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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아빠 강한 딸

저자의 말 - 나의 특별한 아빠

세상의 모든 아빠는 자연스럽게 리더가 된다. 가족은 오직 아빠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무엇을 기대한다. 아빠는 왜 존재하는가. 딸은 엄마가 해 주지 못하는 지도를 아빠에게 받고자 한다. 아빠의 훈계, 다정다감하게 주고받는 대화, 그리고 가정 규칙을 지키는 아빠의 모습. 아빠의 모든 면모가 딸에게 한없이 중요하다.

아빠는 딸의 시각으로 자신을 볼 수 있기 바란다. 이는 딸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아빠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아빠가 단 십 분이라도 딸의 시각으로 자신을 본다면, 그의 인생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당신이 아이였을 때를 생각해 보라. 부모가 당신 세계의 중심이지 않았는가. 엄마가 웃으면 가족이 편하고 행복했으리라. 아빠가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는 가족 모두 하루 종일 심기가 불편했을 것이다.

딸의 세계는 아빠 것보다 작다. 신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도 그렇다. 부서지기 쉬운 여린 세계를 가진 딸. 딸의 성품은 마치 판 위에 놓인 빵 반죽처럼 다듬어지고 있다. 매일 아빠는 따뜻한 손길로 딸의 삶을 깨워 판 위에 떨어뜨려 놓고 반죽한다. 매일매일 아빠가 어떻게 다듬느냐에 따라 딸의 삶이 바뀐다.

아빠여, 당신이 있어 아침에 눈뜨는 딸을 기억하라. 이 세상에 먼저 태어난 당신이 있어 딸이 존재할 수 있었다. 딸의 작은 세계 중심에 바로 아빠가 있다. 물론 딸이 만나게 될 친구, 가족, 교사, 교수와 같은 코치도 다양한 강도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들은 딸의 인격 형성과 함양에 헌신하지 않는다. 반면에 아빠는 할 수 있다. 아빠이기 때문이다. 아빠의 능력은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다.

딸의 마음에 사랑을 피워라

딸과 아빠

20년 넘게 여자아이들을 상담하면서 아빠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꼈다. 섭식 장애를 겪는 아이들, 이성 친구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과감한 스킨십을 하는 아이들, 자퇴하거나 정학을 당한 아이들과 만나며 아빠가 딸에게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딸이 인생의 소중한 한 단계를 헛되이 흘려보낼 때 아빠는 삶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한다. 급변하는 현실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고,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가족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다. 왜일까. 더 중요한 것을 돌보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과 혼자 싸우고 있는 아빠여, 뒤를 돌아보라. 당신의 딸이 울고 있다.

많은 학교에 폭력 예방 프로그램이 있고 미성년자 금주, 금연 지도도 한다. 이러한 노력이 십대의 성행위 비율이나 임신율 감소 등 몇 가지 사항에서 진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여전히 아빠는 딸과 함께 위험천만한 세상에 서 있는 존재다.

요즘 4M-MTV, 음악(Music), 영화(Movie), 잡지(Magazine)-이 딸의 자아 개념, 패션 스타일, 학교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하지만 아빠가 딸에게 미치는 영향보다는 크지 않다. 실제로 그에 대한 많은 연구 결과에서도 아빠의 영향력이 항상 1위에 올랐다. 아빠의 사랑이 딸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모든 연령대의 딸에게서 매우 두드러진다.

딸은 모든 행동규범을 아빠로부터 구한다. 그러니 저녁 식사 시간 혹은 숙제를 하는 시간, 그 어느 때라도 아빠가 옆에 있어 주라. 그 자체만으로 딸은 변화한다. 딸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고 안정되게 할 수 있다. 아빠와 딸의 인생행로가 서로 다르고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성과조차 거둘 수 없다고 여겨지는가. 확신하건대 아빠와 함께 보낸 시간이 딸에게 정말 큰 선물이 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녀 양육을 잘한 아빠는 그 자신도 정서적으로 크게 성장한다. 스스로를 가치 있는 소중한 존재로 생각한다.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딸에게 큰 의미가 된다. 아이는 비록 어느 순간 갑작스레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하겠지만 여러 해에 걸쳐 일상생활을 함께 하며 아빠의 영향을 받아들인다. 아빠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비록 당시에는 왜 아빠가 슬퍼하는지, 왜 부정직한지, 왜 애정 어린 표현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 해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마음속에 영원히 자리해 둔다.

딸은 대략 이십대 후반을 전후해 아빠를 떠나 남자친구나 남편을 찾는다. 그렇지만 훗날 딸의 아이는 할아버지와 엄마의 삶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손자가 입은 옷에는 할아버지의 체취와 숨결이 밴다. 그리고 딸이 여든을 넘기며 장차 어떻게 살아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이른다면 오랜 세월 간직했던 아련한 추억, 즉 성장기에 아빠와 함께했던 시간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딸은 좋았든 나빴든, 고통스러웠든 즐거웠든 아빠와 함께 보낸 시간을 통해 내면의 변화를 이룬다.

딸의 영웅이 되라

아빠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확인을 통해 딸은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러므로 아빠는 조심스럽고 현명하게 권위를 행사해야 한다. 아빠가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더 우월하길 바라는 딸에게 영웅으로 서기 위해.

요즘 권위를 갖는다는 말을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권위라는 용어가 정치적으로 오용되면서 부정적 관념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대중 심리학자 및 교육가들 사이에 권위란 상대를 강제하고 질식시키는 것이어서 자녀의 정신을 짓밟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들은 아빠가 자녀를 강제하거나 엄격한 규율을 세워 놓을 경우, 자녀가 반항할 거라며 염려한다. 그렇지만 아빠가 자녀, 특히 십대에 접어든 아이에게 권위를 발휘하지 못하는 게 오히려 해롭다. 아빠의 권위는 딸과의 관계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둘 사이를 더욱 친밀하게 하고, 딸이 아빠를 더욱 존경하도록 만든다.

딸은 성장해 갈수록 아빠의 권위를 시험해 보려 한다. 아빠와의 파워 게임에 들어선 아이가 정작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빠의 강인함이 아니다. 자신에게 쏟는 아빠의 관심도이다. 그러니 딸이 아빠를 향해 쩨쩨하고 불공평하다고 소리치며 격한 행동으로 설정된 규율에 강하게 저항할 때, 주의해야 할 사실이 있다. 실제 딸은 아빠를 향해 이렇게 질문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그렇게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인가요, 아빠?"

"아빠는 날 다룰 수 있을 정도로 강한가요?"

그때 아빠가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라. 바른 권위를 행사할 수 있을 때 아빠는 딸의 영웅이 된다. 딸이 필요로 할 때 슈퍼맨처럼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아빠가 되라. 딸이 아파하는 이유를 찾아 그것을 제거하고 차단해 주는 아빠가 되라. 딸을 위해 분노해야 할 땐 분노할 줄 아는 아빠가 되라.

딸을 올바른 길로 가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과잉보호해야 한다. 딸은 과잉보호를 부담스러워하고 답답해 할 것이다. 하지만 아빠가 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딸은 고마움과 든든함을 느끼며 아빠를 무척 자랑스러워하게 될 것이다.

딸의 영웅으로 서려 할 때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 단지 딸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가르쳐 주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빠는 점차 지쳐 가는데 딸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반항적으로 변해 아빠를 피곤하게 할 때가 많아진다. 바로 그때, 딸과 싸워라.

흔히 아빠는 너무 쉽게 딸의 요구에 굴복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아빠가 딸에게 굴복해 버리는 순간, 딸은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하다. 딸을 위해 아빠가 한 번, 두 번, 또는 열 번 단호해진다면 딸은 술이나 성 문제로 곤경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열 번이 부족하다면 딸을 위해 이백 번이라도 싸우고 끝까지 단호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빠가 정해 놓은 규칙을 무작정 따르도록 강요하라는 말이 아니다. 모범을 보이며 이끌어야 한다. 비록 적지 않은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원칙을 지킬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밝히며 단호하게 자신을 지도하는 아빠의 모습에서 딸은 교훈을 얻는다. 딸이 단호한 아빠를 영웅으로 바라보게 되는 순간, 아빠의 일과 삶 전체를 존중하고 자랑스러워한다. 그리고 아빠의 모습을 모방하고 따를 것이다.

딸의 마음에 지혜를 심어라

현실감각을 키워라

딸은 미래의 여성상을 그리거나 자신의 인생에 큰 기대를 하고 멋진 꿈을 꿀 때, 아빠에게서 단서를 얻는다. 만약 아빠가 딸에게 지나가는 말로라도 무심코 다른 사람은 그녀의 필요와 욕구를 채워 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가르친다면, 딸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기대한다. 만약에 아빠가 삶에는 한계가 있으며 모든 욕구와 필요가 다 채워질 수 없다고 가르친다면, 그녀는 현실주의자가 된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공주로 떠받들고 시중들길 기대하거나 기다리지 않는다.

딸이 어떤 태도를 갖느냐는 아빠 하기에 달렸다. 그녀의 기대, 야망, 능력 평가 등 모든 것은 아빠의 신념과 말, 행동에서 비롯된다. 아빠여, 딸이 앞으로 어떤 여성이 되길 원하는지 스스로 질문해 보라.

아빠의 지나친 사랑으로 인해 딸이 언제나 받는 것만을 기대하고, 물질적 또는 정서적 필요를 다른 사람이 채워 주어야 한다고 여길 때, 문제가 생긴다. 딸에게 무엇을 얼마나 많이 주느냐 하는 것보다 그것을 주는 방식과 태도가 더 중요하다.

딸이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물어보라. "그래서 너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거니?" 이것이 현실감각이 있는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질문은 딸이 인생을 사는 동안 부딪칠 다양한 상황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딸이 인생의 많은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희생자로 자라지 않게 하라. 매우 많은 대중문화가 우리에게 희생자를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우리는 희망 없고 무능력하고 궁핍한 사람을 양산한다. 아빠가 이를 막을 수 있다. 딸에게 마냥 원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가르치면 된다.

행동은 유익한 것이고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아빠는 문제를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세워 실행하는 데 익숙하다. 딸도 행동을 취해 친구를 사귈 수 있고,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으며 생각을 바꿀 수 있다. 행동은 의지를 끌어들이고 열정과 탄력을 준다. 행동은 삶의 주도권을 다른 사람이 아닌 본인이 갖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이 딸의 인생을 좌지우지하지 않게 하라. 딸이 직접 행동하게 하라.

아빠가 직장에서 사용하는 지적,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에너지의 20퍼센트만이라도 모아서 가족 관계에 쓴다면, 아빠 또한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집에 와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아이의 학교 숙제를 챙기는 등 집안일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빠와 남편으로서 가족에게 진심을 보이라는 말이다.

딸과 대화하라. 남자들은 말은 적게 하고 듣는 것을 잘하는 편이다. 아빠가 가진 문제 해결 능력으로 딸의 말을 분석할 수 있으며, 딸이 변화무쌍한 현실 상황을 매끄럽게 풀어 갈 방법을 생각하도록 도울 수 있다.

불행을 막는 행복 특효약

20년 넘게 과학과 의학의 힘을 빌어 아빠와 딸, 남편과 아내, 엄마와 딸의 관계를 관찰해 온 나는 환자의 신체 내부를 마치 교과서에 나온 데생을 들여다보듯 훤히 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십대 딸을 진정시키고, 에이즈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그들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약을 처방할 수 있게 되었다. 여린 십대 딸들에게 항우울제를 처방하고 진료실에서 나가라고 고함을 지르며 깨달은 진리가 있다. 딸의 방황을 멈출 수 있게 하는 특효약은 아빠라는 것. 아빠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딸은 행복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아이는 누구보다 불행하다.

알렉스와 메리는 딸 셋을 두었다. 딸 아다가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 알렉스는 딸이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6개월 만에, 아다는 부모와 함께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던 수준급의 플루트 연주자에서 플루트 연주와 공부를 거부하고, 집에 있으라는 말을 안 듣는 딸로 변해 버렸다.

알렉스는 직장 근무 시간을 줄이고 아다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가끔씩 딸을 학교에서 데리고 나와 점심을 같이 먹으러 가기도 했다. 이 모든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딸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는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다는 열여섯 살이 되자 집에서 도망치고 말았다. 3일 동안 알렉스는 울면서 딸을 설득하며 제발 집으로 가자고 애원했다. 아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1년 후에 알렉스는 샌디에이고로 다시 찾아갔다. 아다는 세차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다시, 3일 동안 알렉스는 딸에게 울면서 애원했다. 이번에도 아다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1년이 또 지났다. 아다의 생일날, 알렉스는 샌디에이고로 다시 찾아갔다. 이번에는 길거리에서 살고 있는 딸을 발견했다. 3일이 더 지난 후에도 아다는 여전히 아빠랑 집에 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새 옷을 사 주고는 처량한 마음으로 혼자 집에 돌아왔다.

아다가 이십대 초반이 될 때까지 이런 식의 생활이 계속되었다. 그는 딸을 사랑했고 표현을 멈추지 않았다. 아다는 알렉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지만 그래도 그는 딸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딸의 마음을 바꿀 수 없었지만 멈추지 않고 딸을 사랑했다.

10월 어느 날, 은행에서 임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알렉스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다를 찾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렸다. 그가 딸을 보았을 때, 아이는 더 수척해 보였고, 머리카락은 다 빠져 있었다. 더러운 몰골은 아니었지만 아주 늙어 보였다. 그는 달려가 딸을 껴안았다. 아이는 훌쩍이면서 몸을 떨었다. 그는 딸을 차에 태워 집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 후 조금씩 상황은 좋아졌다.

아다는 철이 들었고 집에서 독립했으며 마침내 결혼했다. 대학교 졸업은 못했지만, 음악적 재능이 다시 살아나 한 오케스트라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그녀의 인생은 다시 꽃피기 시작했다.

아다의 인생과 알렉스가 결혼 생활을 회복하는 데 약과 심리 치료가, 친구들이 도움이 되었는가? 맞다. 그러나 이것들은 부분적으로 도움이 되었을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알렉스가 가족을 회복시켰다. 딸을 포기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는 딸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방법을 강구했다. 그런 다음 의지를 발동해서 그 일을 해 냈다. 이것이 바로 강한 사랑과 용기를 가진 아빠의 모습이다.

아빠여, 딸을 위해 끝까지 끈질긴 사랑과 용기를 발휘하라. 버거워도 딸의 마음을 붙잡는 방법이 그것이라면 해야 한다. 당신은 아빠이므로 딸을 위해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또한 당신은 아빠이므로 씩씩하고 굳세야 한다. 사랑과 용기로 딸을 지켜라.

딸과 친밀하라

아빠는 야외 활동을 좋아한다. 딸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라. 낚시나 하이킹을 같이 가라. 박물관에 데리고 가거나 외식을 하라. 단, 딸을 남자아이로 변화시키려 들지 마라. 다만 아빠가 하고 싶은 야외활동에 딸을 동행시켜 함께 시간을 보내면 된다. 그러면 아빠와 딸이 함께 있을 수 있고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질 것이다. 특히 많은 아이들이 인터넷을 하느라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오늘날에는 정말 딸과 아빠가 몸을 부대끼며 함께 있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엄마는 딸을 낚시터에 데리고 가지 않는다. 또한 주말에 딸과 함께 고장 난 집 안 물건을 고치지 않는다. 그런데 아빠는 그 일을 한다. 아빠는 직장 일에서, 딸은 숙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아빠여, 딸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라.

보통의 평범한 여자아이라면, 하루에 6∼8시간은 몇 종류의 전자 도구를 사용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부모는 그것에 개의치 않을 때가 많다. 딸이 그것을 가지고 놀고 있으면, 엄마 아빠는 자유로워져서 아이들에게 매이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세금을 납부하러 은행에 가거나, 전화를 하거나, 신문이라도 읽을 수 있다. 전자기기가 부모에게 이런 일을 가능하게 도와줄지 모르지만, 그것은 부모가 딸과 함께 보낼 시간을 상당히 줄어들게 한다. 이것만으로도 딸과의 관계에 상처를 입힌다.

딸은 온라인에서 만난 익명의 사람들에게 매우 익숙해져 있다. 딸은 아빠의 얼굴을 보면서는 아빠의 생각과 느낌에서 도망칠 수 없어 힘들어한다. 온라인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가 그녀의 감각에 지나친 자극을 준다. 아빠 목소리는 유달리 크게 느껴지고, 아빠가 손을 잡아 줘도 낯설기만 하다. 아빠의 눈이 자신의 희망을 꿰뚫어서 뭉개버린다고 생각한다. 가까이에 있는 아빠가 멀게 그리고 두려운 사람으로 다가온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마라. 전자기기를 내다 버릴 필요는 없지만, 온라인 상에서 보내는 시간은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

전자상의 의사소통은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빼앗아 가는 것 말고도 딸에게 또 다른 위험을 안겨 준다. 사이버 세상에는 진실성이 결여된 게 문제다. 사이버 세상에서 아이들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니까 정기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그들이 나쁜 아이들이어서가 아니라 재미 삼아 하는 것이다.

나쁜 말을 싫어하는 딸조차 그러나 인터넷 메신저에서는 거리낌 없이 그런 말들을 사용한다. 상스러운 언어, 거짓이 섞인 말들, 노골적인 거짓말, 다른 사람인 체하는 것, 말로 나타낸 포르노 등이 인터넷 메신저 세계의 전부를 차지한다. 어린 딸에게 이것은 재미있고 해롭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런 사실을 아빠는 더 잘 안다. 그리고 컴퓨터 화면상으로 시작한 것이 결국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그러므로 딸이 현실 세계에 발을 딛고 살 수 있도록 하라. 딸에게 진실하게 대하고, 딸에게 진실을 기대하라. 사이버 세상에 있는 딸을 구하라.

딸은 자신을 향한 사랑으로 충만한 아빠가 항상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위대한 교훈을 얻는다.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고, 좋은 남자는 영원한 동반자로 늘 같은 자리에 서 있음을. 아빠여, 딸을 위해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물러라. 딸이 힘겨울 때, 슬플 때, 외로울 때, 도움이 필요할 때 기댈 수 있도록 하라. 두리번거리며 찾지 않아도 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딸을 바라보고 지키며 보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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