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 아래서
뜨거운 태양 아래서
아부 카이스
아부 카이스가 축축한 땅 위에 몸을 눕히자, 대지의 지쳐빠진 심장박동이 모래 알갱이를 지나 그의 몸 구석구석에 전달되었다. 몸을 눕혀 가슴을 땅에 댈 때마다 그는 대지의 박동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대지의 심장이, 그가 그곳에 몸을 눕힌 첫 순간부터, 지옥의 심연으로부터 빛을 향해 솟구쳐 오르는 것만 같았다. 십 년 전 고향을 떠나기 전에 함께 농사짓던 이웃에게 그 말을 했더니, 그는 조롱하듯 이렇게 대꾸했다.
“그것은 네 심장의 고동일 뿐이야. 가슴을 바짝 땅에 가져다 대면, 들리는 건 네 박동 소리란 말야.”
허튼소리! 그렇다면 이 냄새는 무엇인가? 대지에 코를 가져다 대면, 머릿속으로 밀려들어와 그의 혈관 속에 마구 쏟아지는 이 냄새 말이다. 그는 대지에 누워 땅의 냄새를 들이마실 때마다, 찬물로 샤워한 다음 욕실에서 막 걸어 나온 아내의 머리칼 냄새를 맡고 있는 자신을 상상했다. 찬물로 목욕한 뒤, 아직 축축한 머리칼에 얼굴이 뒤덮인 여인의 냄새, 바로 그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작은 새 한 마리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쥘 때와 같은 심장의 떨림이었다.
몸을 돌린 그는 깍지 낀 두 손을 베개 삼아 땅에 등을 대고 누웠다. 그는 하늘을 노려보았다. 창백한 하늘엔 검정 새 한 마리가 홀로 높이 날아올라 원을 그리며 배회하고 있었다. 자신이 낯선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엄습하자, 그는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아냐, 어제는 비가 내리지 않았어. 지금은 8월이잖아. 잊었니? 깜깜한 영겁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은 허공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 넌 정말 그걸 잊었니? 그의 머리 위에 펼쳐진 창백한 하늘에는, 여전히 홀로 원을 그리며 배회하는 새 한 마리가 까만 반점처럼 보였다. 그래, 지금은 8월이야. 그런데 땅은 왜 이렇게 축축하지? 샤트강 때문이었다. 네 곁에, 멀리 시선이 미치는 곳까지 쭉 뻗어 있는 저 강물이 보이지 않니?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두 거대한 강물이 합류하면서 샤트알아랍이라는 강물이 형성되는데, 이 물줄기는 바스라 위쪽으로부터 시작하여......”
고향 마을의 학교 옆을 지나칠 때, 깡마른 흰머리 노인 우스타즈 셀림이 칠판 곁에 선 작은 아이에게 큰 소리로 되풀이하던 대목이었다. 그는 돌 위에 올라서서 유리창 너머로 엿듣기 시작했다. 어린 학생 곁에서 우스타즈 셀림은 가느다란 막대기를 흔들며 목청껏 소리를 내질렀다.
그 아이가 불안에 떨자, 교실의 다른 아이들이 왁자지껄하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부 카이스는 팔을 뻗어 그 아이의 머리를 건드렸다. 그러자 아이가 창문 곁에서 엿듣고 있는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야?”
“바보 같은 놈!”
아이는 웃으면서 속삭였다.
그가 뒤로 물러나 돌에서 내려온 다음, 그곳을 떠난 뒤에도 우스타즈 셀림이 되풀이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그날 밤 그는 우스타즈 셀림이 교장의 응접실에서 목젖을 울리며 물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았다. 우스타즈 셀림은 마을 아이들을 가르치도록 자파에서 파견된 선생님이었는데, 오랫동안 선생 노릇을 하다 보니 이제 ‘우스타즈’란 호칭은 그의 이름에서 뗄 수 없는 한 부분이 되었다. 그날 밤 교장실에서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금요일 기도 모임을 인도해주실 거죠, 그렇죠?”
“천만에요. 나는 이맘이 아니라 선생일 뿐이오. 기도는 인도할 수 없소.”
“그게 무슨 상관이오? 우리 선생님은 이맘이었소.”
“그는 쿠란 종교학교의 선생이었지만, 나는 일반 학교에서 가르치니까요.”
“그게 무슨 상관이오?”
우스타즈 셀림은 아무 말이 없었지만, 그는 안경 너머로 도움을 간청하듯 그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그러나 교장과 마찬가지로, 그곳 사람들 역시 셀림의 답변을 당혹스러워했다.
오랜 침묵이 흐른 뒤, 우스타즈 셀림은 목청을 가다듬어 나지막하게 말을 꺼냈다.
“글쎄요, 저는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 모릅니다.”
“모른다고요?”
“전 정말 모릅니다.”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놀란 듯한 눈길로 서로를 쳐다보다가, 마침내 교장에게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고 느낀 교장은 아무 생각 없이 불쑥 내뱉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오?”
“많은 것을 알고 있지요. 예컨대 나는 명사수요.”
그는 문 쪽으로 걸어가더니 돌아섰다. 그의 야윈 얼굴은 떨리고 있었다.
“만약 그들이 여러분을 공격해올 경우, 나를 깨우시오. 내가 다소나마 도움이 될 거요.”
바로 이것이 우스타즈 셀림이 십 년 전에 가르쳤던 샤트강이었다. 우스타즈 셀림의 학교와 고향 마을로부터 수천 마일이나 떨어진 이곳에 그는 누워 있었다. 우스타즈 셀림, 신의 자비가 당신과 함께하기를 빌겠소. 유태인이 그 불쌍한 마을을 장악하기 하루 전날 밤, 당신의 생명을 거둬 가신 신은 분명 당신에게 자비를 베푸셨던 것이오. 바로 하루 전날 말이오. 오, 신이여, 이보다 더 큰 당신의 은총이 어디 있습니까? 마을 남자들이 너무 바쁜 나머지, 당신을 매장하고 당신의 죽음에 경의를 표할 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오. 그러나 어쨌든 당신은 그 땅에 머물렀소. 그렇지 않소? 당신은 창피함과 모욕을 피했으며, 온갖 치욕으로부터 연로한 당신을 지켰소. 우스타즈 셀림, 신의 자비가 당신과 함께하기를 빌겠소. 만약 당신이 살아남아 나처럼 가난에 찌든다면, 아마 당신도 지금의 나처럼 행동했을 것이오. 살아온 세월을 두 어깨에 짊어진 채, 빵 한쪽 얻기 위해 사막을 가로질러 쿠웨이트로 도망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오.
팔꿈치로 몸을 지탱한 채 일어나 앉아,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듯이, 그는 그 거대한 강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 이것이 바로 샤트알아랍 강이렷다.
“오고 가는 차량으로 붐비는 도심의 거리처럼, 상선들이 짚과 대추야자를 싣고 항해하던 거대한 강이 에요, 아빠.”
그날 밤, 아들 카이스에게 “샤트알아랍이 무엇이지?”하고 묻자, 그 녀석은 허둥대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아들을 시험해보려 했던 것인데, 카이스는 큰 목소리로 이렇게 덧붙이기까지 했다.
“저는 오늘 아빠가 유리창으로 교실을 넘보는 것을 보았어요.”
아부 카이스가 아내 쪽을 바라보자, 그녀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는 약간 머쓱해져 천천히 말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단다.”
“아니에요, 아빠는 몰랐어요. 오늘 창문으로 훔쳐보았을 때 배운 거예요.”
“그래 좋다. 내가 알고 있었든 모르고 있었든 그게 무슨 대수니? 세상의 종말이라도 닥쳐온다든?”
아내는 그를 힐끔 바라보고서 이렇게 말했다.
“애 앞에서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아이는 자신의 지식이 만족스러운 거예요. 왜 아이의 사기를 꺾으세요?”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배 위에 손을 얹으며 속삭였다.
“언제가 예정일이지?”
“7개월 후예요.”
“아아!”
“이번엔 딸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니야, 사내아이면 좋겠어. 사내아이면 말이야.”
그가 호스나라고 이름 붙여준 딸아이는 출산된 지 2개월 후 그만 죽고 말았다.
그가 고향 마을을 떠나고 한 달 뒤, 전선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딴 마을의 낡은 집에서 딸아이는 세상에 나왔다.
“여보! 아이가 곧 나올 것 같아요!”
“괜찮아, 괜찮아, 진정하라고.”
“금방이라도 애가 나올 것 같아요.”
“누구에게 연락할까?”
“움 우마르를 불러줘요.”
그는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문을 닫자마자, 그는 신생아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는 돌아서서 나무 문틈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옷자락에서 흙을 털어낸 다음, 선 채로 강물을 응시하였다.
이 샤트강의 반대편, 바로 저편에는 자신이 빼앗긴 그 모든 것이 있었다. 바로 저쪽은 쿠웨이트였다. 그의 마음속에 몽상으로, 환상으로만 떠오르는 것들이 저편엔 실재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고 통의 편린과는 달리, 그것은 돌, 흙, 물, 하늘로 이루어진 확실한 그 무엇이었다. 아마 저편엔 분명히 오솔길과 거리, 남자들과 여자들,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아냐, 아냐. 저곳에는 나무들이 없었다. 쿠웨이트로 이민 가서 택시 운전으로 떼돈을 번 친구 사아드가 말하길, 그곳에는 나무가 없다고 했다. 아부 카이스, 나무는 단지 네 머릿속에, 너의 지치고 나이 든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거야. 매년 봄마다 올리브와 돈을 가져오는, 밑동이 뒤틀린 열 그루의 나무는 네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거야. 쿠웨이트에는 나무가 자라지 않아. 사아드가 그렇게 말했거든. 너는 사아드의 말을 믿어야 해. 그 녀석, 나이는 어리지만 너보다 아는 게 많거든. 다른 사람 모두, 너보다는 아는 게 많아.
지난 십 년 동안 너는 뚜렷한 일거리도 없이 단지 기다리기만 했다. 너의 나무들, 너의 고향집. 너의 젊음, 너의 마을 전체를 빼앗겼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는 데 십 년이라는 길고도 궁핍한 세월이 걸렸다. 이 기나긴 세월 동안 사람들은 제각기 살길을 찾아 나섰지만, 너는 남루한 헛간에 늙은 개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너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던가? 너의 고향집 지붕을 뚫고 들여보낼 재산을 기다리고 있었던가? 너의 집이라고? 그것은 이제 네 집이 아냐. 마음씨 너그러운 남자 한 분이 너에게 말했지. “이 집에서 살게나!” 그저 그뿐이었다. 일 년 뒤 그는 너에게 말했다. “나에게 네 방의 반을 돌려줘야겠다.” 그러자 너는 새로운 이웃과 너 사이에 누더기 자루를 쌓아 올렸다. 마침내 사아드가 귀향하여, 버터를 만들 때 우유를 휘젓는 것처럼 너를 뒤흔들어놓을 때까지 너는 쭈그리고 앉은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네가 샤트강까지만 가면, 너는 쉽사리 쿠웨이트에 도착할 수 있어. 바스라에 가면, 사막을 가로질러 너를 밀입국시켜줄 안내인들이 굉장히 많거든. 가지 않을래?”
“그건 위험한 모험이야. 게다가 결과를 예측할 수도 없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하, 하! 아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아부 카이스, 네가 말했으렷다. 하, 하!”
사아드가 이번엔 아내를 보며 말을 걸었다.
“남편 말을 들었지요? 누가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느냐고? 인생이 마치 요구르트 떠먹기 같은 줄 아는 모양이지. 왜 저 양반은 우리처럼 행동하지 않는지 모르겠어. 우리보다 단수가 높은 거야?”
“좋아. 그만 해둬.”
“뭘 그만 해? 끔찍하다. 넌 이제 대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야. 왜 안 가려는 거야? 카이스 부인,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오?”
“너무 먼 곳이야. 게다가 나는 늙었어. 너처럼 걸을 수도 없어. 죽을지도 몰라.”
사아드는 더 이상 주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서는 거친 목소리가 폭발했다.
‘죽는다고? 이곳을 떠나는 것이 현재 이곳의 삶보다 낫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놈이 도대체 누구야? 지난 십 년 동안 넌 고향집의 열 그루 올리브나무에게로 되돌아가길 희망해왔지. 네 고향 마을이라고? 흥!’
그는 아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여보, 당신 생각은 어떻소?”
“당신 뜻대로 하세요.”
“우리는 카이스를 학교에 보낼 수 있을 거요.”
“그래요.”
“아마 올리브 묘목도 한두 그루 정도 살 수 있을 거고.”
“맞아요.”
“어딘가에 판잣집도 한 채 지을 수 있을 거요.”
“물론이지요.”
“내가 그곳에 도착한다면, 도착하기만 한다면 말이오.”
갑자기 말을 멈춘 그는 아내를 바라보았다. 경험상 그는, 아내가 곧 울음을 터뜨릴 거란 것을 알아차렸다. 먼저 아랫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눈물 한 방울이 솟구쳐 오른 다음, 점차 굵어진 눈물은 아내의 주름진 갈색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는 무엇인가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목구멍이 콱 막혀옴을 느꼈던 것이다. 바스라에 도착하여, 바스라에서 쿠웨이트로 사람들을 밀입국시켜주는 뚱보 사내의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그랬던 것처럼 그는 목이 메었다. 늙은 남자로서의 굴욕감과 희망을 어깨에 짊어진 채, 그는 뚱보 사내 앞에 서 있었다. 사무실 주인 뚱보 사내가 되풀이한 말이 고요한 메아리처럼 다시 들려왔다.
“아시겠지만, 이건 어려운 모험이오. 비용은 15디나르고요.”
“우리들의 안전한 도착을 보장할 수 있겠소?”
“물론 당신들은 안전하게 도착합니다. 하지만 약간의 고통은 감수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지금은 8월이라 사막의 열기는 강렬한 데다 그늘조차 없답니다. 그러나 반드시 도착은 할 겁니다.”
그는 여전히 목이 메었다. 그러나 지금 말하지 않으면 나중엔 말도 꺼내지 못할 것 같았다.
“저는 수천 마일을 여행하여 당신에게 왔습니다. 사아드가 소개해줬지요. 그를 아십니까? 수중엔 15디나르밖에 없습니다. 10디나르만 받으시면 안 되겠습니까?”
“흥정하면 안 돼요. 이곳의 가격이 정해져 있다고 당신 친구가 말하지 않던가요? 당신들을 위해 안내인은 목숨을 겁니다.”
“우리들 역시 목숨을 걸지요.”
“제가 억지로 시켰습니까?”
“10디나르에 안 되나요?”
“15디나르란 말 못 들었나요?”
더 이상 실랑이를 할 수 없었다. 뚱보 사내는 땀방울을 뚝뚝 떨구면서 책상에 앉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뚱보 사내가 시선을 거둬주길 바랐다. 그는 자신의 두 눈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솟구쳐 떨어지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머리통 전체가 자신의 내부로부터 솟구친 눈물로 가득 채워졌음을 느낀 그는, 뒤돌아서 거리로 나왔다. 눈물로 뿌옇게 흐려진 시야 너머엔 사람들이 헤엄치기 시작했고, 강과 하늘은 지평선에서 서로 맞닿았으며, 주위의 모든 것은 끝없는 백색의 반짝임으로 변했다. 그는 발길을 돌린 다음, 몸을 던져 축축한 지면에 가슴을 맞댔다. 코로 스며든 흙냄새가 강물처럼 그의 혈관에 쏟아 부어지는 동안, 그의 몸 아래 대지의 심장은 다시금 고동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