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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의 만리장성

저   자
디니 맥마흔(역:유강은)
출판사
미지북스
가   격
16,800원(368쪽)
출판일
2018년 09월
도서정보


■ 책 소개

 

중국의 기적적인 성장기는 끝났고, 이제 중국은 “부채의 저주”에 직면해 있다!

 

중국 현지에서 경제 전문 언론인으로 10년간 활약하는 과정에서 디니 맥마흔은 점차 중국의 필연적인 경제적 상승에 대한 광범위한 믿음이 위험할 정도로 그릇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맥마흔은 유례를 찾기 힘든 심층 탐구를 바탕으로 한 이 책에서 번영이라는 환상 이면에 숨어 있는, 중국의 경제 성장을 떠받치는 어마어마하게 쌓인 부채의 실상을 보여준다. 새로 지은 텅 빈 도시들, 무용지물로 전락한 국가 개발 사업, 복잡하게 뒤얽힌 그림자 금융 시스템 등에 관한 이야기는 걸핏하면 언론을 장식하는 기사거리가 되었지만, 맥마흔은 헤드라인을 넘어서 이런 낭비가 어떻게 번성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력한 정부가 왜 이 낭비를 멈추지 못하고 쩔쩔매는지를 설명한다.

 

■ 저자 디니 맥마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언론인으로 중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 전문가이다. 베이징에서 6년간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 근무했고, 4년간 상하이에서 <다우존스뉴스와이어스> 기자로 일했다.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에도 글을 기고했다. 2015년 중국과 <월스트리트저널>을 떠나, 워싱턴DC에 있는 우드로윌슨 국제학술센터 특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빚의 만리장성』을 완성했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는 현재 시카고대학교 폴슨연구소 산하의 중국 경제 전문 싱크탱크인 마르코폴로MarcoPolo에서 일하고 있다.

 

■ 역자 유강은
국제 문제 전문 번역가. 옮긴 책으로 『불평등의 이유』(2018년), 『신이 된 시장』(2018년), 『자기 땅의 이방인들』(2017년), 『E. H. 카 러시아 혁명』(2017년), 『서양의 부활』(2015년), 『데드핸드』(2015년), 『조지 케넌의 미국 외교 50년』(2013년), 『의혹을 팝니다』(2012년) 등이 있으며, 『미국의 반지성주의』(2017년) 번역으로 58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 차례
서론 공포와 탐욕

 

1장 블랙박스
2장 좀비 기업
3장 유령 도시
4장 토지 약탈과 부동산 붐
5장 그림자 금융
6장 거대한 돈뭉치
7장 개혁에 대한 저항
8장 중국판 공급 중심 경제학
9장 신창타이, 새로운 표준

 

후주
감사의 말
옮기고 나서
찾아보기

 



도서요약


빚의 만리장성


공포와 탐욕

20여 년 전만 해도 중국은 싸구려 운동화를 대량 생산하는 능력 말고는 나머지 세계와 별 관계가 없는, 세계의 공장에 불과했다. 그런데 대규모 도시화로 전례 없는 자원 수요가 생기면서 전 세계의 상품 수출국들에게 노다지를 안겨주는 국가가 되었다. 현재 중국 경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중이다. 활력이 넘치는 중산층이 등장하면서 잠재적으로 수억 명에 달하는 소비자가 부자 나라의 소비자들에 맞먹는 취향을 발전시킴에 따라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수십 년 동안 세계는 성장의 쌍둥이 엔진으로 미국과 유럽에 의존했는데,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볼 수 있듯 두 엔진이 동시에 고장 나면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2030년 무렵 중국이 미국을 앞질러 세계 최대 경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은 마침내 제3의 엔진으로 부상 중이다. 그렇지만 세계가 중국 경제의 부상 전망에 군침을 흘리는 가운데 우리 모두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중국 경제의 약점이다.


중국에 머무르는 동안 나는 중국 경제가 바뀌는 모습을 보았다. 이 구조적 변화는 적어도 처음에는 분명 더 나은 쪽으로의 변화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세계의 부러움을 사던 경제가 서서히 기능장애에 빠지는 모습을 보았다. 언뜻 보기에도  문제는 분명했다. 경제 모델은 이미 수명을 다했는데 개혁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던 것이다. 현재 이런 성장 모델은 중국 경제와 글로벌 경제의 건전성을 모두 위협하고 있다. “전후 시기에 발생한 지금까지의 모든 세계적인 불황은 미국 경제의 하강에서 시작되었지만, 다음번에는 중국발 위기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2016년,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이자 『국가의 흥망성쇠』의 저자인 루치르 샤르마는 이렇게 진단했다. “중국의 기적 같은 성장기는 끝났으며, 이제 중국은 부채의 저주에 직면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전 총리 토니 애벗은 2014년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 오스트레일리아의 대 중국 정책을 움직이는 힘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요약했다. “공포와 탐욕이지요.” 오스트레일리아는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중국의 부상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고 있다. 광산업의 호황은 오래지 않아 끝났지만, 현재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은 농업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중산층이 점점 더 많은 쇠고기와 해산물, 와인, 꿀, 유제품을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중국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 공항에 도착하면서 교육과 관광업이 각각 이 나라의 3위, 5위의 수출 산업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애벗 총리가 말한 탐욕은 오늘날 세계 2위 규모의 경제에 접근하면 얻을 수 있는 열매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10년 정도만 있으면 1위가 될 나라의 잠재력에 관한 것이다. 미국이 해마다 2퍼센트씩 간신히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중국은 2016년~2026년에 경제 규모를 2배로 늘려야 할 것이다. 중국의 성장 규모 자체는 선진 각국의 성숙한 시장을 능가하는 기회를 보여준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에 따른 결실이라는 특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터무니없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공포가 실재한다.



좀비 기업

좀비 기업의 낙원

얼종(Erzhong)은 부채를 상환하는 데 필요한 수익을 창출하지도 못하고 은행들이 계속 신규 대출을 해주어서 생명을 유지하게 하려고 하지도 않는 좀비 기업이다. 좀비 기업이라는 용어는 원래 1990년대 초 일본의 부동산 시장이 붕괴한 뒤에는 계속 생명을 유지한 기업들을 지칭하기 위해 만들어진 표현이지만, 최근에는 중국 관리들 사이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미국 좀비와 중국 좀비의 차이는 기업이라는 종에까지 확대되어서 중국은 죽지 못하는 기업들을 그대로 받아들여 건전성을 해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기업들의 활력을 높인 방도를 찾아야 합니다.” 리커창 총리가 2015년에 중국의 좀비들에 관해 한 말이다. “좀비 기업들이 생기는 사태를 피해야 하며, 그런 기업을 도와서 생명을 유지하고 잘살게 해주어야 합니다.”


이런 관용의 핵심에는 불안정에 대한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사회 안정은 지난 10년간 중국공산당이 그 무엇보다 관심을 쏟은 문제였다. 감시 능력을 향상시키고, 소셜미디어를 모니터하고, 국내 안보를 강화하는 데 막대한 돈이 투입되었다. 지방 관리들은 다른 어떤 책임보다도 사회 안정을 유지하도록 요구받는다. 어떤 관리가 성장을 이끌어내는 데 아무리 성공했다 할지라도 일정한 규모 이상의 항의 시위가 한번이라도 벌어지면 승진 가능성이 자동적으로 봉쇄된다. 무척 폭넓게 정의되는 사회 안정 앞에서 다른 모든 성과는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에 관리들은 기업을 살리고, 노동자 고용을 유지하고, 연금을 보호하려는 동기를 갖게 된다.


그렇긴 해도 모든 기업의 파산이 다른 경우만큼 똑같이 안정을 해치는 것은 아니다. 사기업이 운영하는 공장은 걸핏하면 폐업을 해서 노동자들은 종종 출근길에 공장 문이 잠겨 있고 경영진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 나서야 자신들이 실직했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사기업이 운영하는 공장은 상대적으로 쉽게 문을 닫을 수 있다. 직원들은 대개 이주 노동자로, 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법에 따라 도시를 떠나 시골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국영기업은 다르다. 국영기업 직원들은 보통 일자리를 잃어도 달리 갈 곳이 없는 현지 주민이며, 항의 행동을 할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국영기업은 많은 경우에 지역 경제의 핵심 축 역할을 한다. 얼종이 자리한 더양처럼 도시 전체가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건설되어 있다.


게다가 사기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지방 당국의 다른 우선순위에 미치는 영향이 한결 작다. 지방정부는 대기업이 설령 좀비 상태가 된다 해도 여전히 세입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기업의 생명을 유지시킨다. 물론 좀비 기업은 정의상 어떤 수익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법인세를 전혀 거둬들일 수 없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공산품 판매에 근거해서 거둬들이는 부가가치세의 25퍼센트를 챙길 수 있다(나머지 75퍼센트는 중앙정부로 직접 귀속된다). 그러니까 어떤 회사가 손해를 보는 와중에도 판매를 계속하기만 하면 지방 당국에 여전히 세금을 내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공장이 생산 능력의 60퍼센트만 활용하기 때문에 손익 균형을 맞추거나 대출금 상환을 하는 데 턱없이 못 미친다 해도, 제품 판매에 따른 세입을 거둬들이는 지방 관리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 회사를 계속 유지시키는 비용은 금융 시스템이 부담하는 데 반해 이 공장을 폐쇄하면 재정 수입의 큰 부분을 잃게 되는 것이다.


지방 관리들은 합병할 만한 다른 기업을 찾거나, 직원들에게 임금 삭감이나 조기 퇴직을 강요하거나, 그냥 은행들에 지속적인 대출을 압박하는 등 좀비 기업을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지 한다. 2016년, 주요 석탄 생산지인 산시성 정부는 - 가격 하락에 시달리는 가운데 과잉 광산 문제를 안고 있는 산업인 - 석탄 부문에 최소한 전년도와 같은 금액을 대출해줄 것을 은행들에 요청했다. 그리고 특히 산시성의 7대 석탄 회사들로부터 대출금을 회수하지 말도록 요구했다.


한편 산둥성 정부는 바야흐로 “유동성 문제”에 시달리는 기업들에게 계속 대출을 확대해줄 것을 요청하는 통고문을 게시했다. 여기서 유동성 문제에 시달리는 기업이란 이자 상환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수입을 벌어들이지 못하는 기업을 가리킨다. 현재 중국에 얼마나 많은 좀비 기업이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2016년, 국제통화기금은 지방저부들이 발표한 데이터를 대조해 11개 성에 걸쳐 약 3,500개의 국영 좀비 기업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약간 낮게 잡은 수치로 보인다. 은행들은 보유 자산의 거의 2퍼센트가 악성화되었다고 보고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실제 수치가 15퍼센트에 이를 거라고 의심한다. 은행들이 자금 회수를 요구하는 대신 기업들을 살려놓는 쪽을 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영기업들이 경제에 지우는 부담은 좀비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좀비 기업들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정치적 동기는 국가 부문에 건강한 외형을 부여하면서 특유의 낭비를 감추는 수많은 다른 왜곡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유명한 자유주의 경제학자가 베이징에 설립한 경제학 싱크탱크인 유니룰에 따르면 2001~2009년에 중국의 국영기업들은 모두 합쳐 5조 8,000억 위안의 이윤을 창출했다. 하지만 만약 이 기업들이 토지, 신용, 대출, 물, 전기 같은 품목에서 시장 시세를 지불하고, 현금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과 면세 기간 같은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면, 그들은 이윤을 한 푼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대대적인 보조금을 받는다면 이윤은 사실 별 의미가 없다. 이 이윤은 성공이나 효율성, 자본 수익의 반영이 아니기 때문이다. 베이징 당국은 철강과 자동차 제조업같이 전략적으로 중요시하는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일정하게 보조금을 내주었다. 하지만 보조금은 대부분 서로 경쟁하는 지방정부들이 휘두르는 도구이다. 이런 상황은 최종적으로 좀비 기업들의 작은 무리를 훌쩍 넘어서는 낭비와 부채라는 결과를 낳았다.



유령 도시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유령 도시라고 하면 보통 지역사회 사람들이 포기하고 떠난 장소를 말한다. 미국 서부에는 그런 도시가 점점이 박혀 있는데, 캘리포니아에 골드러시가 일면서 하룻밤 새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금광이 고갈되고 광부들이 떠나자마자 순식간에 인구가 감소한 곳들이다. 러시아에는 이른바 “죽은 도시”들이 수천 개나 있다. 소련이 종언을 고하면서 제국의 구석진 모퉁이에서 군대가 떠나거나 국가의 산업 지원이 중단되는 등의 이유로 텅 빈 곳들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유령 도시라는 개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국의 풍경에 점점이 박혀 있는 것은 버려진 곳이 아니라 애초부터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들의 규모를 생각하면 소도시를 뜻하는 “타운”이라는 명칭도 걸맞지 않다. 어느 순간 내몽골의 평원 위에 100만 명을 수용하기 위해 지어진 대저택과 아파트 건물들로 이루어진 도시가 솟아나지만, 지역 금융 위기 때문에 건설 호황이 끝나고 몇 년이 지나도록 도시는 대부분 텅 비어 있다. 톈진 교외에는 업무용 고층 빌딩 몇십 채로 이루어진 중국의 맨해튼이라고 홍보되는 도시가 있는데, 안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빈 건물이다. 바다를 준설해 개간한 땅에 지은 한 생태 도시는 뼈대만 남아, 심하게 오염된 보하이 만을 내려다본다. 교외에 지은 대저택의 지붕들은 바람에 날려가고 없다.


과연 무엇을 유령 도시라고 할지에 관한 엄밀한 규정은 없지만, 공통된 특징은 완전히 빈 게 아니라 - 지역 도시계획 기관은 거의 언제나 적어도 어느 정도의 사람들을 들어오게 할 방법이 있다 - 원래 도시 건설에서 계획한 규모에 인구가 턱없이 못 미친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거 공실률에 관한 수치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공실이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가장 과학적인 추정치는 중국판 구글인 바이두의 연구자들에게서 얻을 수 있다. 이들은 바이두 검색 엔진 사용을 추적해서 주거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밀도를 계산할 수 있었다. 예전에 언론인들이 유령 도시로 의심되는 곳을 저녁때 찾아가서 불이 켜진 아파트 창문 숫자를 셌던 것과 비교하면 아주 향상된 방법이다. 어쨌든 바이두 연구자들은 중국 각지에 유령 도시가 최소한 50개에 달한다고 판단했다.


유령 도시가 아무리 많아도 경제학자들은 그것이 대개 중국 경제의 전체적인 그림과는 상관없다고 치부해버린다. 어쨌든 유령 도시는 지역 차원의 도시계획이 상호 연계되지 않은 결과물이라고 주장되며, 유령 도시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해도 국가 경제가 타격을 입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령 도시를 단순히 컴퓨터 매트릭스 내부의 작은 결함으로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유령 도시는 코드의 일부이며, 이 문제를 보면 지방정부들이 끊임없이 맹목적으로 성장을 추구하면서 도시화 과정을 어떻게 강제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중국만큼 급속한 도시화 문제를 잘 다룬 나라는 거의 없다. 중국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이주민을 수용해야 했는데도 다른 개도국과 달리 빈민가와 판자촌 문제에 시달리지 않았다. 2000~2015년에 2억 7,000만 명 -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인구를 모두 합한 수치 - 이 중국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했다. 컨설팅 기업 매킨지는 2030년에 이르면 중국의 도시 인구가 2013년의 약 7억 3,000만 명에서 10억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수천 년 동안 농촌 사회와 경제였던 중국은 이제 미국에서는 한 세기 전체가 걸렸던 도시화 수준을 불과 50년 만에 달성하는 궤도에 올라 있다.


중국이 거둔 성공의 열쇠는 순식간에 엄청난 크기의 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규모와 속도에 있다. 매킨지의 예측대로 계속 도시로 몰려올 이주민을 모두 수용하려면 분명 훨씬 더 많은 기반 시설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 아직 지어지지 않은 어떤 기반 시설이 필요하다고 해서, 지어지는 모든 게 정말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냥 중국으로 여행을 가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보기에도 뭔가 잘못된 게 드러난다. 공장 몇 개를 제외하고는 텅 빈 산업 단지나 너무 규모가 커서 공무원들로 정말 채울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정부 청사, 어쩌다 한 번 비행기가 도착하는 공항, 모든 도시마다 어쩔 수 없이 지은 지나치게 많은 전시장과 박물관을 보면 알 수 있다.


도시화 - 새로운 주택과 기반 시설 건설 - 는 20년 가까이 중국 경제를 이면에서 움직인 추동력이었다. 도시화 덕분에 엄청난 양의 철강, 시멘트, 유리, 해외에서 철광을 들여오는 선박, 제철소 가동에 필요한 발전소와 탄광, 건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계 등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다. 그러면서 지방정부들은 이처럼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건설에 중독되고 말았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성장을 유지하는 이런 방법은 모두 이주민의 요구라는 이름으로 막연하게 정당화된다. 세계 은행은 도시화를 “급속한 성장에 힘을 주는 병행(과정)”이라고 지칭한다. 다시 말해, 도시화는 성장을 뒷받침할 수는 있지만 성장을 추동하지는 못한다. 중국은 앞뒤 순서를 바꿔놓았고, 그 결과 거대한 규모의 낭비가 생겨났다.



토지 약탈과 부동산 붐

700여 명이 사는 양수린의 마을은 베이징에서 서남쪽으로 약 110킬로미터 거리에 있다. 이곳은 부유한 지역은 아니다. 토지수용이 있기 전에 마을 사람들은 1인당 1.3무(0.2에이커)의 농지를 갖고 있었다. 미국 교외의 평균적인 한 구획 토지보다 그리 넓지 않은 규모이다. 량수린의 말로는 이 농지에서 1년에 얻는 수입이 1,000위안(약 160달러)을 조금 넘는다고 한다. 그는 세 아이를 모두 대학까지 보내느라 오랜 세월 고향을 떠나 일을 했다. 땅콩 밭에서 나오는 수입으로는 한 아이 1년 등록금의 3분의 1도 댈 수 없었다.


지방 당국은 2007년에 처음 량수린의 토지를 수용하러 와서 초등학교를 짓는다며 그의 가족이 가진 7무 중 일부를 가져갔다. 량수린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는 공익을 위한 게 분명한 일에 무언가 기여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뒤, 지방 정부는 다시 나머지 땅부터 빼앗으려고 했다. 이번에는 관리들이 어떤 목적으로 토지를 필요로 하는지 량수린과 그의 이웃들에게 말하지 못했다. 그 땅은 차로 2분 거리에 불과한 구도시 경계선으로부터 새로 만들어질 “신도시”를 위해 쓰일 예정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야 알려졌다.


“그냥 우리 손에 서류 한 장 들이밀더라니까요. (……) ‘신도시 계획이 이미 국가 승인을 받았음. 계획은 적법한 것임.’” 자기 땅이 수용된다고 통지하는 문서 내용을 량수린이 쉬운 말로 설명해주었다. 그 대가로 량수린과 나머지 마을 사람들은 1무당 5만 위안을 일시불로 받았다. 이후에는 실수입을 보전해주기 위한 지원이나 보조금이 전혀 없었다. 량수린이 보유한 7무에 대한 보상금은 결국 그의 땅에 지어진 80제곱미터 아파트 한 채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 그렇지만 량수린의 이웃들 대부분은 곧바로 이 조치를 받아들였으며, 심지어 보상금은 횡재라고 환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량수린은 토지수용에 항의하면서 돈을 받지 않았다. 그는 정부가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토지를 불법적으로 빼앗았다고 주장한다. “땅은 중국 일반 대중의 삶의 근원입니다.” 그는 상급 정부에 도움을 호소하는 편지를 썼다. “지금 우리는 우리 땅과 생존 보장 자체를 잃었습니다.”


토지수용은 금세기에 중국에서 일어나는 민중 소요의 가장 커다란 원인이 되어왔다. 정부의 토지수용에 맞서 마을 전체가 폭동을 일으킨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어떤 마을들은 토지가 개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쳤다. 마을 사람들은 심지어 토지 몰수에 항의하기 위해 분신을 하기도 했으며, 일부는 강제 이주를 시도하는 이들이 자행한 방화로 목숨을 잃었다. 개발업자들은 폭력배들과 손을 잡고 농민들을 협박해 굴복시키고 있다. 농민들이 아침에 일어나보니 누군가가 자기 밭에 소금을 잔뜩 뿌려놓아 작물을 전혀 기를 수 없게 된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가족들은 집을 비우기를 거부했다가 다짜고짜 건설 공사가 시작되어 굴착기들이 신축 단지의 기초를 파는 바람에 비좁은 암반 귀퉁이에 그들의 집만 위태롭게 올라앉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중국 농민들은 자기가 농사짓는 땅에 별다른 권리를 갖고 있지 못하다. 농촌의 모든 토지는 마을 공동체의 소유이다. 농민들은 30년 임대로 토지를 사용한다. 탐욕스러운 촌장이 토지를 자기 가족과 친구에게 유리하게 자의적으로 재분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방식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이 마을 토지를 취득해서 지구 설정을 다시 할 권한을 가진 한 단계 위의 정부 관리들로부터 농민들을 보호해주지는 못한다. 원래 지방정부는 공익에 부합할 때만 이렇게 할 수 있는데, 법률에 그 조건이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공익을 폭넓게 해석해서 그 범위에 풍치 호수, 골프장, 놀이공원 등까지 포함시키기도 한다.


토지를 재분배하는 권한은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개발 모델의 요체다. 이 권한 덕분에 지방정부는 성장을 진작시키는 공공사업 프로젝트에 필요한 토지를 몰수하고,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사용할 보조금 용도의 산업 단지를 만들며, 기꺼이 토지를 담보로 받아들이는 은행들로부터 돈을 빌린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방정부가 토지를 필요로 하는 것은 팔아치우기 위해서다. 그래야 자금을 조성해서 다른 모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토지를 팔아 생긴 돈 덕분에 중국은 자오쯔양 시대에 성장을 가로막던 장애물이었던 기반 시설을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외국인들은 종종 이런 변신을 중국 경제 체제의 우월함을 보여주는 징후로 여긴다. 그렇지만 사실 이런 변신이 가능했던 것은 국가 자산을 단번에 사유화했기 때문이다. 중국 납세자들에게 재정적 부담이 가해졌다면 불가능했을 법한 여러 프로젝트의 건설이 토지 덕분에 실현되었다. 하지만 지방정부들은 토지 금융을 마치 공돈처럼 간주하면서 이런 특권을 남용하고 있다. 지방정부들은 근원적인 필요성이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감안하지 않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 지하철, 공항, 신도시와 신구 - 짓고 있다. 2014년 한 해에만 지방정부들은 토지 판매를 통해 2001년보다 31배나 많은 돈을 끌어모았다. 산이나 바다로 둘러싸인 도시들이 느끼는 가장 큰 공포는 팔아치울 땅이 동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더 이상 마을 사람들로부터 빼앗을 땅이 없자 정부는 이제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서 더 많은 땅을 만들어내고 있다.


“토지 시장이 식어서 지가가 떨어지고 토지 판매량이 감소하면, 일부 개발 프로젝트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금융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손꼽히는 바수쑹이 2013년 말에 『인민일보』에 기고한 내용이다. 지방 당국이 무한정 땅을 팔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건 더없이 어리석은 생각이다. 특히 판매 가능한 땅이 점점 도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신도시와 신구는 이 문제를 피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이다. 학교와 정부청사를 신도시로 옮기면 구도시 중심부에 값비싼 땅이 확보되는데, 이 땅을 다시 팔면 도시 주변부에서 새로 수용되는 땅보다 훨씬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토지 판매는 마치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것처럼 등락을 되풀이했다. 2015년에는 판매 수입이 22퍼센트 떨어졌다가 2016년에 20퍼센트 가까이 올랐다. 아직까지는 바수쏭이 예측한 것과 같은 대규모 금융 위기는 일어나지 않았다. 악성 채무는 언제나 국가 금융 시스템 안에 감출 수 있다. 하지만 경제에 미치는 부수적인 결과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토지 판매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에 공공사업 증대를 위한 자금줄 역할을 해서 경제를 부양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자극제는 일시적인 조치여야 한다. 일단 경제가 정상 상태로 돌아오면 부양을 멈춰야 한다. 그런데 중국의 부양책은 멈추는 법이 없다. 대규모 토지 판매와 그에 따른 대규모 공공사업은 지극히 통상적인 일이 되었다. 그리하여 경제성장 속도가 저하되면 토지 판매가 하락해서 경기 둔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9장 신창타이, 새로운 표준

시진핑 주석은 성장이 둔화된 현 시기에 “신창타이”, 즉 새로운 표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재 상황에서 표준적인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무척 유동적인 상태다. 무엇보다도 남아 있는 좋은 선택지가 하나도 없으며, 중국을 새로운 활력과 높은 효율성을 갖춘 경로에 올려놓기 위해 필요한 고통을 감내할 만한 정치적 동력도 없어보인다. 정부는 스스로 이름 붙인 “적당히 빠른 성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에 시달린다. 또한 인구 변동이 중요해져서 노령화 때문에 경제가 고갈되기 전에 국가를 다시 젊게 만든다는 꿈도 실현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높은 수준의 성장을 유지하려고 하면 부채와 낭비 문제가 더욱 악화될 뿐이다.


게다가 개혁에는 대가가 따른다. 베이징 당국은 마법 지팡이를 휘둘러 부채를 사라지게 만들 수 없다. 부채를 정리하는 부담을 어떻게 분배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결정에는 정치적 파급 효과가 따른다. 위완화 평가절하는 수출에는 유리하지만 중산층에게는 불리하다. 적당한 가격의 해외여행과 쇼핑, 교육 등의 특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시장 지향적 개혁은 경제적 효율성에는 유리하지만 부유층에게는 불리하다. 부유층은 국가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특권적 지위 덕분에 이득을 누리기 때문이다. 과다한 공장을 폐쇄하는 것은 산업 설비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일보이지만, 그렇게 하면 결국 실업이 늘고 임금이 줄어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세금을 인상하거나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것은 기업 부채 부담을 줄이는 데는 유용하지만 대중의 소비 능력을 잠식시킬 것이며, 결국 시진핑이 상황이 한결 좋아질 것이라고 약속하는 - 그리고 중국이 세계 질서에서 자신의 정당한 자리를 되찾을 것이라는 “중국의 꿈”을 약속하는 - 가운데 인민의 물질적 삶은 피폐해질 것이다.


여러 해 동안 중국의 거침없는 - 경제적·정치적 - 부상은 불가피해 보였지만, 그런 형태의 미래는 가망 없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중국은 개혁과 고통, 정치적 지도력이 요구되는 고질적인 경제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모든 나라들의 성장을 추동하는 부유한 나라라는, 자신이 바라는 역할을 맡으려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많은 이들은 중국이 그런 역할을 맡게 되면 자신의 경제력을 이용해서 국제질서를 자기 이익에 맞게 뜯어고칠까봐 우려한다.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인데, 그것은 어렵게 얻은 40년간의 번영에 강인한 정신의 개혁과 희생이 뒤따라야만 가능할 것이다. 여전히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있지만, 그러려면 중국이 현재 걷고 있는 경로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경제 기적이 고통스럽고 불확실한 종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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