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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는 잘못이 없다

 
 
 
 
저   자
이동훈 외
출판사
한국경제신문
가   격
16,800원(360쪽)
출판일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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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 책 소개


초연결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고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방법

더 많이, 더 자주, 더 빠르게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의 정언명령이었다.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고, 가능한 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양, 규모, 속도 중심의 패러다임은 초연결 시대 앞에서 무력해졌다. 커뮤니케이션의 양이 증가한다고 해서 효과가 증가하지 않는 것이다. 눈 뜨자마자 쏟아지는 광고 중 기억에 남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여기서 그친다면 기업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나 마케터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인지 모른다. 기존 주류 매체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유행의 주기도 짧아져 따라가려 할 때쯤이면 이미 다른 유행이 퍼지고 있다. 또한 어떤 사안에 대해서든, 의도적 왜곡과 악의적 편집이 교묘하게 더해진 페이크 뉴스의 확산이 기본값이 된 지 오래다. 상품과 이미지를 팔아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기회도 많아졌지만, 반대로 불확실성과 위험성도 커진 역설적 상황에서, 《마케터는 잘못이 없다》는 개인은 물론 기업의 생존법으로 ‘이너프 커뮤니케이션’을 제시한다. 커뮤니케이션 효과의 극대화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의 기본 원칙으로, ‘최대’가 아닌 ‘최적’에 주목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두 명의 저자는 커뮤니케이션학뿐만 아니라 경영학, 심리학, 행동경제학 등의 연구를 토대로 초연결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설득 전략을 전한다.
 
■ 저자 이동훈
기업·정당 등의 조직이 사회 변화와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20여 년간 연구 및 자문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전문가다. 성균관대학교에서 뉴미디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배재대학교 미디어정보사회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로펌 김앤장의 미래사회연구소에서 여론과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 있다. 

《프레임은 어떻게 사회를 움직이는가》(공저), 《기업의 혁신 커뮤니케이션》(공저), 《기업 커뮤니케이션》(공저) 등의 책을 썼으며, 그 외에 소셜 미디어 등 뉴미디어와 여론 변화에 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 ‘최대’에서 ‘최적’으로, 다시 쓰는 게임의 규칙 
멈추시오, 둘러보시오, 들어보시오 
아날로그로의 회귀 
마케터는 잘못이 없다 

1부 초연결 시대의 역설과 ‘더 많이’ ‘더 자주’ ‘더 빨리’라는 함정 
1장 양, 규모, 속도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더 이상 듣지 않는 사람들 
 온라인 광고에서 ‘실수로 클릭’이 두 번째로 많은 이유 
 한계에 이른 빈도 패러다임 
 커뮤니케이션 한계 효용의 체감 
 의도와 빈도의 충돌 
 에델만의 신뢰도 조사가 말해주는 것 
 빈도와 신뢰도의 상관관계 
 디지털 타임 5시간이 전체를 흔든다 
 새로운 빈도의 패러다임과 이너프 커뮤니케이션 

2장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불안한 권력 
 밀과 르봉이 예견한 대중 혁명 
 트럼프가 힐러리보다 소셜한 이유 
 커뮤니케이션은 독점이 불가능한 권력 
 양과 규모, 속도는 어떻게 두려움의 장벽을 허물었는가 
 더욱 불안정해진 커뮤니케이션 권력 

3장 디지털 다윗과 초연결 대중의 탄생 
 에르뎀 균듀즈의 8시간 
 디지털 다윗은 신화가 아니다 
 파워 게임의 시작 
 새로운 승자인가 아니면 장벽을 넘는 좀비들인가 
 스마트 군중의 등장, 그 이후 
 평범한 대중, 인플루언서로 재탄생하다 
 페이크 뉴스는 뉴노멀인가 
 캠페인 전술이 되어버린 페이크 뉴스 

4장 초연결 사회를 이끄는 본성 
 평범한 디지털 다윗들의 본성 
 평범한 사람들의 리더 없는 시스템 
 소셜 방전과 상황 의존성 
 수와 규모 중심의 도덕적 정당성 
 협력적 유전자 vs 이기적 유전자 
 우리의 판단을 이끄는 선한 이기심 
 페이크 뉴스와 에르뎀 균듀즈, 노란 조끼의 공통점 
 매개 커뮤니케이션과 감각의 변화 
 소셜 무드가 의미하는 것 

5장 개인 주도 커뮤니케이션의 시대가 열리다 
 최고의 이론은 현실에 있다 
 설득 심리의 경제학, ‘넛지’ 
 커뮤니케이션은 조직의 성과를 높인다 
 퍼블리싱된 감정의 전염과 증폭 
 미디어 평판은 여전히 중요할까 
 진화하는 매스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의 본질로 돌아가다 

2부 초연결 시대의 설득 전략, 이너프 커뮤니케이션 5원칙 
6장 첫 번째 원칙, 임팩트는 팩트보다 강하다 
 보이콧 vs 바이콧: 비난하거나 열광하거나 
 2017년 4월과 12월의 유나이티드항공 
 되돌릴 수 없는 사회적 기억 
 무엇이 그들을 분노케 하는가 
 양과 규모를 뛰어넘는 자신감과 가치 

7장 두 번째 원칙, 최고의 플랫폼은 사람이다 
 CEO의 트위터는 골칫덩어리일까 200 
 성공한 CEO가 반드시 훌륭한 커뮤니케이터는 아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애플 CEO는 나이키의 사외이사 
 무엇이 CEO를 올해의 커뮤니케이터로 만들었는가 
 숫자와 스토리텔링 
 사람의 재발견: 사람이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다 

8장 세 번째 원칙, 새로운 빈도를 이해하라 
 2,617과 잠들지 않는 손가락 
 뇌는 진실만을 말한다 
 마케팅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죽이다 
 빈도, 빈도, 빈도 
 많이 할수록 좋지 않은 이유 
 커뮤니케이션, 어느 정도면 적절한가 
 새로운 빈도: 사람들은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가 

9장 네 번째 원칙, 기술은 감정을 이기지 못한다 
 상어는 혁신을 어떻게 잡아먹었나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혁신 
 혁신의 기저 효과 
 고프로는 아이폰이 아니다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감정이다 

10장 다섯 번째 원칙, 소셜 무드가 좌우한다 
 소셜 무드는 어떻게 소확행으로 이어지는가 
 새롭지 않아도 새로울 수 있다 
 강약 조절이 필요한 상대성 
 픽사 사옥과 구글 범프 
 앨런 곡선과 사회적 거리 
 구성원의 단어 사전 바꾸기 
 소셜 무드: 많아지면 달라진다 

에필로그 더 이상 선순환 구조를 믿지 마라 
 불확실성의 시대를 건너는 커뮤니케이션 원칙 
 변해버린 호의와 진정성 
 누가 승자인가 

 



도서요약
마케터는 잘못이 없다


초연결 시대의 역설과 ‘더 많이’ ‘더 자주’ ‘더 빨리’라는 함정

양, 규모, 속도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마케팅 담당자들은 소비자의 시선과 마음을 잡길 원하지만 실상은 쉽지 않다. 소비자의 광고 수용 능력은 이미 포화 상태를 넘었다. 광고를 보고도 기억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광고 맹목(AD blindness)’이라 부른다. 광고 맹목 상황이 벌어지면 광고는 그냥 지나가는 행인처럼 느껴질 뿐이다. 무엇을 보았는지 어떤 느낌인지 기억과 인상이 전혀 없다.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부주의맹(inattention blindness) 현상 때문이다. 부주의맹은 사람들이 집중해서 처리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의 한계 때문에 발생한다. 그런데 부주의맹이 집단으로 발생하면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눈앞에 있는 고릴라도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


더 이상 듣지 않는 사람들

원래 커뮤니케이션 기회는 마케터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자원이다.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할 기회를 많이 가진 플랫폼이 권력을 가진다. 낙천적인 마케터는 광고 맹목과 부주의맹도 무한 반복되는 메시지에는 못 이긴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빈도와 효과는 영원한 정비례 상관관계라는 신화가 있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을 걸어오는 채널들에 대한 거부감이 여느 때보다 커졌다. 결국 커뮤니케이션 시점과 상황에 대한 대중의 통제 욕구가 높아졌고 초연결 사회에서는 이것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낙천적인 마케터가 믿는 신화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광고 맹목과 부주의맹을 우회할 수 있는 빈도 게임을 소비자와 아예 시작조차 못할 수도 있다. 이제 광고 맹목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 중요하지 않다. 상황을 근본적으로 타개할 변화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소비자에게 말을 걸지 않는 ‘논-커뮤니케이션(non-communication)’ 마케팅을 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일부러 고객을 고립시킨다. 고객에 브랜드 안내와 설명을 전혀 하지 않는다. 고객의 감정이 매장에서 직원의 개입으로 손상되지 않고 최대한 브랜드 경험으로 연결되도록 한다. 외로움이란 감정이 마케팅의 초점이다. 그러나 논-커뮤니케이션 마케팅에서 고립이 완벽한 차단은 아니다. 아마존고(Amazon GO)처럼 AI와 로봇,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갖춘 철저한 언택트(untact) 방식의 무인 리테일점과 달리 매장 어딘가에는 불편을 느낀 고객에게 바로 달려갈 수 있는 직원을 대기시켜 놓는다.


한국의 프리미엄 택시 서비스 웨이고 블루는 운전사가 승객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승객은 조용하길 원한다. 이런 경향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그 이면에는 초연결 사회의 이중성이 그대로 자리한다. 사람에 대한 대면 피로감이 높아진 동시에 키오스크와 로봇을 활용한 전자 주문, 결제 시스템 같은 초연결 상거래에 대한 적응과 선호 역시 커졌다.


커뮤니케이션 한계 효용의 체감

선거 캠페인 또는 마케팅에서 반복주의 패러다임은 빈도 게임에 주력한다. 대상이 브랜드이든 선거 후보자이든 상관없이 전제는 동일하다. 매스 미디어 광고는 반복할수록 소비자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긍정적 태도와 함께 제품 신뢰도를 높여 더 많이 사도록 할 수 있다고 보았다.


대부분이 레드오션 품목인 생활소비재의 경우 광고의 반복만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길이다. ‘노출 효과’ 또는 ‘최근 효과’를 거두는 브랜드가 승자였다. 제품 진열대에서 소비자의 손은 가장 많이, 가장 최근에 노출된 제품에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반대다. 우리나라 소비자들 10명 중 7명은 이전보다 여기저기에 광고가 너무 많아졌다고 생각하며, 10명 중 4.8명은 광고가 이전보다 더 거슬린다고 여긴다. 소비자들은 광고가 많아졌다고 행복해하지 않는다. 일방향으로 쏟아지는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 싫증과 부담을 느낀다. 광고 맹목 현상이 아니더라도 유권자와 소비자는 커뮤니케이션 피로감에 지쳐 있다.


의도와 빈도의 충돌</P> 결국 관점의 차이다. 커뮤니케이션 양은 기업에게는 비즈니스 기회이고, 수용자에게는 과잉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정보공학과 교수 글로리아 마크(Gloria Mark) 는 정보 과잉이 ‘영구적인 사이클’(self- perpetuating cycle)로 굳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기업용 메신저이자 협업 툴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그룹웨어 슬랙(Slack)의 CEO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과잉 정보를 ‘인지적 당뇨병’이라고 불렀다.


커뮤니케이션 양이 증가한다고 효과가 증가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의 마음과 감정이 커뮤니케이션 양에만 이끌려 반응하던 시대는 끝났다. 다시 말해 초연결 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의 한계 효용은 체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복주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장하는 시각들이 있다. 구글의 매니징 디렉터로 있는 사지스 시바난단이 그중 하나다. 2018년 그는 ‘구글과 함께 하는 생각(Thinking with Google)’에 올린 글 ‘인구 통계의 시대는 죽었다. 의도의 시대가 왔다’에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이 칼럼에서 시바난단은 과감하게 인구 통계에 기반한 전통적 마케팅 기법에 사망을 선고했다. 성별, 연령, 소득, 거주 지역 등과 같은 전통적인 인구 통계 분류에 근거해 광고를 할 경우 많은 잠재 소비자들을 광고 대상에서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튜브에서 요리 관련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40%가 남성이고, 게임 동영상의 시청자 중 30%가 35세 이상이며, 패션과 스타일 관련 동영상을 보는 사람의 55%가 남성이라는 데이터를 보여줬다. 인구 통계는 사회적 통념이고 이에 근거해 사람들을 보면 많은 것들을 놓친다.


시바난단은 이렇게 강조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자신들을 더 잘 이해하길 원한다. 그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소비자들은 그들이 보여준 (모든) 의도의 총합(the sum of intent)이다. 이 의도는 그들이 찾아간 사이트, 그곳에서 본 것, 찾은 것 그리고 얻기를 바라는 것 등으로 표현된다. 이제 인구 통계의 시대는 갔다. 의도의 시대에 온 걸 환영한다.”


구글에서 비디오 마케팅을 담당하는 에카테리나 페트로바는 시바난단의 주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페트로바는 레스토랑을 비유해 “최고의 재료를 이용한 요리 광고는 항상 추천된다. 그러나 음식 평가를 보통에서 최고로 만드는 것은 서비스다”라고 말했다. 온 디맨드(on demand), 공유(sharing), 의도 기반 구독(subscribing based on intend)이란 온라인 경제의 흐름을 마케팅에 반영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된다. 그러자면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누적에 기반한 빈도 게임, 빈도 경쟁에서 탈피해야 한다. 여전히 빈도는 중요한다. 그러나 초연결 시대에 어제의 1회와 오늘의 1회가 의미하는 빈도는 달라야 한다.


개인 주도 커뮤니케이션의 시대가 열리다

기업에 있어 경영 현장은 전쟁이자 게임이다. 온갖 과학적 분석과 치밀한 전략으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사회흐름과 시장, 경영 환경에 대한 대담한 직관과 냉철한 분석 그리고 돌파 의지 없이는 경영 전략에서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최근 무모할 정도로 과감한 모험을 시도한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웬만한 기업은 피하고 싶은 정치 사회 소재를 마케팅으로 끌어들였다. 바로 나이키(Nike)다.


나이키는 2018년 ‘저스트 두 잇(Just Do It)’ 30주년 기념 캠페인으로 미국 사회를 양분시켰다. 나이키는 이 캠페인의 메인 모델에 프로풋볼 선수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ck)을 기용했다. 그는 2016년 루이지애나주에서 흑인 청년이 불신검문 도중 백인 경찰에 의해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프로풋볼 경기의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퍼닉을 애국심이 없다며 비난했다. 이듬해 자유계약선수가 된 캐퍼닉은 어느 팀과도 계약을 맺지 못했다. 그런 그를 나이키가 ‘저스트 두 잇’ 기념 캠페인의 광고 모델로 등장시킨 것이다. “당신이 믿는 것을 하라. 그것이 어떤 희생을 치르든(Believe in something. Even if it means sacrificing everything.)”이 카피였다.


최고의 이론은 현실에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캐퍼닉의 광고에 흥분해 나이키를 비난하는 트윗을 올렸고 곳곳에서 나이키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반면 나이키에 열광하고 호응하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광고 직후 나이키 주가는 급락하는 듯했지만 곧 반등했다.


나이키는 무모했던 것이 아니라 과감했다. 신념과 가치가 감정과 묶여서 공감이라는 에너지로 전환되는 시대 흐름을 읽었고 현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거대한 스토리로 사회를 끌어들였다.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사회적 스토리였다. 나이키는 가치지향적 회사라는 정체성과 매출이라는 트로피를 동시에 얻었다. 누가 봐도 최종 승자는 나이키였다. 나이키의 온라인 판매량은 31%나 급증했다.


나이키는 과격하고 변덕스러운 현실에 순응하기보다는 과감하게 대응했고 결국은 모험을 즐겼다고 보는 것이 맞을 정도로 성과를 거뒀다. 캐퍼닉의 사례에서 나이키가 보여준 자신감과 사회 흐름을 마케팅 전략으로 전환시키는 대담성은 매출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를 창출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나이키처럼 현실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매출로 바꾸는 마법을 부릴 수는 없다. 나이키가 벌인 전쟁의 승부처였던 온라인 세계가 사실은 많은 기업들의 무덤이다. 온갖 욕망들이 제어 장치 없이 충돌하는 온라인은 자신 없으면 뛰어들지 않는 것이 좋을 정도로 치열한 곳이다.


보스턴대학교의 제럴드 케인 교수는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컨설팅 기업 딜로이트(Deloitte)와 공동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내용은 급격한 디지털 전환기에 기업 리더에게 어떤 역량이 가장 필요한가였다. 연구진은 기업들이 처한 현 상황을, 마치 경영자들의 심리적 고충을 이해한다는 듯이 ‘디지털 붕괴(digital disruption)’로 규정했다. 디지털 붕괴 속에서 리더가 처한 가장 큰 어려움은 변화의 속도와 규모였다. 그리고 변화에 대한 적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직의 문화적 긴장과 갈등도 지적됐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유연하고 분산된 업무 환경의 구출 문제 역시 언급됐다.


난제들을 푸는 데 필요한 리더의 역량에 마법은 없었다. 세계 각국의 기업의 임원과 전문가들은 디지털 붕괴 시대에 기업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을 크게 세 부분으로 꼽았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것이 있었고,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간주되어온 것도 있었다.


새로운 역량은 개혁적인 비전이었다. 통상적인 것과 다르다. 단순히 기업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담은 성장 목표가 아니다. 사회와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지혜롭게 의사 결정을 내려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 역량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 중요하게 지적된 역량은 미래 지향성이었다. 뚜렷한 비전과 명확한 전략, 예측 역량이 포함된다. 그리고 세 번째는 디지털 역량이었다. 단순히 프로그래밍 능력과 하드웨어 활용 기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디지털 리더십의 발휘한 이전의 경험과 사회ㆍ문화적 함의까지 이해할 수 있는 통합적인 디지털 역량을 말한다.


진화하는 매스 커뮤니케이션

2016년 11월 트럼프가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자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났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이 끝장날 것처럼 요란스럽던 월스트리트와 산업계가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한 달이 지나자 s&p500지수는 5.6% 상승했고, 소비자 만족도 역시 당시를 기점으로 2년 내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 국민들은 상황에 적응했다. 세상 어디서든 사회 흐름이 어떻든 간에 사람들은 변화에 익숙해진다. 근저에는 사회라는 구조물에 대한 믿음이 자리한다. 횡단보도에서 푸른색 신호에 사람들이 건너는 이유와 같다. 이 합의에 대한 신뢰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사회라는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적응과 믿음의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매스 미디어는 이 지점에서 역할을 찾았다. 매스 미디어는 매일 매일 업데이트되는 사회라는 구조물의 매뉴얼이다. 사람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설명서와 같다. 이해관계를 조성하고 정보를 알려주며 새로운 제도를 설명한다. 갈등과 경쟁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오락을 제공해 팽팽한 긴장을 늦춘다.


그러나 인터넷과 모바일, 소셜 미디어의 시대로 들어선 지금은 매뉴얼 역할의 상당 부분이 이들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네트워크로 이동했다.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매스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종언을 선언할 정도로 매스 미디어는 거대한 변화를 맞았다. 그 와중에 거대 규모의 텔레비전 네트워크와 신문 그룹들은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언제까지 생존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적응에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뉴욕타임스>도 늘 위기를 말한다. 2017년 <뉴욕타임스>는 생존 전략을 모색한 혁신 보고서를 내면서 서두에 긴장과 두려움을 털어놓았다. “우리는 변해야 한다. 그곳도 우리의 이전 변화 속도보다 더 빨리 변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뉴욕타임스> 같은 기성 미디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변화 속도란 환경을 바로 뒤쫓는 것이지 앞서지는 못한다. 반면 매스 미디어가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 새로 등장한 플랫폼 기반의 디지털 미디어들은 매스 미디어를 더 압박했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넷플릭스다. 2014년 말 넷플리스 CEO 헤이스팅스는 2030년에는 전통적인 TV 방송이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 예견했다. 넷플릭스가 페이스북의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재가 될지도 모른다.



초연결 시대의 설득 전략, 이너프 커뮤니케이션 5원칙

첫 번째 원칙, 임팩트는 팩트보다 강하다

도브는 ‘진정한 아름다움(real beauty)’ 캠페인으로 13년 동안 전 세계 여성들을 감동시켜왔다.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진정한 아름다움’은 마케팅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캠페인 성공작이었다. 여성에게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름답다”고 속삭일 때 도브는 단순한 뷰티 케어 제품 이상의 브랜드로 각인됐다. 그런 도브의 이미지가 2018년 10월 6일 금요일 하루 만에 금이 갔다.


도브는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하는 바디 로션 동영상 광고를 미국 페이스북에 올렸다. 제일 처음 흑인 여성이 등장하는데 이 여성이 갈색 티셔츠를 벗으면 흰색 티셔츠를 입은 백인 여성으로 변하고, 이 여성이 티셔츠를 벗으면 아랍 여성이 등장한다. 동영상이 페이스북에 올라가자마자 인종차별적 표현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연결된 소비자의 반응은 무자비할 정도로 빨랐다. 도브는 다음 날인 토요일에 광고를 내렸다.


그러나 소비자의 연결된 감정은 혹독했다. 트위터에는 보이콧(boycott) 캠페인까지 올라왔다. 촘촘히 엮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네트워크는 사람들을 민감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에 반응했다. 도브에게는 다양성이 팩트였지만 사람들은 인종차별로 해석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3년 동안 쌓아온 도브의 브랜드 이미지를 인종차별적 광고로 날려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고, <가디언>과 <뉴욕타임스>도 비슷한 내용을 다뤘다.


되돌릴 수 없는 사회적 기억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은 대가를 치른다. 위기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으로 코스트 최소화를 지향해야지 제로를 꿈꿔서는 안 된다. 실제로 버슨-마스텔러(Burson-Marsteller)가 전 세계 826개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위기를 경험한 기업은 매출 하락(41%), 정리 해고와 구조 조정(33%), 평판 훼손(22%), 기업 전반에 걸친 불안정성(21%) 등을 겪었다. 하지만 위기 커뮤니케이션 계획을 보유할 경우 매출 하락은 41%에서 30%로 줄었으며, 정리 해고와 구조 조정도 약 11% 이상 감소했다.


버슨-마스텔러 조사가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위기가 발생하면 어떠한 형태로든 피해가 나타나고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코스트 최소화가 커뮤니케이션의 최선책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기업은 다른 생각을 한다. 기업은 위기 관리의 정수로 평가되는 1982년 타이레놀(Tylenol)의 사례를 거론하며, 커뮤니케이션으로 위기를 완벽하게 극복하고 더 나은 평판과 매출 증가를 기대한다.


모든 기업 위기가 대가를 치러야 하고 원래대로 회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코스트 밸런싱을 필요로 한다. 코스트 밸런싱은 유연한 사고의 틀이자 의사 결정의 우선순위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코스트 밸런싱을 통해 최소 코스트를 치르고 원상 회복의 토대를 마련한다.


두 번째 원칙, 최고의 플랫폼은 사람이다

사람의 재발견: 사람이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다

초연결 시대에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더 많은 연결이 아니라 ‘개인의 확인’이다. 자신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정체성의 확인은 커뮤니케이션 본성의 근원이며 본질이다. 오래전 이 점을 간파한 기업이 코카콜라다. 코카콜라의 모든 광고가 최고의 광고는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각인된 하나는 분명하다. ‘인간다운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코카콜라의 글로벌 광고캠페인이었던 오픈 해피니스 프로젝트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모든 콘텐츠는 아날로그다. 확산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다. 둘째, 체험과 공유가 원칙이다. 셋째, 관계의 진정성을 강조한다. 넷째, 내가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듣는 사람이 무엇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말하는 스토리가 아니라 듣는 사람의 스토리가 중요하다. 다섯째, 이 모든 요소들은 최고 플랫폼이 사람이라는 원칙에 입각한다.


네트워크는 개인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이 연결을 원하는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더 많은 연결을 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다시 개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더 많은 연결은 더 강한 개인의 시대로의 복귀를 가져온다. 개인을 넘어서는 네트워크는 존재할 수 없다. 개인화의 출발점은 구체성에 있다. 그곳도 초개인화 수준의 구체성이 필요하다. 중립적 표현과 가치를 피하라. 개인은 중립적이지 않다. 초개인화 수준에서는 ‘슬픔’, ‘분노’, ‘기쁨’ 정도의 은밀하고 구체적인 기분까지 치고 들어가야 한다. 세대에 따라서는 그들만의 언어 표현 수준으로 구체화될수록 좋다.


리더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CEO 커뮤니케이션은 무엇보다도 CEO스스로에 의해 좌우된다. CEO가 어떠한 경쟁력을 가지느냐에 따라 CEO 커뮤니케이션 효과도 달라진다. 그리고 CEO 경쟁력은 다섯 가지 커뮤니케이션 전략 자산을 어떻게 조합해 활용하느냐로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CEO는 전략 자산을 전부 활용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전부 활용할 수도 없다. 단지 최적의 효과를 뽑아낼 수 있도록 적절한 전략 자산을 보유하면 된다. CEO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이 ‘상대적 충분함’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네 번째 원칙, 기술은 감정을 이기지 못한다

혁신의 기저 효과

대다수가 빅뱅 파괴 혁신에 성공한 기업에 관심을 둔다. 하지만 첫 번째 대성공 이후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기업은 단 한 번의 성공으로 자신의 운을 모두 소진했으며 기업의 성공 방정식은 곧 실패의 지름길로 빠르게 변했다.


또 다른 이유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시장의 변덕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빅뱅 파괴 혁신 기업 대부분은 스스로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의해 만들어졌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실험을 조합해 적시에 출시하는 것이 빅뱅 파괴 혁신 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시장의 선택을 받은 기업은 특별한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가지지 못했음에도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소셜 미디어에서 이용자 호평이 쏟아진다. 하지만 기업의 퇴출도 시장이 결정한다. 시장이 만들어냈지만 기업에 대한 충성도는 매우 낮다. 시장은 항상 대체재를 찾고, 기업은 한때의 영광을 뒤로한 채 쓸쓸히 퇴장한다.


그렇다면 빅뱅 파괴 혁신 기업은 왜 더 이상 성공하지 못할까? 첫 번째 성공처럼 두 번째 성공, 다시 말해 지속 가능한 성장 역시 단지 운일 뿐일까?


결론은 간단하고 분명했다. 빅뱅 파괴 혁신 기업이 정체의 늪에 빠진 이유는 규모 중심의 성장 전략에 기반한 ‘혁신의 기저 효과’ 때문이다. 혁신의 기저 효과가 불러일으키는 착각이 경영 전략을 뒤흔들고, 이것이 실제 혁신의 쇠퇴를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사람의 10대와 20대 성장 속도가 다르듯 기업 역시 규모가 커지면 성장세는 당연히 줄어든다. 이때 실제로 기업의 혁신은 소진되지 않았지만 마치 소진된 것처럼 보이도록 혁신의 기저 효과가 발생한다. 시장은 규모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고, 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혁신의 지체 또는 실패로 규정했다. 그리고 규모를 무시한 혁신의 기저 효과는 시장의 압박과 경영진의 초조함을 끌어내면서 성장률 저하가 규모의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어냈다.


익숙함 역시 혁신의 기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빅뱅 파괴 혁신은 단기간 매우 강렬하게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모든 정보가 서로 다른 콘텐츠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수 콘텐츠가 빈번히 반복되며 확산한다. 이를 통해 시장은 효과적으로 혁신을 학습하지만 동시에 필연적으로 피로감이 발생한다.


반복해 노출된 혁신에 시장은 빠르게 익숙해진다. 그리고 익숙해진 혁신은 곧바로 피로감을 만들어낸다. 성장률이 감소하고 미디어가 부정적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하면 빅뱅 파괴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불안해하며 자신만의 대안을 제시한다. 이들 기업이 내놓은 대안은 스스로 또 다른 혁신이라 생각하지만 시장은 기존 혁신이 주는 익숙함의 기저 효과로 인해 그것을 더 이상 혁신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게다가 실제로도 대안의 대부분은 혁신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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