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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래가 온다

하이컨셉·하이터치 시대

새로운 미래의 중심에 ‘우뇌’가 있다

뇌의 밑부분에는 두려움이나 혐오 등의 감정들을 처리하는 ‘편도(amygdalas)’라는 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기관은 좌뇌와 우뇌 밑에 각각 아몬드 모양으로 자리 잡고, 우리에게 가해지는 위협을 감지하며 신호를 보낸다.

학습 창고 좌뇌 직관 우선 우뇌

나중에 뇌 스캔 결과를 보고 안 사실이지만 얼굴 표정을 볼 때는 우측 편도가 좀 더 활발한 활동을 했다. 반면에 내가 특정한 장면을 봤을 때는 좌측 편도가 더욱 활동적(물론 한쪽의 편도가 보다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하여 다른 쪽의 편도가 쉬고 있는 것은 아니다)이었다. 말하자면, 사람의 얼굴 표정을 볼 때는 우뇌가, 특정한 장면을 볼 때는 좌뇌가 활발하게 운동하는 것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

‘저것은 총이다. 총은 위험하다. 한 남자가 나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이는 두려운 상황이다.’ 이런 논리 사슬을 만드는 것이 바로 왼쪽 뇌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좌측 편도가 최종적인 판단을 내린다. 이것이 바로 좌반구의 역할이다.

반면에 사람의 표정을 인식할 때는 오른쪽 뇌가 더 많이 활동한다.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듯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고 표정을 해석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오른쪽 뇌다. 오른쪽 뇌는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통해 그의 기분을 읽어낸다. 기쁘다, 슬프다, 화가 났다 등. 오른쪽 뇌의 이러한 기술을 왼쪽 뇌처럼 분석적인 추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의 각 부분을 종합적으로 해석(먼저 눈을 보고, 그 다음에 코를 보고, 그 다음에 치아를 보는 것이 아니다)하고, 이를 통합해 결론을 이끌어낸다.

좌뇌는 논리ㆍ연산ㆍ언어ㆍ분석 능력, 우뇌는 종합ㆍ감정 표현ㆍ맥락 그리고 큰 그림을 담당한다. 또한 좌측 뇌는 학습에 의해 그 기능이 좀 더 우수해지는 데 반해, 우뇌는 학습적인 경험과는 그다지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좌뇌와 우뇌의 역할

우리의 좌뇌와 우뇌는 마치 온ㆍ오프 스위치가 달려 있어서 한쪽 불이 꺼지면 곧바로 다른 한쪽 불이 켜지는 것처럼 작동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좌뇌와 우뇌는 거의 함께 작동하고 있다. 좌뇌와 우뇌에 대한 지난 30년 동안의 연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1. 좌뇌는 우리 몸의 오른쪽을, 우뇌는 왼쪽을 통제한다

우리의 양쪽 뇌는 각각 서로 반대쪽 몸의 절반을 통제하고 있다. 오른쪽 머리를 가격당하면 왼쪽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왼쪽 머리를 가격당하면 오른쪽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게 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약 90퍼센트에 이르는 사람들이 오른손잡이라는 사실은 90퍼센트에 이르는 사람들의 좌뇌가 글씨를 쓰고, 먹고, 컴퓨터 마우스를 조작하는 등 중요한 움직임을 관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알파벳 등 문자가 발명된 서구에서는 끊임없이 머리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행동(이 책을 읽는 동안 자신의 머리 움직임을 살펴보라)을 반복해 왔다는 것이다. 이는 좌뇌를 훈련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2. 좌뇌는 순차적이고, 우뇌는 동시적이다

좌뇌는 소리와 상징을 순차적으로 처리한다. 여러분은 이 문장을 읽으면서 ‘여러분은’에서 출발해 ‘이 문장을’로 이동하는 동안 글자 하나하나. 글자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를 순차적으로 해독한다. 우뇌는 사물을 동시에 인식한다. 기하학적인 형태의 모양을 보고 이를 감지한다거나, 어떤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한다. 또한 사람의 표정을 종합적으로 읽어냄으로써 상대방의 기분을 파악한다. 이는 인간이 컴퓨터와 비교했을 때 우위를 보이는 몇 안 되는 강점이기도 하다.

3. 좌뇌는 본문 해석에 강하고, 우뇌는 맥락에 강하다

인간의 언어적 능력 대부분은 좌뇌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다른 많은 행동등과 마찬가지로 언어 활동에 있어서 우뇌가 모든 책임을 좌뇌에 넘긴 것은 아니다. 즉, 양쪽 뇌가 동시에 역할을 수행한다.

어느 날 밤, 남편과 아내가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저녁을 준비하던 도중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를 깜박 잊고 사오지 않았음을 아내가 깨달았다고 하자. 그리고 그녀가 입술을 일그러뜨리면서 자동차 열쇠를 집어 들더니 불만 섞인 목소리로 “가게에 좀 다녀올게” 라고 말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뇌손상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내가 한 말에서 2가지를 인식한다. 첫째, 그녀는 지금 슈퍼마켓으로 향하고 있다. 둘째, 그녀는 심기가 불편하다. 여러분의 좌뇌는 아내가 한 말을 통해 첫 번째 부분을 이해한다. 그러나 우뇌는 아내의 말에서 두 번째 측면을 이해한다. 아주 단순히 표현하자만 좌뇌는 말하는 내용 자체를 다룬다. 반면에 우뇌는 어떻게 말하느냐, 즉 비언어적인 요소로서 흔히 어조와 표정을 보면서 읽을 수 있는 감정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을 준비

다가오는 미래는 좀 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한다. 지금 시작되고 있는 거대한 변화의 모습은 결코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껏 우리 시대는 정보를 잘 다루고 분야면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사람이 성공하고 인정받는 ‘지식근로자’의 시대였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물질적 풍요는 정신적 가치에 대한 열망을 심화시키고 있다. ‘세계화’는 화이트칼라의 업무를 해외로 이전시키고 있으며, 과학기술의 발달은 일부 직종을 아예 사라지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시대는 다양한 형태의 사고와 삶에 대한 접근을 통해 활기를 얻는다. 또한 내가 하이컨셉ㆍ하이터치 재능이라고 이름 붙인 능력들을 장려하고 있다.

‘하이컨셉’은 패턴과 기회를 감지하고, 예술적 미와 감정의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며, 훌륭한 이야기를 창출해내고, 언뜻 관계가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과 관계가 있다. ‘하이터치’란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미묘한 인간관계를 잘 다루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잘 유도해내고, 목적과 의미를 발견해 이를 추구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

미래 인재의 6가지 조건

디자인 - 하이컨셉·하이터치 시대의 핵심 능력

디자인을 무시하기는 쉽다. 이를 단순한 장식쯤으로 폄하하거나, 값싼 치장을 통해 물건이나 공간의 진부한 모습을 숨기는 역할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디자인의 본질을 오해하는 처사다.

디자인은 양쪽 뇌를 사용하는 새로운 사고의 가장 대표적인 재능(적성)이다. 헤스킷의 표현을 빌리자면 “디자인은 ‘효용’과 ‘의미’의 결합”이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독자들의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읽기 쉬운 브로셔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효용이다. 그러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글자만으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생각이나 감정 또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의미’다.

디자인(의미에 의해 효용이 제고된)이 개인적 만족과 직업적 성공에 긴요한 하이컨셉 재능으로 떠오른 데는 적어도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물질적 번영과 기술의 발전으로 예전보다 좋은 디자인을 접할 기회가 늘어났다. 이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디자인에서 얻는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 둘째, 물질적 풍요의 시대에 디자인은 차별화 수단이자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다는 의미에서 현대 비즈니스의 주요 요소가 됐다. 셋째,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 감수성을 개발하면서 점점 더 궁극적인 목적(세성의 변화)을 위해 디자인을 전개해나갈 것이다. 

디자인이 창조하는 새로운 시장

디자인의 대중화는 비즈니스의 경쟁논리를 바꿔놓았다.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가격이나 품질, 또는 이 2가지 요소의 결합을 통해 서로 경쟁해 왔다. 하지만 오늘날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은 단순히 비즈니스란 게임의 기본 요소일 뿐이다 시장에 참여하기 위한 입장권을 얻는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일단 기업들이 이 같은 기본 요구조건을 충족시키고 나면 기능이나 가격적인 면보다는 기발함, 아름다움, 의미 등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요소를 갖고 경쟁해야 한다.

자동차도 좋은 예다. 미국에는 운전자보다 자동차가 더 많다. 이 말은 자동차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미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쟁이 치열한 탓에 자동차 가격은 내려가고 품질은 올라갔으며, 이제 디자인만이 소비자의 결정을 좌우하는 핵심기준으로 남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휴대전화는 사치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성을 표현하는 필수 액세서리가 됐다. 요즘 소비자들은 자기 얼굴에 치장을 하듯 휴대전화의 화면을 꾸미고 원래 기능과 관계없는 것에 돈을 쓰고 있다. 사람들이 벨소리를 꾸미는 데 들인 돈은 연평균 35억 달러에 이른다.

디자인의 경제적 효과 중에서 가장 잠재성이 높은 것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풍요ㆍ아시아ㆍ자동차의 힘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빠른 시간 내에 대중화시키다. 따라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롭게 혁신하고, 새로운 소비시장을 창조하며, 파올라 안토넬리의 말처럼 “사라지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뭔가를 갖고 있어야 한다.

스토리 - 소비자를 움직이는 제3의 감성

스토리가 세상을 움직인다

스토리는 일부 꾸며 낸 것인 반면, 팩트는 진실이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 또한 스토리는 우리를 즐겁게 해주지만 팩트는 계몽한다고 인식한다. 스토리는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반면 팩트는 무언가를 밝혀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2가지 면에서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첫째, 스토리와 팩트에 대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실제로는 전혀 반대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스토리는 사실을 좀 더 쉬우면서도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만든다. 둘째, 하이컨셉ㆍ하이터치 시대의 스토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고방식은 아마도 여러분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위험에 빠뜨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그동안 스토리보다 팩트를 더 신뢰해왔더라도 그건 여러분 탓이 아니다. 사실 최근까지 팩트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불과 15년 전만 하더라도 궁금한 사실에 대해 박물관이나 도서관을 찾아 먼지 쌓인 책꽂이를 들추는 게 순서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인터넷과 소셜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팩트를 너무 쉽게, 그것도 거의 무료로, 게다가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얻을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대한 영행을 미쳤다. 팩트에 대한 접근이 누구에게나 즉각적으로, 또한 광범위해졌다는 사실은 팩트 자체의 가치를 급속히 떨어뜨렸다. 이는 팩트를 한데 엮어 맥락을 통해 감성적 공감을 제공하는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됐음을 의미한다. 결국 스토리를 다루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돈 노먼은 <우리를 스마트하게 만드는 디자인(Things that Make us Smart)>에서 스토리가 지니고 있는 하이컨셉ㆍ하이터치 요소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스토리는 정식 의사결정 방법으로는 다루지 못하는 요소들을 정확히 포착하는 데 적절한 능력을 갖고 있다. 논리는 일반화를 시도하고, 특정 맥락으로부터 판단을 내리지 않으며, 주관적인 감정을 배제한다. 반면 스토리는 맥락과 감정을 포착한다. 스토리는 중요한 인식작용이다. 스토리는 정보ㆍ지식ㆍ맥락ㆍ감정 등을 하나의 치밀한 패키지로 압축한다.”

요약하고, 맥락을 만들고, 감정에 호소하는 능력은 하이컨셉ㆍ하이터치 시대에서 꼭 필요한 중요한 조건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상적인 좌뇌형 업무들은 상당 부분 체계화ㆍ정형화가 되었기 때문에 컴퓨터나 저임금의 외국 좌뇌형 인력들에게 넘어갔다. 이에 따라 스토리를 구현하는 능력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조화 - 경계를 넘나드는 창의성의 원칙

내가 ‘조화’라고 부르는 재능은 작은 조각들을 결합하는 능력이다. 분석보다는 종합하는 능력이고, 이종(異種) 간의 관계를 발견하는 능력이다. 특정한 해답을 전하기보다는 폭넓은 패턴을 감지하는 능력이고, 누구도 결합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요소들을 한곳에 결합해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이다. 또한 조화는 정확히 우뇌적 재능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화는 지식근로자들이 한때 수행했던 일상적인 분석업무의 상당 부분을 빼앗아갔다. 또한 이러한 업무의 상당 부분은 좀 더 적은 임금으로 동등하게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아시아로 넘어갔다. 이는 전문가들로 하여금 컴퓨터와 저임금 외국 기술자들이 대체하기 힘든 업무로 옮겨갈 수 있도록(또는 옮겨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패턴을 인식하고, 숨겨진 연관성을 밝혀내기 위해 분야 간 경계를 뛰어넘으며, 과감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일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편 정보 및 데이터가 넘쳐나고 개인의 선택권이 넓어진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그저 간단명료한 것이 우리의 개인생활에서도 선호되고 있다. 선택과 자극이 과잉된 현대에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무엇이 진정 중요한지 식별하는) 능력이 충만한 개인의 삶을 추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공감 - 디자인의 필수 요소

공감이란 자신을 다른 사람의 처지에 놓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느낌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서, 그 사람의 눈으로 보고, 그 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다. 이는 매우 선천적인 것이며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기보다는 본능적인 것이다.

하지만 공감은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연민과는 다르다. 공감은 내가 다른 사람이 됐을 때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는 대담한 상상이며 일종의 가상현실로서,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그 사람의 마음을 타고 오르는 아찔한 행위다.

공감은 매우 중요하다.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 인류가 그렇고 그런 동물들 사이에서 진화해 나오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그리고 우리가 직립보행을 실현하고 난 뒤에도 공감의 도움은 지속되고 있다. 공감을 통해 우리는 논쟁의 다른 면을 볼 수 있고, 비탄에 잠겨 있는 누군가를 위로해줄 수 있으며, 비방의 말을 쏟아놓는 대신 노여움을 자제할 수 있게 된다. 공감은 자기인식을 형성하고, 부모와 자식 사이의 유대를 돈독히 하며, 사람들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사회 윤리의 발판을 마련한다.

공감 능력의 경쟁력

공감은 독립적인 재능이 아니다. 공감은 디자인의 필수요소다. 훌륭한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디자인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한다. 또한 공감은 조화와 연관이 있다. 왜냐하면 공감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주변 관계를 파악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조화로운 사고를 하는 사람이 전체 그림을 보듯, 사람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줄 안다. 스토리의 재능도 공감과 관련되어 있다.

생명윤리한자 조디 할펀(Jodi Halpern)은 “의료 분야의 몇몇 리더들이 ‘공감하려는 노력과는 분리된’ 기존의 접근법에서 탈피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쓰고 있다. 환자들의 감정과 유리된 과학적 모델은 적절치 않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런 접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감하는 능력은 의료 활동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치료 시 공감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간호사는 하이컨셉ㆍ하이터치 시대의 핵심 전문직 중 하나로 떠오를 것이다. 물론 간호사라는 직업은 환자들과의 단순한 공감 이상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감정에 근거해 간호사들이 제공하는 업무는 아웃소싱이나 자동화가 불가능한 소중한 일이다.

간호사들은 너무 많은 환자들과 씨름해야 하는 고충을 호소한다. 그러나 환자들과 공감하는 그들의 능력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중을 받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급여를 받게 될 것이다. 갤럽 연례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간호사라는 직업은 가장 정직하고 윤리적인 전문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에 대한 급여도 다른 어떤 직업군보다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유희 - 호모 루덴스의 진화

카타리아 박사는 웃는 걸 좋아한다. 그는 진정 웃음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는 웃음이 자비로운 미덕들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웃음은 개인과 사회는 물론 국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몇 년 전 진료시간을 줄이고 스스로 웃음의 전도사 역할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웃음이라는 전염병을 전 세계로 확산시켜 인류의 건강을 향상시키고, 수익도 증대시키며, 세계 평화도 가져오게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가 웃음이란 전염병을 퍼뜨리는 수단은 이른바 ‘웃음클럽’이다. 웃음클럽이란 매일 이른 아침 공원, 마을 녹지대, 쇼핑센터 등에 모여 30분 동안 웃는 사람들의 작은 모임을 말한다.

오늘날 웃음클럽은 전 세계 2,500곳에서 정기 모임이 열리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100개의 클럽이 있는 뭄바이를 비롯해 더 많은 클럽이 있는 인도의 하이테크 도시 방갈로르 등에 존재한다. 하지만 영국ㆍ독일ㆍ스웨덴ㆍ노르웨이ㆍ덴마크ㆍ캐나다 등 서구 여러 나라에도 속속 웃음클럽이 생겨나고 있으며, 미국 내에도 수백 개가 있다. 그리고 이들 클럽이 가장 많이 생겨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직장’이다.

그런데 그가 세계적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각 기업 사무실과 이사회에서 웃음클럽이 점차 수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하이컨셉ㆍ하이터치 시대에 벌어지는 또 다른 중요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심각한 진지함이 능력의 척도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또 다른 하이컨셉ㆍ하이터치 재능인 ‘유희’가 점차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의미 -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원동력

1942년 초겨울, 오스트리아 당국은 수백 명의 유태인을 체포했다. 그 중에는 빅터 플랭크(Viktor Frankl)이라는 젊은 심리학자도 있었다. 당시 빅터는 새로운 정신적 웰빙 이론을 개발해 심리학 분야에서 각별하게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경찰들이 집으로 들이닥치기 직전, 틸리는 빅터의 코트 내피 속에 그가 쓴 원고를 숨긴 다음 꿰맸다. 이들 부부가 아우슈비츠에 끌려갈 때 빅터는 그 코트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수용소에서의 첫날이 지나자 SS(나치 친위대) 요원들은 그들은 발가벗겨 모든 옷과 소지품을 압수했다. 때문에 빅터는 그 후 자신의 원고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

아우슈비츠와 다카우에서 지내는 3년 동안, 아내와 형제, 부모 모두 가스실에서 쓰러져가는 동안, 빅터는 몰래 훔쳐온 종잇조각에 원고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윽고 연합군이 강제수용소를 해산시킨 이듬해인 1946년, 이 쭈글쭈글한 종잇조각들에 적혀 있던 원고가 출간됐다. 바로 20세기 가장 큰 반향을 몰고 온 책 <삶의 의미를 찾아서(Man's Search for Meaning)>였다.

이 책에서 빅터는 자신이 어떻게 힘든 노역과 가학적인 간수들, 형편없는 음식들을 견뎌냈는지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생존을 이야기하는 것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삶의 의미를 찾아서>는 인간 영혼으로 향하는 창(窓)이자 의미 있는 삶의 안내서이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생활수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생존 투쟁에서 벗어나 우리는 더욱 풍요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 헌신할 수 있게 됐다. 빅터와 그의 동료 수감자들이 아우슈비츠에서 삶의 의미를 추구했다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우리 또한 어느 곳에서나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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