처럼, 낙타가 원래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일까? 왜 지금에서야 메르스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일까? 평생 낙타와 살았던 농민들이 지금 메르스에 걸리는 이유는 뭘까? 무엇이 문제일까?


여기에서 우리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신종 바이러스가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넘어오기 위해서는 종간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따르는 과정은 돌연변이나 바이러스 간 재조합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그럴듯한 가능성은 낙타 코로나 바이러스가 2012년에 어떤 환경적 변화에 의해 사람에게 감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로 갑작스러운 변신이 일어났다고 추정하는 것이다. 과거의 신종 바이러스에서도 그러하듯이, 사람 바이러스로의 변신은 원래 그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자연숙주 동물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자연숙주와 사람 간 바이러스를 연결하는 중간 전파 매개체 동물 몸속에서 일어난다. 숨어있는 배후가 있다.


숨어있는 배후

사실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를 분리했던 당시부터 이미 과학자들의 이목은 야생 박쥐를 향하고 있었다. 이 바이러스가 박쥐 바이러스, 사스 바이러스와 같은 부류의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과학자들은 사스의 기억을 떠올렸다. 실제 메르스 바이러스라고 명명하기 전에는 사스 유사 바이러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스가 유행할 당시 재래시장 사향고양이가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단독 범인으로 몰렸지만 나중에 중간 전파 매개체 동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스 바이러스의 기원은 중국 남부 지역 동굴에 사는 중국관박쥐라는 사실이 지속적으로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지자 중동 지역에 서식하는 어떤 박쥐종이 메르스 바이러스 기원 동물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건 박쥐 바이러스야!" 필자 또한 그렇게 예측했다.


예상했던 대로 결과는 적중했다. 박쥐 검체에서 2종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그중 코로나 바이러스 한 종이 비샤 지역 빈집에 서식하던 이집트 무덤박쥐 한 마리에서 발견되었다. 이 바이러스 유전자의 일부는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와 일치했다. 그러나 이집트 무덤박쥐가 메르스 바이러스를 퍼트린 진범이라고 확신하기에는 확인된 증거가 아직까지도 완전하지 않다. 박쥐 바이러스를 세포배양으로 분리배양하는 데 실패했고, 바이러스 게놈의 중요 유전자 대부분이 분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사스, 에볼라… 재앙급 바이러스, 박쥐가 주범일까?

푸시&풀, 신종 전염병의 계속되는 출현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자연 숙주라고 불리는 동물 집단 내에서 그 바이러스가 효율적으로 유지되고 있어야 가능하다. 자연 숙주 집단 내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유행하기 위해서는 감염 개체가 최소한 다른 한 개체 이상의 개체를 감염시켜야 바이러스 유행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한 개체가 감염시킬 수 있는 평균 개체 수를 뜻하는 전문 역학용어로 이것을 ‘기본감염재생지수’라고 한다. 기본감염재생지수가 높을수록 전염력은 강하게 나타나며, 반대로 낮을수록 바이러스 전염이 급격히 떨어진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들은 고유한 자연 숙주의 틀 속에서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 바이러스가 자연 숙주 동물에서 다른 숙주 동물 종으로 전이될 수도 있다. 이것을 우리는 ‘스필오버’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바이러스가 기존의 숙주 영역 범위를 벗어나 새로운 동물종으로 스필오버하는 것은 거의 일어나기 힘든 사건이다. 종간 장벽이라는 커다란 장애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키우고 있는 반려견이 혹시 개 홍역에 걸리더라도 주인이 그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그 때문이다. 특정 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을 뛰어넘어 스필오버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과 전염 조건이 나타날 수 있는 효율성 간 절묘한 접점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스필오버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자연 숙주와 새로운 숙주 간의 빈번한 접촉이 존재해야 그 개연성이 높아질 수 있다. 우연히 한두 번 접촉했다 해서 쉽게 바이러스가 넘어오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접촉할 기회가 많을수록, 보다 긴밀하게 직접적으로 접촉할수록 스필오버의 티켓을 쥐어 잡을 확률이 올라간다. 또한 스필오버의 기회는 그 동물 종에서 감염될 수 있도록 바이러스가 구조적 변화(변이)를 일으킬 때 제공된다.


중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경우에도 그러한 흔적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2020년 1월 펭 조우 등 중국 과학자들이 밝혀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에 의하면, 유전자 일부(특히 Orf3b)가 박쥐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그 어떤 바이러스와도 일치하지 않았다. 사스 바이러스처럼 사람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제3의 바이러스와 뒤섞임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 유전자를 어떻게 획득했는지는 바이러스 출현 경로를 찾아내고, 그 경로를 차단하고자 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제3의 바이러스를 가진) 중간매개 동물이 무슨 동물 종인지 그것을 밝혀내야 하는 것이 과학자들에게 숙제로 남겨졌다. 뱀이나 밍크 등이 그러한 중간 매개 동물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확정적인 단서라기보다는 그저 추정에 불과하다. 아마도 그 중간매개 동물은 사람과 자주 접촉하는 어떤 포유동물일 가능성이 크다. 과학자들이 밝혀내야 할 숙제다.


반복되는 신종 바이러스 출현, 박쥐가 주범?

사실 오래 전부터 박쥐는 코로나 바이러스 이외에도 사람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상당수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바이러스가 광견병 바이러스다. 전 세계 수많은 박쥐 종들이 광견병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 박쥐에 물리거나 접촉을 통해, 또는 박쥐로부터 감염된 개, 너구리 같은 2차 동물 등에 물려서 걸리는 공수병으로 전 세계에서 매년 5만 5,000여 명이 사망한다. 중국 사스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호주 헨드라 바이러스, 말레이시아 니파 바이러스, 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등 사람에게 치명적인 신종 바이러스의 기원으로 박쥐를 지목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중남미 지역 박쥐 종들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조상에 해당되는 바이러스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소한 신종 바이러스에 관한 한 박쥐를 빼놓고 논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박쥐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바이러스들을 보유할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사람에게 치명적인 박쥐 바이러스가 왜 그렇게 자주 출현할까?


지구상에 존재하는 박쥐는 약 5,250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 서식해 왔다. 박쥐가 진화하면서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박쥐의 몸속에 침투했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 박쥐의 몸속에 정착하는 데 성공하면서 박쥐와 바이러스는 긴 공생관계의 틀을 유지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아마도 오늘날 사람 신종 바이러스들이 그러한 과정을 거쳐 박쥐와 공생관계를 이루는 데에 성공했을 것이며, 그 결과로 박쥐는 거대한 바이러스 저수지인 자연숙주 역할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박쥐의 집단 무리생활과 긴 수명은 바이러스가 그 집단에서 유행을 유지하는 데 이상적인 여건을 제공한다. 박쥐는 사회적 동물이라서 집단 생활을 한다. 소형 박쥐들은 대개 한 동굴에 수백만 마리가 같이 살 수 있으며, 심지어 여러 종의 박쥐 종들이 서식할 수도 있다. 반면 대형 박쥐들은 소규모 무리 집단을 형성하며 집단 간 주기적인 교류도 행한다. 신체활동이 왕성한 번식기 동안 이러한 집단생활은 박쥐 개체 간 긴밀한 신체적 접촉을 통하여 바이러스의 전파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게 한다.



바이러스, 어떻게 인류를 위협하는가?

판데믹, 에피데믹, 그리고 엔데믹

21세기 최초의 판데믹

2009년 6월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소집된 세계보건기구 전문가 비상회의에서, 사무총장 마거릿 찬은 세계 신종플루 사태를 전염병 최고 경보단계 6(판데믹,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격상시켰다. 세계보건기구는 멕시코로부터 처음 신종플루 발생 보고를 받자마자 경보단계3을 선언했다. 신종플루 감염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자 그해 4월 27일 전염병 경보단계4로 격상시킨 후, 4월 29일 '대유행이 임박했음'을 뜻하는 단계5로 다시 격상시켰다가 6월 11일 판데믹 단계를 선언했다. 세계보건기구가 2009년 4월 23일 멕시코와 미국 정부로부터 신종플루 발생 현황을 처음 보고 받은 지 50일 만에 내린, 이례적으로 신속한 결정이었다. 인플루엔자 판데믹 선언은 1968년 홍콩 독감 대유행 이후 41년 만이었다.


2009년 신종플루를 포함하여, 인류 역사에서 판데믹을 일으킨 인플루엔자들은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계절 독감과 달리, 판데믹을 일으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그 당시 지역사회에서 과거에 노출된 적이 없는, 그래서 사람 면역체계에는 생소한 신종 바이러스였다. 이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 과정의 공통점은 조류, 특히 야생조류가 가진 바이러스가 농장 인부와의 접촉이 일상화되어 있는 농장 돼지로부터 발생했다는 점이다. 즉 이 바이러스는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또는 계절 독감 등의 사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서로 뒤섞여 재조합을 일으킨 후, 사람 간에 전염이 쉽게 일어나는 신종 인플루엔자로 탄생한 것이다. 2009년 봄, 멕시코에서 처음 출현한 신종플루도 이 같은 출현 과정을 거쳐 탄생한 신종 바이러스이다.

인류 역사에서 인플루엔자는 언제나 판데믹의 대명사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동물로부터 사람으로 넘어온 신종 바이러스이다. 그래서 인플루엔자 독감에 대해서는 판데믹 기준이 매우 분명하게 규정되어 있다. 그 기준에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인플루엔자 유행과 판데믹 가능성을 감시하는 국제 네트워크 체계는 사람 집단에서뿐만 아니라 동물단계에서부터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으며, 어떤 전염병보다도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2005년 5월 이후부터 세계보건기구는 동물 유래 인플루엔자가 판데믹으로 발전하는 전염병 경보단계를 6단계로 규정하여 인플루엔자 발생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단계1은 동물에게만 바이러스 전염이 이루어지는 단계, 단계2는 에피데믹이라고하는 야생 또는 가축에서 유행하면서 사람 감염이 가능해 잠재적 판데믹 위험이 존재하는 상태이다. 단계3은 사람들 사이에서 간헐적 감염이 있지만, 매우 밀접한 접촉이 있는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사람 간 감염이 이루어져 지역사회 유행은 일으키지 않는 상태, 단계4는 사람 간 전염이 이루어져 지역적으로 유행하는 초기 단계이다. 단계5는 전염이 널리 퍼져 최소 2개국에서 병이 유행하여 판데믹에 임박한 상태, 최고 단계6은 판데믹이라고 하며 다른 대륙이나 지역에서 최소한 1개국 이상 유행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신종플루는 최고 단계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고, 2009년 6월 판데믹을 선언한 직후 보란 듯이 지역사회 유행은 폭발적으로 이루어졌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 신종플루 감염자 수 집계를 포기했다. 많은 나라에서 이미 지역사회 유행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환자 집계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이었다.


평범하게, 하지만 끔찍하게 일상에 다가온 바이러스

결코 걸리고 싶지 않은, 자궁경부암

2013년 3월 3일, 중국의 촉망받는 젊은 여배우 쑹원페이가 자궁경부암에 걸려 27세 나이로 요절했다. 20대에서 암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중국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중국의 촉망받는 여배우를 죽음으로 몰아간 범인은 바이러스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 바이러스다. 잘못된 식습관, 발암 물질, 유전적 요인 등이 주된 발암 원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지만 바이러스도 암을 발병하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전 세계 여성에게서 두 번째로 흔하게 나타나는 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잘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서 매년 50만 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에 걸리고, 이 중 절반이 사망한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매년 4,000여 명의 여성에게서 자궁경부암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생활을 시작하는 20~30대에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걸렸다가 수년에서 수십 년의 잠복기를 거쳐 40대 중후반 이후에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하는 게 일반적이다. 오늘날 여성들의 성경험 평균 연령이 낮아지면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에게서도 자궁경부암 발생이 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자궁경부 점막 상피세포에서 증식하며, 성관계를 통하여 주로 전염된다. 전 세계 여성의 3분의 2 이상이 일생 동안 최소한 한 번 이상 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이다. 대한부인종양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여성 3명 중 1명꼴로 34.2%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18~29세의 여성에게서는 2명 중 1명꼴로 49.9%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걸렸다 하더라도 90% 이상의 감염자는 자신이 걸린지도 모를 정도로 가볍게 감염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이 중 고위험군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성 환자의 일부는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한다. 현재까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고위험군 바이러스로는 최소 16종(16, 18, 31, 33, 35, 39, 45, 51, 52, 56, 58, 59, 66, 68, 69, 73번)이 있고, 특히 16, 18번 바이러스가 전 세계 자궁경부암 환자의 70% 이상 암을 일으킨다.


침묵의 살인자, 간암

일반인 상당수는 간암의 주된 원인이 지나친 흡연이나 과음 등일거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간암 환자의 70%는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몸속에 가지고 있다. 즉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암의 주범인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전 인구의 3%인 약 150만 명이 B형 간염 보균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고 간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즉 25억여 명이 살아가는 동안 한 번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걸린다고 한다. 그중 매년 75만 명이 사망하며 이들 중 거의 절반은 간암으로 진행되어 목숨을 잃는다. 즉 실제로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간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 보균자의 약 0.01%인 극소수가 간암으로 진행된다.

B형 간염에 걸리는 경로는 다양하다. 일반인 상당수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히 식사모임에서 잔을 돌리거나 찌개 혹은 국 같은 음식을 같이 먹다가 걸리는 것은 아니다. B형 간염 환자와의 성적 접촉, 감염 혈액 수혈, 면도기, 주사기 등 기기 공동사용, 감염자 체액의 상처 부위 노출 등을 통해 감염자 혈액이나 체액에 노출될 경우에 감염될 수 있다. 그러나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무조건 큰 일이 나는 것은 아니다. 성인이 B형 간염에 걸린다 하더라도, 95% 이상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낫는다. 중요한 것은 B형 간염 항체가 체내에 생성되면 다시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걸려 자신도 모르게 나았다면 평생 동안 B형 간염에 걸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100명 중 일부 몇 명만이 운이 없게도 간염을 앓게 된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회복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드물게는 B형 간염이 진행되어 간이식이 필요한 상황이 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성인 감염의 경우 B형 간염이 만성 감염으로 진행될 확률은 1% 미만으로 극히 낮다. 문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미이다.



신종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우리의 노력

먼저 할 일: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것

마스크의 시대, 전염병을 통제하다

실제로 마스크가 사스 예방에 효과적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마스크는 사스 같은 호흡기 질병의 확산을 저지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된다. 독감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크고 작은 수십만 개의 직경 0.1㎛ 내지 100㎛ 물방울이 뿜어져 나온다. 이때 분비되는 가래나 타액에는 다량의 바이러스가 들어있다. 안면 마스크는 감염자가 내뱉은 구강 분비물이 입과 코를 통해 들어가는 것을 차단해주고, 감염자가 생활환경으로 내뱉는 것 또한 막아준다. 실제로 2003년 베트남에서 사스 유행 당시 니시야마 박사가 실시한 사스 발생병원 사례연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입원 환자가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보다 사스에 걸릴 위험이 12.6배나 높았다고 분석했다.


사소하나 중요한 개인위생

전염병이 유행할 때 개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노력은 제한되어 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위생이다. 개인위생이 왜 중요할까? 예를 들어보자. 어느 주말, 외출을 하면서 하루 동안 여러 사람이 접촉하는 곳을 필자가 얼마나 만지는지 스스로 관찰해 보았다. 집 밖을 나서자마자 승강기 버튼을 눌렀다. 버스를 타면서 손잡이를 잡고, 하차 버튼도 눌렀다. 전철을 타면서도 손잡이나 좌석에 손을 댄다. 가끔은 전철 철기둥을 손으로 잡았다. 지인을 만나는 식당에서 식당 문손잡이를 잡고, 테이블 호출 버튼을 눌렀다. 화장실에 가서는 볼 일을 본 후 변기 버튼을, 세면대 앞에서 손을 씻기 위해 손잡이를 당겼다. 어디를 가든 항상 필자의 손은 남들이 만진 곳을 만지느라 분주했다. 필자의 손은 단지 주변에 존재하는 물건만 만지는 것은 아니었다. 수시로 얼굴을 만졌고, 코를 만졌고, 입에도 손을 갖다 대었다. 누군가가 만진 곳을 필자가 수시로 만지고 있었다. 손으로 물건을 만지고, 그 손을 얼굴에 갖다 대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다. 만약 감염자가 만진 곳이라면 바이러스가 필자의 손에 묻을 수 있고, 그 손으로 얼굴이나 입, 코를 만지면 그 병원균이 몸속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메르스나 사스 같은 신종 전염병은 감염 환자의 기침이나 가래 등을 통해 병원균이 잔뜩 배출된다. 그런 분비물이 묻은 곳을 수시로 만지는 손이 감염의 주된 핵심 수단이다.


사회생활을 할 때, 외출했다 돌아왔을 때, 어디서든지 손 씻기 등 개인위생만 제대로 지켜도 손에 묻은 병원균의 80% 이상이 제거된다. 당연히 그러한 위생적인 생활을 통해, 감염의 위험은 훨씬 줄어든다. 겨울철 독감이 유행할 때나 신종 전염병이 유행할 때, 단지 손 씻기 운동 등을 말만 하지 말고 왜 개인위생을 지켜야 하는지 가상 시뮬레이션 영상으로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홍보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면 일반 대중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피부로 와 닿지 않을까?


진범만큼 위험한 잠재적 위험요소 찾기

사막에서 바늘 찾기

오늘날 과학과 의학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종 바이러스 전염병의 출현을 예측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신종 바이러스 자체가 과거에 출현한 적이 없는, 그래서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돌발변수이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법칙에 의존해서 신종 전염병의 출현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분명히 이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데에는 인과관계가 되는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가 그러한 돌발 변수를 잡아내는 데 여전히 서투르다. 신종 바이러스가 언제, 어느 지역에서 어떤 생물학적 경로로 출현할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신종 바이러스 출현을 대비할 수 있는 사전 준비 태세 없이, 사후약방문 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그 후속 폭풍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신종 바이러스를 감시하는 진단검사 방법을 구축해야 하고, 그 바이러스가 어느 동물에서 왔는지, 얼마나 전염력을 가지고 있는지, 사람 간 전염이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전염이 되는지, 얼마나 치명적인지, 바이러스 치료제 적용이 가능한지 등 바이러스 정체를 파헤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래서 바이러스의 출현을 예측할 수 있도록 우리의 경험치를 넓힐 수 있다면 우리는 잠재적인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예측하고 인지하며 잠재적 위험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신종 바이러스 출현을 예측할 수 있는 경험치 영역을 어떻게 넓혀갈 수 있을까?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포유류 중 가장 종류가 많은 것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설치류와 전체의 4분의 1인 박쥐류이다. 이 포유류 동물들은 엄청난 생물학적 다양성만큼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바이러스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최소 68개의 설치류 바이러스와 최소 61개의 박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돼 치명적인 위험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02년 중국에서 사스 바이러스 출현 후 박쥐 바이러스 수집활동이 왕성하게 진행되어, 전 세계에서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만 390종 이상 수집됐다. 심지어 2012년 과테말라 숲 속에 사는 박쥐에게서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과연 수집된 바이러스들이 인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잠재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이다. 예를 들면 몇 년 전, 중미 지역 과테말라 산림의 박쥐로부터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수집됐다. 그 바이러스가 인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지, 자연계에만 존재하여 사람에게는 하등의 해를 주지 않는 그저 그런 바이러스일지 알 수 없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사람에게 직접 주입해서 실제 감염이 가능한지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게 직접 실험할 수는 없다. 가능하지 않다. 일부 바이러스의 경우 사람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졌는지 아닌지를 대체 실험 동물을 통해 평가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체에 해로운지 그 잠재성을 평가하는 데에는 족제비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런 경우 매우 제한적이고 우주복 같은 완전차단 방역복을 착용 후 음압시설이 갖추어진 밀폐 실험실에서, 수집된 미지의 바이러스 수천 종을 일일이 다 검사하는 것도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사람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들은 중간 매개체 동물과 빈번한 접촉을 거치며 동물 수용체에 맞도록 구조변경을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동물에 바이러스가 적응하게 된다. 그 이후 동물과 사람이 빈번한 접촉을 하면 같은 방식으로 사람에게 적응하도록 돌연변이를 통해 바이러스의 구조변경이 이루어져왔다. 이런 연유로 자연계에서 수집한 야생의 바이러스를 인간을 위협하는 잠재적인 바이러스 리스트에서 마냥 배제할 수는 없다. 그것을 평가하는 기술적 문제를 극복하기란 쉬운 것은 아니다. 아직도 머나먼 길이기는 하지만, 향후 우리가 그런 측면까지 평가하고 야생에 숨어있는 바이러스를 대부분 찾아낸다면, 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넘어오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효율적인 감시 도구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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