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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탄생

가장 분명한 취향, 음식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다

지금의 우리는 진화 중이던 우리 조상과는 다르다. 그때처럼 식량을 찾으려고 대초원으로 내몰려 우호적이지 않은 식물과 잡기 힘든 먹이들 사이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영양분을 찾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 뇌는 그때의 오랜 습관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인간은 자연스럽게 두 가지를 배운다. 단 것은 좋고(열량이 있어서 에너지원이 된다) 쓴 것은 나쁘다(독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인간은 잡식성이다. 사람들이 쥐나 바퀴벌레 같은 종을 비슷비슷하게 생각하고, 새로운 음식을 맛보길 두려워하며, 새것 혐오증이 있다는 것이다. 잡식성이면서도 새것을 혐오하는 취향은 진화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다. 후자는 이상한 음식을 먹지 않도록 도왔고, 전자는 몸에 좋은 다양한 음식을 먹도록 도왔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 중에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것들이 있다. 설탕이나 소금, 지방이 혀에 닿아 녹을 때 느끼는 맛이 그것이다. 이런 것은 바꿀 수 없다. 이 세 가지 맛에 생리적으로 더 민감한 사람들이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런 것은 맛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민감한 것과 음식에 대한 취향은 전혀 다른 문제다. 보챔프는 인류 전체가 습득한 적응 방법일지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다. 한 그룹이 특정 식물을 좋아하면 또 다른 그룹은 다른 식물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한 식물에 영양분이 부족하다고 해도 인류가 굶어 죽을 일은 없다.

하지만 음식 취향의 이유가 분명한 경우는 많지 않다. 음독 가능성을 제외하면 생리학적으로 가지나 여타 음식을 피할 이유는 없다.

음식만큼이나 원천적인 취향이 있을까? 음식에 대한 선택은 즉각적 혹은 장기적인 건강과 직결된다. 입속에 넣는 대상이기 때문이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메뉴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야 할까? 아니면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시켜야 할까? 로진은 내게 어떤 즐거움을 원하는지에 따라서 답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시키면 예상할 수 있는 즐거움이 더 커져요. 이미 먹어본 음식이고, 익숙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즐거움을 기억하려면 새로운 음식을 선택해야 해요."

취향은 예측과 기억이 핵심이다. 어느 정도 기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난번에 즐거웠던 기억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취향은 안정적이면서도 일시적이다. 음식을 먹을 때도 그렇다. 식사를 코스로 나누어서 먹는 이유도 감각 특정적 포만 때문이다. 일단 채소를 섞어서 먹은 다음에는 채소를 또 먹고 싶은 생각은 사라진다.

결국 기억은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로진이 제안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음식을 먹은 양이나 즐긴 시간과는 상관이 없다. 지속 시간 경시라고 부르는 현상인데, 로진은 "식사할 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약간 먹은 것으로 충분히 기억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대보다는 낫지만 기억만큼은 좋지 않은

기대 심리는 취향을 좌우한다. 사람은 좋아하는 대상을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어떤 대상을 좋아할지 가늠하고 추측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어떤 여화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제 영화를 보면 다음 두 가지 상황이 연출된다. 먼저 동화다. 영화가 실제 지니고 있던 기대만큼이나 그보다 더 재미있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또 다른 상황은 대조다. 앞선 예와는 반대로 영화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실망했을 때 생기는 일이다.

음식의 경우는 동화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눈으로 먼저 맛본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인간은 눈보다 앞서 마음으로 맛을 상상한다.

동화는 취향의 또 다른 법칙을 확인시켜주는데, 제품에 대한 경험이 기대에 부합하면 좋아하고 부합하지 않으면 싫어한다는 것이다. 음식의 경우는 이 법칙이 절대적이어서 제품에 대한 감각의 실질적인 반응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예를 들어 커피가 쓰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맛을 보기도 전에 커피가 쓰다고 생각한다. 그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편 기대에 어긋났을 때는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어떤 유명한 연구에서 사람들은 연어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을 주면서 아이스크림 또는 프로즌 무스라는 두 가지 라벨을 붙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단순히 아이스크림이라는 라벨을 붙였을 때보다 프로즌 무스 라벨이 붙은 아이스크림을 더 좋아했다. 단순한 아이스크림에 대한 혐오감이 매우 강해서 연구진은 "참여자들이 대놓고 아이스크림이 끔찍하다고 말했다"라며 걱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연어 아이스크림을 이용한 실험은 사람들이 음식에 대해 단순한 취향 이상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음식은 겉으로 어떻게 보이는지도 중요했다. 카델로는 새로운 메뉴에 대해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서 참여자들은 수프와 유동식를 제공받았다. 참여자들은 당연히 일반 수프를 더 좋아했다. 하지만 두 번째 실험에서 여기에 치과 환자를 위한 유동식 식단이라는 이름을 붙여 유리잔에 담아주자 일반 수프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연구진은 이렇게 설명했다. "라벨을 바꾸자 기대 심리도 달라졌어요. 일반 수프와는 다른 메뉴라는 인식이 생겨서 거부 반응이 줄었죠."

무엇인지 알아야 좋아할 것이 아닌가?

냄새는 맛보는 행위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잊기 쉽지만 직접 경험할 때마다 놀라는 사실이다.

미뢰가 박혀 있는 내 혓바닥은 단맛, 신맛, 쓴맛, 짠맛, 그보다는 약간 비공식적인 감칠맛 등 기본적인 맛을 충실하게 골라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섬세한 구분(망고 맛과 파파야 맛, 양고기와 돼지고기 맛)은 음식을 삼킬 때 콧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향기 덕분에 가능했다.

폴 로진은 대상을 어떻게 감지하느냐에 따라서 대상에 대한 느낌이 달라진다고 한다. 인간 뇌는 음식이 입안에 들어오면 위험한 물질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전반적인 인식을 달리하는 듯하다. 펠챗은 코감기에 걸린 사람에게 노란 색깔을 더한 소고기 수프를 주면 닭고기 수프를 먹고 있다고 착각한다고 설명했다. 후각을 제외하면 수많은 채널이 나오는 케이블 텔레비전을 똑같은 방송이 나오는 네트워크 단 몇 개로 줄여버린 것과 같다.

입과 코의 어떤 부분이 어떤 향인지를 알려주는 것과 상관없이 취향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입안에서 느껴지는 감각적인 반응 이상으로 음식을 좋아할 가능성이 있다. 취향은 가끔 무엇인가를 좋아한다는 마음 때문에 왜곡되기도 한다. 한 연구에서는 유기농과 자유무역 제품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파인애플 맛을 테스트했는데, 이들은 유기농법으로 기르고 자유무역으로 수입된 파인애플을 더 좋아하는 성향을 보였다. 유기농 여부에 민감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그들보다 파인애플을 덜 좋아했다.

1968년에 심리학자 로버트 B. 자이언스는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자이언스는 단순한 노출의 효과를 설명했다. 개인이 어떤 자극에 단순히 노출되는 것만으로 자극에 대한 태도가 개선된다는 뜻이었다. 자이언스는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반복한 뒤 음식을 좋아하게 되었다.

음식에 노출될수록 좋아하게 된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대상을 좋아한다는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결국 아무리 싫어도 일단 먹으면 된다는 뜻이다.

취향은 배워가는 것이다. 모든 사회와 개인은 이 뻔한 사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노출의 효과는 사람이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다. 아기들이 먹는 당근 주스는 어떨까?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가 이 주스를 먹는다고 생각해보자. 당근 냄새와 맛이 갓 생겨난 태아 주변의 양수를 감싸면서 식사 경험을 만들어준다. 자궁 밖을 나오면 아기는 좋아하는 음식(친근한 음식)을 먹고 싶어 하고 싫어하는 음식은 뱉어낸다.

타인이 무언가를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음식을 더 좋아하게 되기도 한다. 1930년대에 수감된 여성의 아이들에게 음식을 주면서 진행된 전통적인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음식을 주는 사람이 제공한 정보에 따라 취향을 지니게 되었다. "밥을 주는 성인이 토마토 주스를 싫어한다는 의사를 표현하면 아기들은 주스를 거부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음식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바뀌는 순간이 있다. 스몰은 이를 신경학적 시간과 공간에서 확인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실험을 진행했는데, 참가자들에게 열량이 없는 새로운 향의 음료를 주었다. 처음 몇 주가 지난 뒤에는 맛이 나지 않지만 열량이 있는 말토덱스트린을 추가했다. 실험 참여자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말토덱스트린을 넣은 음료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펠챗이 차를 이용해 진행했던 연구와 마찬가지로 뱃속에서 보내는 소화 뒤의 신호(말토덱스트린이 당으로 바뀌었기 때문)는 음료를 더 좋아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스몰이 연구에서 선택한 음료는 모두가 약간 좋아하는 맛이었다. 따라서 정말 싫어하는 음식이라면 어떻게 좋아하는 음식으로 바뀌는지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싫어하는 대상과 좋아하는 대상이 뇌의 동일한 부분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싫어하는 대상이 좋아하는 대상으로 바뀌는 특정한 순간과 장소를 찾겠다는 아이디어는 복잡해진다. 언젠가는 학계에서 무관심을 유발하는 회로를 찾아낼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대부분의 대상에 대해서 꽤나 양면적이며, 다만 좋고 나쁨을 경정하는 것은 특정한 요소가 시냅스를 자극했기 때문이거나, 함께 점심을 먹은 사람 때문이거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 때문이라는 말이 된다.

이처럼 취향이 왜곡과 조작에 노출되어 있고 사람들의 뇌가 외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강하게 고집한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다. 어쩌면 취향이 얼마나 취약하고 제멋대로인지 알기 때문에 더욱 여기에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가장 개인적이고 강하게 취향을 고집하는 분야는 음식이라는 사실이다.

재생목록으로 취향을 예측하다

음악, 취향의 핵심

인류학자 메리 더글러스는 음악이 상품(혹은 취향)의 질을 저해하거나 좁힐 수 있는 대표적인 대상이며, 그래서 사람들을 분열시키거나 결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언젠가 그리니치빌리지에 있던 레코드 가게 주인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음악은 어떤 면에서 종교와 같아요. 샌프란시스코 사이키델릭 록은 좋아하는데 일본의 사이키델리아는 싫어한다고 미움을 사니까요."

물론 일본의 사이키델리아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미움을 사지는 않는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게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의 말은 부르디외도 관심을 가졌던 취향의 흥미로운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가까울수록 취향이 논쟁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지역이 좁으면 분쟁은 더욱 강해진다.

그 다양한 이유 중 하나는 취향이 지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밴드 페이브먼트의 팬이 아니라면 누가 그들의 대표 앨범 와이 조이에 반하는 입장을 신경 쓸까? 사람들의 음악적 취향을 그래프로 나타낸 한 연구에 따르면 필립 글래스의 오페라 해변의 아인슈타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해당 오페라를 싫어하는 사람과 꽤 가깝다고 한다. 왜일까?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노래이니 싫어하려면 일단 노래를 알아야하고, 그런 이유로 그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과 사회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다.

음악을 재생하는 데 드는 비용은 거의 공짜가 되었다. 누구나 지금까지 녹음된 모든 음악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지닌 음악 취향은 어떻게 될까? 사회학자 리처드 피터슨은 "음악이 상품화되고 그것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클래식과 록, 테크노, 컨트리 등 모든 음악에 마땅한 가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라고 평가했다.

오페라를 좋아하면 컨트리나 웨스턴 음악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1990년대 초 피터슨과 그의 동료 앨버트 심커스가 미국 인구조사국이 가지고 있는 예술에 대한 데이터를 속속들이 조사한 결과 흥미로운 추세 한 가지를 발견했다. 1982년부터 1992년까지 소위 말하는 하이브로우(지식계급)가 컨트리나 블루스 같은 로우브로우 장르 음악을 듣고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다양한 분야를 즐기는 행동으로 불렸다. 마치 음악과 계층 사이의 모든 관계가 사라지는 듯했다.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사람은 여전히 나이가 많고 부유하며 교육 수준이 높았다. 그런데 그보다 덜 부유한 계층이 갑자기 오페라 박스석에 앉아 있기 시작했다. 더 정확하게는 새로운 구분이 생겨난 것이었다. 그런데 이 구분은 폭넓은 중산층의 인식이 바뀐 것이지 상징적인 의미는 없었다.

연령이 높은 하이브로우는 이제 잡식성 음악 취향 아래에서 문화 자본을 재구성하게 되었으며, 전처럼 깊이 음악을 즐기기보다는 더 넓게, 수직보다는 수평적으로 취향을 구성하게 되었다. 고상한 척해봐야 사회적으로 역효과가 생겼으며 다른 사회적 네트워크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졌다.

부르디외는 소비하는 대상만큼이나 소비하는 방법이 사람의 취향을 알려준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음악을 즐기는 것이 하이브로우의 오랜 전략이며, 이를 한때 배척되었던 음악 장르에까지 적용했다고 주장한다. 중산층 가운데에서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방앗간 같은 공간인 뉴욕 리뷰 오브 북스의 개인란에서 여러 장르를 섭력하는 행동은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다.

판도라의 상자_모르는 것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왜 클래식이라는 단어가 붙은 대상을 멀리할까? 음악이 문제일까 제목이 문제일까?

히틀러가 어떤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어떨까? 단순히 로맨틱한 음악이라고 알려줬을 때보다 사람들의 선호도가 줄어들었다. 이는 폴 로진의 혐오와 감정을 이입하는 마법에 대한 실험을 떠올리게 한다. 로진은 실험 참여자들에게 개똥처럼 생긴 초콜릿 퍼지를 주었는데, 겉보기에 비슷한 모양만으로 사람들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개똥이 진짜가 아닌 것처럼 히틀러가 음악을 작곡한 게 아니다. 하지만 이미 상징적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취향에서는 상징적인 의미가 충분한 사실이 된다.

음악을 좋아하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청취 여부다. 많이 들어본 노래일수록 좋아하게 된다. 어떤 전형적인 실험에서는 영국의 아이들과 대학생에게 낯선 파키스탄 민요를 들려주었다. 참여자들은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좋아했다.

심리학자 다수도 음악이나 모양, 중국의 기호 같은 자극에 반복해서 노출되면 사람의 인식 정도가 증가하고 과정을 좀 더 쉽게 배운다고 주장한다. 과정을 쉽게 습득하면 그것을 좋아하고 집중하게 된다.

심지어 듣는 순서에 따라 기호가 바뀌기도 한다. 어떤 연구에서는 라디오 청취자들에게 원곡과 교묘하게 편곡한 음악을 연달아 들려주었다. 예상하겠지만 청취자 나이가 많고 원곡이 오래전에 나왔을 때 원곡 선호도가 높았다. 그들이 원래 노래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곡을 모두 처음 듣는 청취자들은 무엇을 먼저 듣느냐에 따라서 좋아하는 노래가 달라졌다. "처음 자극을 접한 것이 머릿속에 흔적을 더 크게 남긴다. 그 결과 나중에 접한 음악보다 더 크게 영향을 발휘한다."

좋아하는 것은 학습하는 것이다. 학습해야 좋아할 수 있다.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마찬가지다. 음악의 경우는 좋아하는 과정이 매우 빨라서 몇 번 듣지 않아도 노래를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노출에는 위험 요소가 숨어 있다. 어떤 때에는 들을수록 싫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원래 싫어했던 것이라면 그렇다. 정확하게 어떤 공식은 없지만 심리학자 대니얼 벌린이 제안한 가장 대표적인 이론에 따르면 음악과 같은 대상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는 복잡한 정도에 따라 거꾸로 뒤집힌 U자 곡선을 그린다. 사람들은 더 간단하거나 복잡하면 덜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음악을 들을수록 복잡한 정도는 덜해진다. 그래서 단순한 음으로 만들어진 팝 음악은 중독성이 있지만 여름 한철이 지나면 차트 순위 밖으로 추락한다. 또 어떤 노래는 좀 더 깊은 멜로디와 의미를 담고 있어서 약간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천천히 자리를 잡는다.

취향은 왜, 어떻게 변하는가

순응주의자들의 결정_똑같지만 약간만 다르게

취향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우로보로스(자기 꼬리를 입에 문 모습으로 우주를 휘감고 있다는 뱀)처럼 끊임없이 변화한다. 프랑스 수학자 조나단 투불은 이를 두고 "다르게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똑같이 보이려고 하는 독립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달리 말하면 유행을 쫓는 것이다. 누구나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에 조율된 합의를 가지고 있는 협력적 시스템과 달리 유행은 대다수 사람과 반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내린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가브리엘 타르드는 1890년에 쓴 모방의 법칙에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어느 정도 남을 모방한다"라고 썼다. 타인을 모방하는 것은 사회적 학습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진화 과정에서 적응하기 위해 배운 전략이다. 이 행위는 생존하고 번영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사회적 학습이 너무 쉽고 효율적이며 모든 모방이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훌륭한 방법이라면 왜 사람들은 타인과 다르게 행동하려고 할까? 이는 혁신 자체의 문제다. 생물학자 휴고는 적자생존이 가장 적절한 상태가 만들어지는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보이드와 리처슨은 사회적 학습과 개인적 학습 사이에 최적한 균형이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배우려는 사람이 너무 많고 혁신하는 능력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현명한 선배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은 배우겠지만 물고기가 모두 멸종될 것이다.

적정 독특성 수준 이론에 따라 사람들은 단체에 소속감을 느끼면서도 분리된 듯한 기분으로 동화되기를 바란다. 사람이 순응하기만 한다면 취향은 없을 것이다. 아무도 순응하지 않아도 취향은 없을 것이다.

취향이 한 사람에 대해 말해주는 것은 주로 좋아하는 사람을 닮고 싶어 하고, 그 사람의 취향을 닮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다른 취향을 지닌 사람들과는 차별화되고 싶어 한다. 이때 단순히 모든 사람이 하고 있는 것을 배우려고 하는 사회적 학습의 순응주의 개념이 복잡해진다. 어떤 때는 다른 사람이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행동을 멈추기 때문이다.

취향은 사람들이 남과 달라지고 싶어 할 때 변화한다. 그런데 남과 같아지고 싶어 할 때도 변화한다. 취향을 수용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사회적인 경쟁과 비슷하다. 학습하고 회피하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가끔은 오류나 무작위 때문에 취향이 변하기도 한다.

우연히 유명세를 타다_취향의 무작위성과 불확실성

취향은 월스트리트에서 말하는 랜덤 워크(증권과 상품 선물에 관한 이론으로 미래의 가격 변동을 예상할 때 과거의 가격은 쓸모없다는 개념)와 비슷하다. 곧 과거는 미래를 알려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어떤 연도에는 특정한 규칙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규칙은 5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 아이디어는 유전학에서 기인한 것이다. 1968년에 소개되었을 때는 굉장히 혁신적이었는데, 진화론적인 변화 대부분은 분자 수준에서 선택된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변이가 무작위로 발생한 탓이라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서 유전적인 변화 대부분이 외부적인 이유나 기능적인 선택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 아니라 그저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라는 말이다.

중립적인 모델은 문화에 적용하면 인기 있는 품종의 목록이 규칙적으로 바뀐다는 뜻이 된다. 어떤 반려견 품종은 갑자기 인기를 끈다. 그 종이 다른 종보다 나아서가 아니다. 반려견종의 인기는 무작위적인 모방으로 바뀐다. 누군가의 반려견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이다.

선택에 분명하게 압력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중 하나는 어린이 영화다. 디즈니의 101마리 달마시나과 쉐기 독이 상영되자 달마시안과 양치기 개 등록이 늘었다. 박스 오피스에서 흥행을 거둘수록 이 종들의 인기는 증가했다. 하지만 영화 덕분에 덩달아 사랑받은 견종은 곧 인기가 사라지고는 한다.

벤틀리는 중립 모델이 강력한 이유가 사고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인기를 바라보고, 취향이 왜 왔다가 사라지는지 이해하게 된다.

중립적인 모델은 한 선택이 다른 선택보다 낫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 나름의 가치가 있을 뿐이다.

취향은 교통 흐름처럼 기본적인 요소와 규칙, 시끄러운 피드백을 따르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여기에서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을 서로 답습한다. 인기 100곡 차트에 노래가 몇 곡 선택될 것이라는 점 외에는 예측할 수 없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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