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이 아닌 해암으로 다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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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암치료 연구 업적으로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된 윤성우 교수의 암 치료법
『항암이 아닌 해암으로 다스려라』는 지난 20여 년간 한방 암치료 연구와 진료에 매진해온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암센터 센터장 윤성우 교수가 그간의 성과를 대중에게 전하는 첫 번째 결과물로, 세계적인 학술지와 학회에서 인정받은 수많은 연구 결과와 임상 실험, 다양한 논문을 바탕으로 한 ‘근거 중심’의 암치료 가이드이다.
암과 암환자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 정보는 물론, 질병을 바라보는 동서의학의 생명관에서부터 암치료의 현실적인 목표, 천연물 항암 약제들, 현대서양의학·일본한방(Kampo)·보안대체의학·한의학 등 다양한 치료요법과 함께 양한방 협진·통합치유프로그램·해암프로토콜 등 통합의학적 암 치료법을 소개하고 있다.
■ 저자 윤성우
저자 윤성우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암센터장이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 방문교수를 거쳐 현재 경희대학교 임상종양학교실 교수 겸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암센터 센터장으로 있으면서 동 병원 한방내과에서 암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전통 한약처방인 온백원이 대장암 세포의 전이를 억제시킨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으며, ‘국제통합암학회’에서 암성 피로에 대한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의 치료 효과를 발표했고, ‘국제암중개학회’, ‘유럽 통합종양학회’, ‘SCIE’ 등 세계적인 학술지와 학회에서 다수의 연구를 발표했다. 암성 피로, 암성 통증, 식욕부진에 대한 한약 및 뜸 치료에 관한 임상연구를 진행해 그 치료 효과를 규명하고, 방사선 피부염과 방사선 구내염 등에 대한 임상연구도 진행 중이다. MD 앤더슨 암센터 교수들과 함께 암 전문서인 『Multi-Targeted Approach to Treatment of Cancer』(Springer International Publishing Company)를 출간하였고, 전국 한의과대학에서 교과서로 사용되고 있는 『한의통합종양학』을 펴냈다. 종양학 연구에 관한 업적을 인정받아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등재되기도 했다.
대한암한의학회 부회장, 대한한방내과학회 이사, 대한한의학회 학술이사, Society of Integrative Oncology(통합암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차례
들어가는 글
1부 암 이해하기
만병의 제왕, 암
암의 역사
암은 만성염증질환
NF-kB와 표적치료제
인간의 몸과 질병의 복잡성
암은 불건강한 환경의 산물
암 발생의 정신적 원인
암에 잘 걸리는 성격
암환자의 심리 상태
부정적 생각에서 긍정적 생각으로의 전환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身不求無病)
2부 한의통합의학적 암치료
한의학에서 암의 인식
동서의학의 생명관
기(氣) 의학
틀에서 벗어나기: 정반대의 동서의학 연구방법론
암치료의 현실적 목표
한약의 감작효과와 보호효과
양한방 병행치료 시 주요 약으로 쓰이는 황기
대표적인 다표적 항암 천연물 커큐민(curcumin)
천연물 항암 약제들
양약과 한약간의 약물상호작용
암환자에 대한 한약치료의 안전성
암환자의 증상 완화를 위한 한의학적 치료
통합종양학의 임상가이드라인
일본한방(Kampo)의 근거중심적 암치료 현황
한의학 단독 암치료
휴면요법과 메트로놈 항암치료
3부 암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 계획
암치료에 관한 보완대체의학의 진실 혹은 거짓
암환자를 위한 양한방 협진시스템
통합치유프로그램
해암(解癌) 프로토콜
암환자의 식이 및 생활요법
양날의 검
암환자의 예후인자
암치료 계획의 조기 결정
글을 마치며
항암이 아닌 해암으로 다스려라
1부 암 이해하기
만병의 제왕, 암
암(癌)의 기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암을 정복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쏟아 부었지만 암을 정복하기는커녕 암 발생률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발생률뿐만 아니라 암으로 인한 사망률도 점점 높아져 2000년도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사망 원인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로, 세계보건기구(WTO)의 산하기관 국제암연구소(IARC)의 보고서 글로보캔(GLOBOCAN)에 의하면 2008년 1,270만 명, 2012년 1,420만 명이었던 전 세계 암환자가 2025년도에는 1,930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 예상된다고 한다. 암으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수도 2008년 760만 명에서 2012년에는 820만 명으로 증가했다.
2009년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발생한 암환자 수는 192,561명이었다. 이는 1999년에 비해 남성은 72.3%, 여성은 114.9% 증가한 수치로 암 발생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남성에게서는 폐암, 간암, 위암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반면 대장암, 전립선암, 갑상선암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여성에게서는 자궁경부암, 간암, 위암은 서서히 줄고 있는 반면 갑상선암, 유방암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생활방식의 서구화로 인한 식생활 습관의 변화와 큰 연관성을 가진다. 음식습관과 생활패턴의 변화로 인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증가하고 있는 암들은 반드시 식생활 습관을 개선해야만 줄일 수 있다.
이렇듯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00년도 이전까지는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을 포함한 순환기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암으로 인한 사망률보다 높았지만 2000년도 이후부터는 암(28.2%)으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뇌혈관질환(10.4%), 심장질환(9.2%) 순이다. 2012년도 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44.4명으로 폐암(31.3명), 간암(22.5명), 위암(20.1명) 순으로 높았으며 2009년도 대비 2.8%, 2000년 대비 18.9% 증가하였다.
암 발생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암으로 인한 사망율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만 해도 전체 사망원인에서 암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이상이고, 세계적으로는 15%이상의 인구가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암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1971년 12월 23일,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수십조 원의 연구비를 쏟아 부어 암을 완치하고 세계 최고로 부유한 나라를 넘어 세계 최고의 건강한 나라를 건설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40여 년이 지난 지금, 암과의 전쟁에서 패배했음을 대다수 인정하고 있다.
암은 이제 만병의 제왕(Emperor of All Maladies)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왕관까지 쓰게 되었다. 이러한 암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그동안 어떻게 접근해 왔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지금까지 연구되었던 암에 대해 제대로 이해했는지, 연구방법론들이 습관적/관습적으로 틀에 박혀 있지는 않았는지 등을 반성하고, 만약 그랬다면 이 틀을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시도나 이해를 해야 한다.
암에 잘 걸리는 성격
암에 잘 걸리는 성격 타입이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성격과 인성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성격이나 인성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처하는 방식이나 행동 패턴을 종합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성격 타입은 다른 환경들 안에서 한 개인이 전형적인 하나의 방식으로 대처해 나가려 하는 개인적 경향을 분류한 것을 말한다.
A타입의 성격은 심장병이나 뇌혈관 질환에 잘 걸린다. A타입은 전형적으로 수완이 매우 좋고, 과도한 야망을 품으며, 참을성이 부족하고, 최소한의 시간에 최대한의 것을 성취하고자 한다. 이런 사람은 성취와 성공의 기준을 계속 높여 나가며, 다른 사람이 자신의 속도에 맞추지 못하면 매우 화를 낸다.
B타입의 성격은 A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상황을 잘 조절할 줄 알며, 삶을 천천히 즐기는 편이다. 이런 타입의 사람들은 심장질환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음은 C타입으로, 심리학자들은 최근 이 타입이 암에 쉽게 걸린다고 확인했다. 이 타입의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대하여 자기 자신이나 주변 환경을 원만하게 조절하지 못한다. 이는 무기력감, 절망감, 우울감을 느끼게 만들며, 이 결과 신체면역시스템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C타입의 성격은 대개 내성적이고, 예의바르며,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많고, 규칙을 잘 따르며, 매사에 순응하는 편이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에게 존경받는 일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종종 혼동하는 경우가 많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남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지속적으로 모든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고 기분을 맞춰 주려고 하다 보니 타인에게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상대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스스로 책망하는 내적 갈등을 겪는다. 병적인 착함을 가진 C타입의 사람들은 이러한 착함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이라고 과도하게 믿고 있으며, 남들과 조화롭게 살아야 하며,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개인적인 감정은 표현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성격은 환경적/심리적으로 균형이 잘 유지되면 괜찮아 보이지만 우울감이나 좌절감, 절망감 같은 감정들이 축적되게 되면 한순간에 내적 균형이 무너진다.
상황 대처에 있어 이러한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감정이나 기본적인 내적 요구사항을 과도하게 스스로 거부하거나 피하고 억압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체의 자연적인 암 억제 능력을 약화시켜 암발생을 촉진시킨다. 다시 말해 과도한 거부나 억압의 감정이 심리적/생리적으로 악영향을 주어 숙주-방어 기전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들에 의하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이러한 방식이나 정신사회학적인 인자들이 암의 재발과 전이의 위험도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좀 더 강인한 정신과 투지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자기 자신을 억제하는 경향을 가진 환자들보다 암의 재발과 전이가 낮았다는 결과도 나와 있다.
성격은 단기간에 바뀌거나 쉽게 고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성격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중요하다. 자신이 어떤 성격 타입인지를 작가하고 있으면 있을수록 스트레스를 받는 횟수가 적어지고 유연한 대처가 가능해진다. 상황에 대처하는 패턴이 성격인 만큼 이런 잘못된 패턴을 조금씩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2부 한의통합의학적 암치료
한의학에서 암의 인식
앞에서도 밝혔듯이 암은 동서양 역사를 통해 수천 년 전부터 존재했던 질병 중 하나였으며, 한의학에서도 한의학적 병명들을 통해 암을 자세히 인식하고 있었다.
한의학에서 암을 이렇게 인식하는 데는 공통적인 병기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기(氣)의 울체(鬱滯)이다. 기는 우주를 채우고 있는 물질이자 에너지로, 기가 건강히 유지되려면 기의 순환이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쉽게 예를 들면 사람의 폐는 공기 중에서 산소를 흡입하여 이용한 뒤 이산화탄소를 노폐물로 배출하지만 식물은 반대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광합성의 원료로 이용한 뒤 산소를 배출한다. 인간에게는 이산화탄소가 노폐물이지만 식물에게는 에너지 공급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자연이 만들어준 과실과 곡식을 에너지원으로 섭취하여 소화하고 에너지를 만드는 데 사용한 다음 소변과 대변을 통해 노폐물을 배출하는데, 그렇게 배출된 대소변은 자연계의 영양물질이 되어 식물의 성장을 돕는다.
기는 자연과 사람의 물질적인 순환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순환까지 포함한다. 사람과 사람끼리 정신적 교감을 넘어 자연과 사람 사이에서도 물질적 순환 외에 정신적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다. 얼핏 생각하더라도 한 가지 생각에 빠져서 사는 것보다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교감하면서 사는 것이 건강한 삶이다. 한 가지 생각과 더불어서 한 가지 감정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오랜 세월 지속되는 것은 암 발생에 매우 중요한 정신적 원인이 된다.
기의 울체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길 수 있지만 한의학에서는 감정으로 인한 기의 울체를 특히 중요시한다. 사람의 일곱 가지 감정, 즉 칠정(七情)은 희(喜), 노(怒), 우(憂), 사(思), 비(悲), 공(恐), 경(驚)이다. 다시 말해 즐겁고, 노여워하고, 우울하고, 고민하고, 슬퍼하고, 두렵고, 놀라는 감정이다.
각각의 감정은 몸속 기의 정상적 흐름을 변화시킨다. 즐거운 감정을 기를 흩어지게 하고, 노여워하는 감정은 기를 위로 역상시키며, 우울하고 슬픈 감정은 기를 소진시키고, 고민하는 감정은 기를 한곳에 맺히게 한다. 그리고 두려운 감정은 기가 아래로 내려가게 하고, 놀라운 감정은 기를 산만하게 한다. 이 감정들 중에서 기를 울체시키는 것은 노여움, 슬픔, 고민, 우울함의 감정들이다. 운동이나 노동은 기를 순환시키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서 활동하지 않는 것은 기를 울체시킨다.
암은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병하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를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나쁜 감정이 암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암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정신적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실제로 암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연구가 많다.
암치료의 현실적 목표
암치료의 현실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몸에서 암을 완전히 제거하고 건강한 상태로 오래 사는 것인가? 이런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일 것이다. 초기 암에서 수술을 할 수 있는 경우라면 이런 목표가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초기 암을 제외한 대다수의 진행성 암에서는 이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합리적인 치료계획을 세우는 데 혼란을 준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현대의학에서는 바이러스나 균을 죽이기 위해 항바이러스제나 항생제를 사용한다. 그러나 의도와는 다르게 현실적으로는 바이러스나 균을 완전히 죽이지는 못한다. 일정 기간 동안은 억제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 바이러스나 균은 더 강력하게 변하여 돌아온다.
암도 이와 유사하다. 암은 박테리아나 균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적응력이 좋은 생명체이다. 우리 몸의 세포가 정상적으로 살 수 없는 인체환경, 즉 만성염증이나 저산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오랜 세월에 걸쳐 복잡한 유전적 변이를 거친 것이다. 이것을 항암제로 억제하면 처음에는 줄어들고 위축되지만 항암제로 인해 더욱 척박해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암은 더 큰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한다. 암의 유전자변이는 항암제로 인해 훨씬 더 많이 발생해서 더욱 복잡해지고 강해진다. 암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것은 암을 더욱 생존에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러한 항생제의 내성을 알면서도 항암제가 전 세계적으로 항암치료의 기본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항암제로 인한 암의 억제가 암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다.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가 비록 단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균과 바이러스를 억제하여 분명 건강을 지켜주는 효과는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내성과 독성이라는 한계점을 보완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암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한 접근방법을 재고해 보아야 한다.
그럼 암치료의 현실적 목표는 무엇일까? 수술이 최선인 조기 암을 제외하고 암환자의 현실적 치료목표는 생존기간의 연장과 삶의 질 제고이다. 암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진행암 환자에서 생존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암이고 다른 하나는 신체활동능력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암이 완전히 없어져야 오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착각이다. 암의 크기나 전이 정도가 분명 암환자의 생존기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똑같은 암의 크기를 가진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중 한 사람은 잘 먹고 신체활동능력도 좋은 반면 다른 한 사람은 식사량도 적고 항상 누워있다. 둘 중 누가 더 오래 살겠는가? 당연히 잘 먹고 잘 움직이는 환자의 생존기간이 훨씬 길다.
암환자에 대한 한약치료의 안전성
우리나라는 한약에 대한 불신이 특히나 강한 편이다. 사실 천연물과 한약의 가장 큰 강점이 안전성인데, 이와 반대되는 인식이 느는 것 같아 아쉽다. 객관적으로 보면 오히려 임상에서 사용되는 양약의 60% 이상이 간독성(肝毒性)을 일으킬 수 있는 것들인데 이런 양약보다 한약을 더 위험하게 인식하고 있으니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물론 한약 중에서도 독성을 가진 약이 있지만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되지 않으며 사용하더라도 독성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중화시켜 약으로 사용한다.
약물로 인한 간손상을 약물유인성 간손상(drug-induced liver injury)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치료 목적의 약물에 의해 간세포가 파괴되거나 간의 정상적인 기능이 억제되는 것을 말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해열제로 쓰이는 타이레놀, 즉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간손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를 직접 간손상(direct liver injury)이라 한다. 약물 사용량이 많을수록 간손상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예측할 수 있다. 각종 해열제와 마취제, 결핵약, 피임약 등이 이렇게 직접 간독성을 일으키는 약물에 해당한다.
모든 약물은 간에서 대사를 일으킨다. 그런데 약물을 대사하는 물질이 넉넉하지 않으면 중간대사물질들의 모두 처리되지 못해 간에 부담을 주게 된다. 특히 금식이나 단식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약물 대사물질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양약이든 한약이든 주의를 해야 한다. 또 평소에 양약을 많이 복용한 환자도 이러한 약물 대사물질이 소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특이체질적 간손상이 일어나기 쉽다.
모든 한약은 고유의 성질이 있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에 맞아야 부작용이 나지 않는다. 간담(肝膽)의 열을 빼주는 소시호탕은 예부터 자주 사용되어 온 한약 처방인데 최근 임상연구에 의하면 간염에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있다. 이 소시호탕은 한의학적 변증에 의해서 열증(熱證)에만 사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간염이라는 양약 병명에만 집착하여 한증(寒證)의 간염 환자에게 장기적으로 투여하면 환자의 면역력이 약해져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한의학과 양의학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소시호탕이 간염에 좋다고 해서 무조건 소시호탕을 처방하는 것은 양의학적 방법이다. 그러나 간염 환자라도 음증(陰證)과 양증(陽證)이 있으며, 양증에는 소시호탕을 투여하고 음증에는 투여하지 않는 것이 한의학이다.
한의학 단독 암치료
한의학 치료만 가지고 암환자를 모두 관리하거나 치료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대서양의학의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요법, 지지요법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한의학적 암치료도 나름대로 역할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양방치료를 모두 받고 나서 더 이상 받을 양방치료가 없거나 양방치료의 부작용으로 인해 더 이상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한의학 암치료가 단독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렇듯 부득이하게 한의학 단독 암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경우에는 최대한 한의학적 암치료의 효능을 극대화해야 한다.
암치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서 얘기했듯이 두 가지 요건이 가장 중요한데, 한 가지는 암세포의 직접적인 억제이고, 다른 하나는 신체기능의 활성화이다. 한의학 치료는 신체기능의 활성화나 삶의 질 증대 면에서는 효과적이나 암세포의 직접적인 억제 면에서는 약하다. 왜냐하면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처럼 직접 세포독성을 강하게 일으키는 약제는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암세포에 직접적인 독성효과를 보이는 한약제도 많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보편적으로 임상에 사용되기 힘들다. 따라서 한의학 단독 암치료 시 암세포의 억제 측면에서의 목표는 현실적인 종양의 정지나 증식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한의학에서의 암치료 원칙에서도 종양을 반 정도만 공법(功法)으로 치료하고 그만두라고 한다. 계속해서 공법을 쓰면 정기(正氣)가 상해 오히려 생명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공법이란 공격적인 치료를 말하며, 반대로는 보법(補法)이 있는데 정기를 보해 주는 치료법을 뜻한다. 암을 완전히 없애려 하지 말고 어느 정도 견제하고 정기가 손상되지 않게 항상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한의학적 암치료 원칙의 근간이다. 이는 한의학 암치료 원칙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양방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에게도 모두 해당되는 말이다. 암만을 없애기 위해서 신체기능이 다 망가질 때까지 하는 공격적인 항암치료는 실제로 생존 연장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암을 없애려 하지 말고 더 이상 커지지 않게 억제하면서 정기를 활성화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암치료법이다.
3부 암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 계획
해암(解癌) 프로토콜
이 장에서는 필자가 암환자를 치료할 때 사용하는 한의학 치료법을 설명하겠다. 우선 치료의 첫 단추는 환자와의 교감과 신뢰 형성이다. 환자나 보호자와의 대화를 통해서 현재 환자의 상태를 공유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치료법이 무엇인지, 정신적/환경적 요인 중에서 고쳐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앞으로의 치료계획과 예후는 어떠한 것인지 등을 상의하고 서로 공감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암치료가 어렵다.
한의학적 치료법뿐만 아니라 현대의학에서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각 치료법마다 장단점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각각의 환자에게 어떤 방법이 가장 적합한지를 말해 준다. 예를 들어 암이 빨리 자라고 신체 상태가 건강한 환자에게는 양한방 병행치료를 우선으로 하고, 암이 천천히 자라면서 노인이나 신체 면역상태가 낮은 환자에게는 한방치료를 우선으로 하면서 정기적으로 암의 증가를 면밀히 관찰한다.
필자는 강동경희대학교 한방암센터에서 임상을 계속해 오면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암(解癌) 프로토콜이라는 암환자 치료원칙을 만들어 이에 준하여 치료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환자의 체질과 병증을 파악하고, 어느 장부가 손상이 되었는지를 판단한다. 그리고 개별적 환자의 단전(丹田) 에너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해암탕(解癌湯)을 대표 탕약으로 선정하여 환자의 전체적인 생체에너지를 최대화시키고 손상된 장부를 치료한다.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약제들은 그래도 현대의학의 항암제와 비교해서 독성이 없는 안전한 약들이기 때문에 암을 단기간에 억제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암의 증식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기만 해도 한의학 단독 암치료에서는 성공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
해암 프로토콜에 의한 한의학 단독 암치료만으로 암의 진행이 멈추거나 줄어드는 것은 사실 흔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생체에너지를 올려줌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거나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것은 사실에 가깝다. 만약 암의 억제율을 조금만 더 높인다면 한의학 단독 암치료만으로도 좀 더 많은 암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해암 프로토콜에 의한 한의학 단독치료가 암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할 수 있는 양방 항암치료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경우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한의학 단독치료를 6개월이나 1년 정도 계속 받을 수 있겠지만 다른 항암치료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고민해 봐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의 몸 상태에 따라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양한방 치료를 통틀어서 암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많지 않다. 대장암이나 폐암의 경우 양방 항암제가 몇 가지 있지만 위암이나 췌장암의 경우는 항암제의 종류도 많지 않고, 또 생존기간 연장 효과도 매우 제한적이다. 그래서 비록 양방 항암제에 비해 암을 억제하는 힘은 부족하지만 부작용이 훨씬 적으면서도 암의 증식을 억제하여 암을 느리게 하거나 멈출 수 있는 한방 항암약제의 개발이 매우 절실하다.
해암 프로토콜에 따른 한의학 단독 암치료는 양방 항암치료를 더 이상 받을 수 없거나 체력과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를 우선으로 한다. 치료 시 양방 지지요법과 병행할 수 있으며, 입원이 가능할 때는 통합치유프로그램과 함께 시행하여 상승효과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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