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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모험

저   자
니알 키시타이니(역:김진원)
출판사
부키
가   격
20,000원(432쪽)
출판일
2018년 09월
도서정보


■ 책 소개

 

다양한 경제학자들의 성공과 실패에서
오늘날의 경제 문제를 풀어갈 실마리를 찾는다!

 

경제학의 권위가 무너진 시대, 해결해야 할 경제 문제가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시대. 경제학은 과연 필요한가? 어떻게 경제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이 책은 경제학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그러나 경제학을 공부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답한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과거 경제학자들의 통찰은 여전히 살펴볼 가치가 있다. 그러나 경제학의 역사를 스미스에서 주류 경제학까지 좁고 단조롭게 가르치던 관행은 이제 넘어서야 한다. 경제 문제도, 경제학도 그보다 깊고 넓기 때문이다.

 

니알 키시타이니는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필체로 독자들을 다채로운 경제학의 세계로 초대한다. 스미스, 마르크스, 케인스와 같은 거장에서부터 아서 루이스나 윌리엄 비크리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경제학자까지, 수요·공급·성장 같은 전통적인 주제에서부터 빈곤·불평등·페미니즘 같이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주제까지 폭넓게 다룬다. 독자는 저자가 차려 놓은 과정에서 지금의 경제 문제를 생각할 풍부한 자원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니알 키시타이니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은 후 영국 정부, 유엔 아프리카 경제 위원회, 세계은행, 알바니아 정부 등 실무 영역에서 활동했다. 2007년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2011년에 워릭대학교에서 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그 이후로 런던정치경제대학교에서 연구 교수로 지내며 여러 대학에서 경제학과 경제 사상사를 가르쳤다. 특히 2007년 이후로 경제학의 여러 문제들을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제적 사고들을 알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연구 및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몇 분 안에 깨우치는 경제학Economics in Minutes》 《경제의 책The Economics Book》 등이 있다.

 

■ 역자 김진원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사보 편집 기자로 일했으며 환경 단체에서 텃밭 교사로도 활동했다. 어린이 도서관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 책에 관심을 갖게 되어 현재 ‘어린이책 작가교실’에서 글공부를 하고 있다. ‘한겨레 어린이 청소년책 번역가 그룹’에서 활동했으며 《책을 읽을 때 우리가 보는 것들》 《세상 모든 꿈을 꾸는 이들에게》 《학교여, 춤추고 슬퍼하라》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차례
들어가며: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따뜻하게

 

Part 1 항해
1. 서양 경제 사상이 꽃피다
2. 하느님 나라 속의 경제
3. 금이 많아야 부자 나라지
4. 농업이야말로 나라의 근간
5. 시장 경제의 발견
6. 자유 무역은 모두에게 이득
7. 이상적인 경제를 만들 수 있을 거야
8. 인구가 너무 많아지면 어쩌나
9. 노동자 세상을 만들자

 

Part 2 폭풍우
10. 합리적 경제 인간의 조화로운 세계
11. 보호 무역으로 따라잡기
12. 자본주의가 제국주의의 원인이다
13. 의도하지 않은 경제 효과
14. 독점과 경쟁 사이
15. 계획 경제 vs 시장 경제
16. 과시적 소비, 병드는 경제
17. 거시 경제학의 탄생
18. 창조적 파괴와 기업가의 세계
19. 게임 이론의 발견

 

Part 3 순풍
20. 정부를 조심해
21. 빠르게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22. 세상만물의 경제학
23. 경제는 어떻게 성장하는 걸까
24. 조화로운 경제 생활
25. 가난한 나라가 가난하게 남는 이유
26. 정부가 경제에 개입해야 한다
27. 경제학자의 눈에 비친 정치
28. 돈을 풀어도 달라지는 건 없어
29. 미래를 꿰뚫어 보는 소비자

 

Part 4 광활한 바다
30. 경제를 망치는 투기꾼들
31. 빈곤과 맞서 싸우는 경제학
32. 정보의 격차가 불공정한 경쟁을 만든다
33. 일관성의 미덕
34. 여자들은 다 어디 갔을까
35. 소비자는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더라
36. 경제학, 현실 속으로 들어가다
37. 은행의 폭주
38. 벌어지는 소득 격차

 

나오며 왜 경제학자가 되려는가?
찾아보기



도서요약


경제학의 모험


항해

서양 경제 사상이 꽃피다

최초의 경제 사상가는 다름 아닌 그리스 철학자로, 서양 사상 전통이 여기에 뿌리박고 있으며 경제학 역시 여기서 곁가지로 뻗어 나왔다. 예컨대 처음으로 불을 피우게 되자 주변에서 구한 재료를 이용해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 냈다. 인류가 농경 기술을 터득하여 농사짓고 가축 키우는 법을 알아낸 것이다. 이로써 일정한 크기의 땅에 더 많은 인류가 터를 잡고 서로 무리 지어 마을을 이루며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노력을 발판 삼아 복합한 경제 형태를 띤 인류 문명이 현재 이라크에 위치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등장했다. 메소포타미아에 이전까지 없던 새로운 신분이 등장했다. 가을걷이도 하지 않았으며 염소젖을 짜지도 않았다. 바로 도시를 다스리는 왕과 신전을 지키는 사제였다.


음식물이 농부나 목부 손에서 소비자 입으로 오는 데에는 체계가 필요했다. 지금은 그것이 돈을 매개로 사고파는 행위를 통해서 이루어지지만 고대 사회에서는 오랜 풍습에 따랐다. 즉 신전에 공물로 바치면서 사제와 수확물을 나누었다. 이때 수확물 배분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초기 문명부터 문자를 만들어 사용했다. 예로 들 수 있는 최초의 문서 가운데 농부가 납품한 농작물 목록이 들어있다. 일단 관리가 물품을 적고 난 다음 생산량에서 일정한 몫을 떼어 갔다(다시 말해 ‘세금’을 매겼다). 그리고 이 재원을 이용해 수로를 파서 논에 물길을 대거나 능을 지어 왕을 기렸다.


모든 사상가의 시조로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꼽는데, 제자들이 쓴 저작을 통해서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어느 날 밤 소크라테스가 꿈을 꾸었다고 한다. 이튿날 소크라테스는 한 제자를 만나는데, 훗날 유명한 인물이 된 플라톤이었다. 플라톤은 인류의 스승이 되어 그 뒤로도 수백 년 동안 온 세상에 자신의 사상을 높이 드날렸다.


플라톤은 이상 국가를 그렸다. 이 이상 국가에서 경제는 지금 우리가 당연시하는 모습과는 판이하다. 고대 그리스는 아테나이나 스파르타나 테바이와 같은 여러 도시 국가가 모인 연합체였다. 플라톤이 그린 이상 국가는 커다란 나라라기보다는 오히려 조그만 도시에 가까웠다. 플라톤은 철저하게 부의 추구를 배격하는데, 도가 지나치다시피 해서 이상 국가에서는 군인이나 왕이 사유 재산을 소유할 수 없다.


플라톤의 아카데미에 아리스토텔레스가 들어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처음으로 지식을 과학, 수학, 정치학 등 여러 분야로 나누어 체계화하고자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국가론을 비판했다. 이상 국가를 그리기보다는 인간이 지닌 결점을 고려하여 무엇이 현실성이 있는지 고심했다. 사유 재산을 금해야 한다는 플라톤의 생각은 공론에 불과하다고 믿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사람들이 각자 재산을 소유하면서 시기심 때문에 분명 서로 싸움도 불사하리라고 내다보았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 재산을 공유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싸움만 더 부채질할 뿐이었다. 그럴 바에는 재산을 소유하도록 허락하는 편이 더 나았다.


그런데 자신이 소유한 씨앗과 도구로 부를 이루더라도 신발을 짓지 못하면 새 신발을 어떻게 구할까? 구두장이에게 새 신발을 받고 그대가로 직접 키운 올리브를 준다.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경제라는 광활한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 즉 상품과 상품의 교환에 주목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화폐는 이런 교환에 도움이 된다. 화폐는 경제 가치, 다시 말해서 값어치의 정도를 재는 척도를 마련하고 가치가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적’ 경제 활동을 영위하여 거둔 부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리브를 계속 더 팔아 가면서도 온갖 새로운 상품을 찾아내어 또 팔아 댈 수 있다.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이 부를 쌓아 올리는 것을 막을 방법은? 전혀 없다. 그런데 올리브를 키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돈더미를 쟁이는 일보다 더 나쁜 게 있다. 돈으로 돈을 버는 행위다. 돈 역시 제대로 활용하려면 교환 수단으로 여겨야 한다. 다른 이에게 돈을 받고 돈을 빌려줌으로써 돈으로 돈을 버는 행위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비자연적인 경제 활동이다.


아테나이와 스파르타 사이에 전쟁이 터지며 서로 오랫동안 싸웠다. 철학자가 내놓은 경제 설계도 지나간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제안이었다. 두 철학자가 모두 돈에 대한 탐욕을 비난하는 순간에도 그리스인은 이해득실을 따졌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죽은 이후에도 교역의 물결은 더욱 멀리까지 퍼져났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장 유명한 제자인 알렉산더 대왕의 발자취를 따라 들불처럼 번졌다. 그리고 알렉산더 대왕이 이끄는 군대가 지중해 세계와 그 너머를 휩쓸면서 그리스 문화 역시 거대한 새 제국으로 퍼져 나갔다.



폭풍우

합리적 경제 인간의 조화로운 세계

고작 샴페인 한 병에 값이 왜 그렇게 비쌀까? 애덤 스미스와 카를 마르크스가 생각하기에 가치는 상품 생산에 드는 비용에서 나왔다. 특히 가치는 상품을 만드는 노동에 있었다. 하지만 한 병에 300파운드나 하는 샴페인 생산에는 그만한 비용이 들지 않는다. 가격이 비싼 진짜 이유는 사람들이 즐겨 찾기 때문이다. 샴페인을 마시면서 사람들은 상당한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제번스(1835~1882)가 이 점에 주목했다. 제번스가 전개한 이론은 ‘한계 효용’이다. 사탕을 하나 먹는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사탕을 무척 좋아한다. 먹으면 상당한 만족감을 얻는다. 이것이 경제학자가 말하는 ‘효용’이다. 그런데 사탕을 먹을수록 그 즐거움이 앞서 먹은 사탕만 못하다. 이렇게 추가로 먹은 사탕에서 얻는 만족이 한계 효용이다. 소비할수록 한계 효용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를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한다.


한계 효용은 경제학에서 쓰는 가장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다. 제번스는 그것을 이용해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 설명했다. 10파운드가 있어 핫도그와 콜라를 살 수 있다. 배가 몹시 고파서 핫도그 10개를 쟁반 가득 쌓는다. 하지만 아무리 허기져도 10개 산 행동은 어리석었다는 사실을 이내 깨닫는다. 10개째 핫도그 대신 콜라를 사야 한다. 핫도그보다 콜라가 효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산대로 가서 돈을 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두 병째 콜라는 9개째 핫도그보다 효용이 더 크다. 콜라는 점점 늘어나고 핫도그는 점점 줄어드는 사이 콜라의 한계 효용은 낮아지고 핫도그의 한계 효용은 높아진다. 그렇다면 어디서 멈추어야 할까? 여기서 핵심은 한계 효용 사이에서 정확하게 균형을 잡는 일이다. 우리가 여기서 예로 든 것은 경제 모델이다. 이를 테면 10파운드를 한꺼번에 쓰며 핫도그와 콜라를 산다고 가정하는 셈이다. 여기서는 희소성이라는 기본 문제를 다루고 있다.


19세기 말에 이르러서 한계 이론을 이용해 추론하는 방법을 토대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경제학에 접근했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 경제학자가 늘 애용하는 기본 방식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 하나는 수요 법칙이다. 가격이 높으면 상품 수요가 줄고 가격이 낮으면 상품 수요가 늘어나는데 한계 효용 체감으로 수요 법칙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알 수 있다. 한계 원리는 단지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쓰는지 서술하는 용도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업 행동을 설명하는 데에도 쓰인다. 수저를 하나 더 만드는 데 드는 비용보다 수저를 하나 더 팔아서 생기는 추가 수익이 더 크면 기업은 수저를 생산한다. 높은 비용을 감수할 만큼 가격이 높으면 기업은 수저를 많이 생산한다. 기업은 가격이 높으면 공급을 더 늘리고 가격이 낮으면 공급을 줄인다.


마셜은 수요 공급 이론으로 소비자와 기업을 결합하는데, 이는 경제학에서 가장 유명한 개념이다. ‘수요 곡선’은 가격을 사람이 필요로 하는 양과 연관한다. ‘공급 곡선’은 가격을 공장에서 생산하는 양과 결부한다. 어느 쪽이 수저 가격을 결정할까? 이는 어느 가위 날이 종이를 자르는지 묻는 질문과 같다. 두 가지 요소 모두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따금 균형이 변한다. 조각 장식을 한 수저가 유행한다고 치자. 수요가 증가하면 균형 가격도 오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높은 가격은 사업자를 부추겨 수저 공장을 더 짓도록 유도한다. 공급이 늘고 가격이 다시 내려간다. 수요 공급 이론은 어느 시장에나 적용된다. 밀 시장이든 다이아몬드 시장이든 주택 시장이든, 경제학에서 쓰는 가장 기초적인 도구 가운데 하나다.


경쟁 또한 경제학자가 늘 이용하는 이론이다. 애덤 스미스는 경쟁에 주목했다. 마셜은 동료들과 함께 경쟁을 모델로 만들었다. 고등어 잡이 어부 수십 명이 항구에서 고등어를 팔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고등어 가격을 2파운드라고 가정하면 이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한다. 한 어부가 똑같은 고등어를 3파운드에 판다면 당연히 다른 어부에게 가서 고등어를 산다. 그리고 어부에게 단돈 1파운드에 팔라고 한다면 어부는 분명 다른 사람에게 고등어를 판다. 경제학자는 이를 ‘완전 경쟁’이라고 부른다.


제번스와 마셜이 등장하기 이전에 경제학자는 인간이 다채로운 성격을 지닌 존재라고 상상했다. 애덤 스미스의 경쟁 이론에서 상인은 밀치락달치락 흥정을 벌여 최상의 거래를 이끌어 내고, 맬서스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은 토끼처럼 줄줄이 자식 낳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제 경제학자는 무대 중앙에 새로운 인물을 배치했다. ‘합리적 인간’이라는 이 인물은 한계 비용과 한계 이익을 저울질해서, 예를 들어 수저 가격과 효용을 비교해서 행동을 결정한다. 이제 경제는 이 계산을 모두 완벽하게 해내는 냉철한 사람으로 가득 찬 듯 보인다.



순풍

조화로운 경제 생활

수업 시작종이 울리면 수학을 듣는 학생은 15반으로 가서 한 시간 동안 분수와 씨름하고 지리를 배우는 학생은 12반으로 향한다. 수업이 끝나면 일부는 다시 12반으로 우르르 몰려와서 역사를 공부하고 나머지는 3반으로 가서 영어를 공부한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도대체 학생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아는 걸까? 분명 누군가 앉아서 시간표를 짰기 때문이다. 이 시간표가 있어서 사람과 다양한 목적 사이를 조정한다.


학생이 올바르게 교실로 찾아오는 일을 경제에 대입해 보면 사람들이 원하는 다종다양한 상품을 기업이 정확히 딱 들어맞는 양 만큼 공급하는 문제와 대응한다. 그렇다면 누가 경제 시간표를 짤까?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누군가 경제 활동에 필요한 시간표를 짜지 않더라도 경제가 대체로 잘 굴러간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경제가 끊임없는 혼돈 속을 헤매지 않아도 되는 걸까?


1950년대 미국 출신 케네스 애로(1921~2017)와 프랑스 태생 제라르 드브뢰(1921~2004)가 이끄는 경제학자 모임에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려고 애썼다. 19세기에 앨프리드 마셜이 완성한 시장 기초 이론은 수요와 공급을 단일 시장 안에서 살펴보았다. 수요와 공급이 시소의 양 끝이라면 균형은 시소가 완벽하게 평형을 유지한 채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때를 일컫는다. 마셜이 주장한 수요 공급 이론은 ‘부분 균형’ 이론이었을 뿐이다. 파급 효과를 간화했기 때문이다. 이 파급력을 포착하기란 매우 어렵다.


애로와 드브뢰가 출발로 삼은 전제는 사람 행동이었다. 그리고 꼼꼼한 수학적 추론을 거쳐 이 전제들이 경제에 대해 어떤 시사점을 던져 주는지 살핀다. 예를 들어 바나나를 배보다 좋아하고 배를 복숭아보다 좋아한다면 무조건 바나나를 복숭아보다 더 좋아해야 한다. 이런 선호가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경제 내 시장이 전부 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경제학자가 쓰는 전문 용어로 옮기면 일반 균형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만약 균형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어떤 가격으로도 경제 활동을 하는 기업이 사람들의 수요를 일일이 다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도 손해를 입지 않고서 단 한 사람이라도 이익을 본다면 이때 경제 결과는 바람직하지 않거나 ‘효율적이지 않다.’ 나에게 배가 4개 있고 당신에게 바나나가 4개 있다고 치자. 당신은 배도 바나나도 배를 서로 바꾼다면 나는 만족감이 2배 더 늘지만 당신은 바꾸기 전이나 후나 똑같다. 이를 ‘파레토 개선’이라고 한다. 우리가 서로 바꾸지 않으면 경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없다. 경제 결과가 ‘파레토 효율’인 경우는 교환이 모두 이루어졌을 때다. 이 상황에서는 다른 누군가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이익을 볼 수 없다. 이런 생각은 경제 내에 당신 바나나처럼 ‘낭비’하는 자원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애로와 드브뢰가 증명했다시피 경제에 일반 균형이 존재한다면 이는 파레토 효율이다. 이 개념은 경제학에서 매우 소중한 성과다. 그래서 경제학자는 여기에 특별한 이름을 붙여 주었다. 후생 경제학 제1정리. 경제가 균형에 이르면 당신 바나나처럼 낭비하는 자원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일단 교환이 이루어지면 아무도 더 이상 이익을 얻을 수 없다. 이로써 애로와 드브뢰가 밝혔듯이 아무도 경제 활동을 조정하지 않을지라도 시장 경제가 틀이 잘 잡힌 학교처럼 굴러간다. 서로 조화롭게 잘 맞물린다.


그렇다고 이 이론에 너무 휘둘리지 않도록 조심하자. 우선 파레토 효율은 사회 이익에 관한 최소한의 개념이다. 파레토 효율이 하는 역할은 자원을 낭비하는 경우에 제동을 거는 일이 전부지만 파레토 최적의 결과는 다양하다. 시장이 내놓는 결과는 비록 효율성이 높을지언정 매우 불공정한 경우도 있다. 둘째, 애로와 드브뢰의 이론이 출발로 삼은 전제는 실제로 시장이 작동하는 현실과 꽤 온도차가 있다. 현실에서는 막강한 기업이 존재해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기업은 종종 확장을 거듭해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이른다. 이 지점에 다다르면 이제 시장은 완전 경쟁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후생 경제학 제1정리를 지킬 수 없다.


각자 맡은 일을 하는 수백만 명이 경제 체제 안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어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애덤 스미스는 그 이유를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표현하고 다른 경제학자는 후생 경제학 제1정리를 세워 스미스의 이론을 증명해냈다. 하지만 이 정리를 증명하는 데 필요한 전제가 현실 속 참모습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정리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실제 시장에서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어쩌면 정부가 나서서 경제가 더욱 효율적으로 굴러가도록 도와야 할지도 모른다. 이따금 정부가 독점을 해체해 시장이 더욱 경제적인 모습을 띠도록 노력을 기울인다. 시장 하나에서 시작한 변화가 다른 시장에서도 변화를 일으킨다. 경제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요소는 서로 이어져 있다.



광활한 바다

빈곤과 맞서 싸우는 경제학

겨우 11살 때, 인도 경제학자 아마르티안 센(1933~ )은 고향이자 현재 방글라데시 수도 데카에서 살인에 버금가는 공격의 참상을 목격했다. 폭동이 온 도시를 휩쓸고 이슬람교도와 힌두교도가 서로 닥치는 대로 죽이던 시기였다. 카데르 미아라는 이슬람교 삯꾼 한 명이 근처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센의 집 마당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미아는 온통 피투성이였는데 마을 폭력배에게 등에 칼을 맞은 상태였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 미아가 떠듬떠듬 털어놓았다. 다칠지도 모르니 위험을 무릅쓰며 힌두교 지역에 들어가지 말라고 아내가 신신당부 했건만 가족이 배를 곯고 있어 위험한 줄 알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그날 밤에 미아는 숨을 거두었다.


이 죽음은 어린 센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빈곤이 돈이나 음식의 결핍 이상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유한 사람이라면 돈을 벌려고 위험한 곳으로 갈 필요가 없다. 반면 미아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목숨으로 값을 치른 셈이다. 이 경험으로 센은 경제학자로서의 사고방식을 다듬었다.


센은 카데르 미아와 같은 사람이 시달리던 빈곤을 떠올릴 때면 이렇게 묻는다. 무엇이 부족한 걸까? 사람이 가난하다고 할 때는 보통 물질적 재화가 부족하다. 하지만 센에게 이 문제는 훨씬 포괄적이다.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의 혜택을 생각해 보자. 자전거가 있으면 가야 할 곳에 갈 수 있다. 이때 행복을 더하는 요소는 자전거 자체가 아니라 교통수단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센은 이 교통수단을 ‘역량’이라고 부른다.


센이 보기에 사회 발전은 곧 역량의 확장을 의미한다. 더욱 많은 사람이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을 때, 그리고 더욱 많은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할 때 사회는 발전하다. 특히 교육은 비로소 사람이 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한다. 민주주의 역시 사람들에게 기회를 마련해 주어 사회 운영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돕는다. 진정한 발전은 상품 생산량으로 측정하는 경제 발전 그 이상이다. 바로 인간 발전을 가리킨다.


모든 역량 가운데 가장 기본은 영양 섭취 역량이다. 이는 먹을거리를 풍족하게 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센은 자신의 경험을 되짚어 한 번 더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1943년, 카데르 미아가 살해당하기 약 1년 전쯤 센은 일손을 도와 벵골 대기근 피해자에게 쌀을 배급하고 있었다. 당시 이 기근으로 거의 3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죽어 나갔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극심한 기아가 되풀이되었다. 가장 명백한 원인은 식량부족인 듯 보였다. 아니 어쩌면 빠른 인구 증가율로 먹여야 할 입이 엄청 늘었는지도 모른다. 19세기 토머스 맬서스가 내린 결론처럼.


센은 일반적인 설명으로는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가뭄은 이따금 미국에서도 든다. 하지만 아무도 굶주리지 않는다. 센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이 식량을 충분히 얻지 못하는 상황과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은 다르다. 센이 주장하기를, 기아가 일어나는 경우는 사람들의 식량 ‘획득 권한’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도저히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다. 이 획득 권한은 소득과 음식 가격을 고려해서 사람이 식량을 얼마만큼 살 수 있는지를 말한다.


센은 시장 내 가격 변동이 어떻게 기아를 일으키는지 더 잘 이해한다면 기아가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잘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1970년대 초 가뭄 때문에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서 농업노동자가 다수 일자리를 잃었다. 정부는 이들을 고용해 길을 닦고 우물을 팠다. 그리고 임금을 주어 식량 획득 권한을 보호했다. 그래서 기아를 피할 수 있었다.


센의 주장에 따르면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도 기아를 막는 핵심 요건이다. 빈민층이 겪는 고초에 대해 언론이 써야 정부가 경각심을 갖고 대책을 세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유권자가 다음 선거에서 다른 정당에 표를 던질 위험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도는 독립한 뒤 한 번도 기아를 겪지 않았다고 센은 확신한다.


사람들은 대개 경제학을 주식 시장이나 주력 산업이나 기업가가 내리는 결정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이런 분야도 중요하지만 센이 밝힌 바에 의하면 경제학은 이보다 더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른다. 19세기에 앨프리드 마셜은 경제학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차가운 머리와 더불어 따뜻한 가슴이라고 강조했다. 센은 마셜이 언급한 그런 경제학자의 본보기다. 센에게 경제학은 사회 극빈층이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다양한 가치를 다루어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도록 이바지하는 학문이다. 음식을 살 수 있는 돈도 중요하지만 읽는 법을 아는 것도,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사회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갖는 것 역시 중요하다. 진장한 인간 발전은 자유 그 자체의 확장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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