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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싱

 
 
 
 
저   자
벤 골드파브 (지은이), 조은영 (옮긴이)
출판사
곰출판
가   격
28000
출판일
2026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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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 책 소개

 

“인간에게 도로가 연결과 탈출이라면, 다른 생물에게는 죽음과 분할이다.”
도로생태학의 최전선을 취재한 압도적 논픽션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이 입을 모아 극찬한 환경 저널리즘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명예교수 최재천, 과학책 번역가 김명남 강력 추천!

도로가 우리를 이어줄 때, 다른 생물들은 어디에 어떻게 있는가?
길 위에서, 인간은 한 번도 묻지 않았던 질문

우리는 매일 도로 위를 달린다. 출근을 하고, 여행을 떠나고, 아이를 등교시키고, 배달 음식을 받는다. 도로는 인간에게 너무나 당연하고 필수적인 존재여서, 우리는 거의 그 존재 자체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딱 그만큼, 도로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자 목숨을 건 도박판이다. 곰이 짝을 찾아 건너지 못하고, 사슴이 겨울 먹이터로 가지 못하고, 개구리가 태어난 연못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인간에게 익숙한 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띠가, 지구 반대편 생태계 전체를 조용히, 그러나 철저하게 바꾸어 놓고 있다면 어떨까.

환경 저널리스트 벤 골드파브가 쓴 《크로싱: 개발과 이동의 시대, 도로생태학은 지구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이하 《크로싱》)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그는 비교적 신생 학문인 ‘도로생태학(road ecology)’이라는 렌즈를 발견한다. 이 책은 2024년 밴프 산악도서상 대상과 레이철 카슨 환경 저널리즘상을 수상했고, 《뉴요커》 《뉴욕 타임스》 《커커스 리뷰》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등이 나란히 ‘올해의 책’으로 꼽았다. 전작 《열정적인 비버: 비버의 놀랍고 비밀스러운 삶, 그리고 그들이 중요한 이유(Eager: The Surprising, Secret Life of Beavers and Why They Matter)》로 PEN/E.O.윌슨 과학 저술상을 수상한 저자의 차기작답게, 이번에도 치밀한 취재와 유머러스한 문장, 생물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어우러진 논픽션이다.

도로생태학이란 무엇인가: 아스팔트 위에 숨은 거대한 질문

도로생태학은 말 그대로 도로와 자동차의 이동이 주변 동식물의 삶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책에 소개된 일화가 이 학문의 탄생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하버드대학교 경관생태학자 리처드 포먼은 숲의 위성 사진을 살펴보다가 문득 깨닫는다. 사진 속 다른 모든 것(물의 흐름, 집이 들어선 이유, 동물의 이동 경로)의 생태는 설명할 수 있는데, 숲을 가로지르는 2차선 도로 하나에 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이 순간의 자각을 계기로 포먼은 ‘도로생태학’이라는 용어를 영어권에 널리 퍼뜨렸다(엄밀히는 1981년 독일 과학자 하인츠 엘렌베르크가 만든 “straßenokologie”라는 용어를 영어로 옮긴 것이라고 책은 밝히고 있다).

로드킬은 도로생태학이 다루는 문제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도로는 서식지를 두 조각, 세 조각으로 쪼개 동물들이 먹이와 짝을 찾아 이동하는 능력 자체를 빼앗는다. 제설을 위해 뿌리는 소금은 강과 호수를 오염시키고, 자동차의 굉음은 새들의 짝짓기 노래를 지워버려 명금류가 서식지를 등지게 만든다. 그런가 하면 저자는 놀라운 반전도 놓치지 않는다. 바로 역설적으로 교통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로드킬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이다. 도로 위를 빠르게 달리는 차량들이 ‘움직이는 울타리(moving fence)’가 되어 아예 동물의 이동 자체를 봉쇄해 버리기 때문이다. 즉 도로생태학은 사고를 줄이는 공학이 아니라, 도로가 지구의 ‘생명의 그물’을 어떻게 새로 짜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작업이다.

파괴의 기록자, 회복의 목격자
도로가 바꾼 생명의 풍경을 따라 세계 곳곳을 횡단하다

《크로싱》은 “제비의 날개”라는 인상적인 제목의 서문으로 문을 연다. 도로에 치여 죽는 삼색제비들이 하나같이 날개가 긴 개체(장거리 직선 비행에 적합한)였고, 그렇게 도로가 세대를 거듭해 개체를 솎아낸 끝에 이 새들이 아예 짧은 날개(급선회나 구르기 동작에 유리한)로 진화해 버렸다는 이야기로 저자는 책의 주제를 압축해 보여준다. 그러면서 저자는 자신도 캘리포니아에서 실어 온 아보카도와 집 앞까지 배달된 피자를 먹고, 직접 차를 몰며 도로의 수혜를 누리는 한 사람이라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이 정직한 고백이 이 책 전체의 출발점이다.

이후 책은 세계 각지의 현장을 하나씩 밟아나간다. 미국 서부를 관통하는 고속도로 I-80을 따라가며 저자는 앞서 언급했던 ‘움직이는 울타리’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다른 지역에 지어진 야생동물 생태통로(육교)가 어떻게 건설 비용을 회수하고도 남을 만큼 많은 충돌을 예방했는지 보여준다. 도로가 짝짓기와 유전자 교류까지 가로막는다는 대목에서는 회색곰의 DNA만으로 어느 쪽에서 태어났는지 구분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등장하고,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있는 그리피스 파크에 갇힌 쿠거 ‘P-22’ 이야기는 도시와 맹수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러나 씁쓸하게 그린다.

책은 로드킬 통계 이면의 모순 혹은 비극(가장 눈에 띄는 희생자는 멸종의 위기가 가장 낮은 축에 속하는 종이라는 점, 늙고 병든 개체가 아니라 건강한 개체가 무작위로 제거된다는 사실 등)을 짚은 뒤, 도로의 소음이 동물들의 울음소리 주파수까지 바꿔놓는 현상, 도로가 서식지를 파괴하는 동시에 새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는 역설까지 폭넓게 다룬다.

후반부로 가면 시야는 한층 넓어진다. 사체를 먹는 청소동물들의 생태계 ‘네크로바이옴(necrobiome)’, 미국 고속도로가 흑인 공동체를 지우고 분리한 인종차별의 역사와 그에 대한 배상 논의, 브라질 아마존을 관통하는 ‘인프라 쓰나미(infrastructure tsunami)’,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만든 뜻밖의 ‘인류 일시 정지(Anthropause)’ 기간 동안 야생동물들이 되찾은 거리 풍경까지. 저자는 도로라는 하나의 주제로 생태, 인종, 경제, 팬데믹을 모두 꿰뚫어 본다.

이 모든 장을 관통하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치유 가능성’이다. 캘리포니아의 쿠거 생태통로, 아이다호 클리어워터의 임도 해체, 태즈메이니아의 야생동물 재활사들 등등. 저자는 파괴의 기록자인 동시에 회복의 목격자다.

‘길’ 위에서, 더 나은 ‘길’을 위해
길이 만드는 미래를 바꿔야 한다

2050년까지 전 세계에 2,400만 킬로미터가 넘는 도로가 새로 깔릴 예정이다. 그중 상당수가 이 세계에 아직 온전하게 남아 있는 자연 서식지를 관통한다. 도로는 이제 산발적인 파괴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경관’이 되어 가고 있다. 지구 숲의 70퍼센트가 이미 도로에서 가까운 ‘가장자리’ 서식지로 변했다.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붕괴가 일상어가 된 지금, 정작 그 한복판에 있는 도로라는 인프라는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논의에서 빠져 있는 듯 보인다. 《크로싱》은 바로 그 사각지대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이 책이 지금 우리에게 특히 시의적절한 이유는 한국의 현실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국토 전체가 산지와 도로망으로 촘촘히 얽힌 한국에서, 야생동물의 서식지 단절과 로드킬은 이미 오래된 환경 문제다.

실제로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2026년 4월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1998년 지리산 지방도에 국내 최초의 터널형 생태통로가 설치된 이후 현재 국립공원 내에는 터널형 9곳, 육교형 9곳 등 총 18곳의 생태통로가 운영되고 있다. 이 생태통로들을 분석한 결과 설치 초기(0~3년)보다 정착 단계(8년 이후)의 연평균 야생동물 이용 개체수가 약 30퍼센트 늘었고, 설치 후 5년이 지난 15곳에서는 동물 찻길 사고가 평균 18퍼센트 감소했다. 2013년 오대산 월정사 진입로에 설치된 터널형 생태통로는 무려 87.3퍼센트의 사고 감소율을 기록해 국내 최고 성과로 꼽힌다. 《크로싱》이 그려내는 미국, 캐나다, 유럽의 사례는 그러므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한국의 산과 고속도로 밑에서도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인 것이다.

《크로싱》은 단순히 “도로가 나쁘다”고 외치는 책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도로 없이 살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거대한 인프라를 다시 설계할 수도 있다. 도로가 “방문객”처럼 겸손하게 자연 속에 놓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기후위기 시대, 도로를 새로 낼 수밖에 없는 개발도상국의 딜레마부터 이미 지어진 도로를 되돌리는 선진국의 실험까지. 이 책은 ‘더 나은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실질적인 참고서가 되어줄 것이다.

 

■ 저자

벤 골드파브
Ben Goldfarb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 끈질긴 취재와 폭넓은 연구, 놀라운 탐구 정신으로 환경과 생태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발굴해 왔다. 생태계의 엔지니어라 불리는 비버의 삶을 조명한 책 《열정적인 비버: 비버의 놀랍고 비밀스러운 삶,그리고 그들이 중요한 이유Eager: The Surprising, Secret Life of Beavers and Why They Matter》를 썼고, 《크로싱: 개발과 이동의 시대, 도로생태학은 지구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Crossings: How Road Ecology Is Shaping the Future of Our Planet》를 집필해 밴프 마운틴 도서상, 레이첼 카슨 환경 저널리즘상을 수상했다. 뉴욕공공도서관 헬렌 번스타인 저널리즘 우수 도서상 최종 후보, PEN/E.O.윌슨 문학 과학 저술상 최종 후보, 《뉴욕 타임스》 선정 2023년 주목할 만한 책 100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알리시아 패터슨 재단과 휘팅 재단에서 펠로십을 받았고, 《애틀랜틱》 《뉴요커》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사이언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주요 매체에 환경 전문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콜로라도주에서 아내 앨리스 그리고 아기 비버라는 뜻의 반려견 킷과 함께 살고 있다.

번역 조은영
어려운 과학책은 쉽게, 쉬운 과학책은 재미있게 번역하려는 과학 전문 번역가.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대학원과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마리아 지뷜라 메리안》 《궤도 너머》 《뒷마당 탐조 클럽》 《오해의 동물원》 《돌파의 시간》 《살아있니, 황금두더지》 《암컷들》 《광대한 여정》 《언더랜드》 《1퍼센트 인간》 등을 옮겼다.

 

 
■ 차례

들어가는 말: 제비의 날개

1부 도로 위의 암살자 
1. 이제 악마의 마차가 우리 앞에!
2. 움직이는 울타리
3. 호텔 캘리포니아
4. 납작한 죽음들

2부 도로를 넘어서 
5. 도로의 해체
6. 포석 위의 수다
7. 길가에서 피어나는 생명
8. 네크로바이옴
9. 잃어버린 변경

3부 미래의 도로 
10. 창조의 심장에서 품위를
11. 감시하는 도로
12. 인프라 쓰나미
13. 배상

나가는 말: 인류 일시 정지

감사의 말


도서요약

■ 책 소개

 

“인간에게 도로가 연결과 탈출이라면, 다른 생물에게는 죽음과 분할이다.”
도로생태학의 최전선을 취재한 압도적 논픽션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이 입을 모아 극찬한 환경 저널리즘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명예교수 최재천, 과학책 번역가 김명남 강력 추천!

도로가 우리를 이어줄 때, 다른 생물들은 어디에 어떻게 있는가?
길 위에서, 인간은 한 번도 묻지 않았던 질문

우리는 매일 도로 위를 달린다. 출근을 하고, 여행을 떠나고, 아이를 등교시키고, 배달 음식을 받는다. 도로는 인간에게 너무나 당연하고 필수적인 존재여서, 우리는 거의 그 존재 자체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딱 그만큼, 도로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자 목숨을 건 도박판이다. 곰이 짝을 찾아 건너지 못하고, 사슴이 겨울 먹이터로 가지 못하고, 개구리가 태어난 연못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인간에게 익숙한 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띠가, 지구 반대편 생태계 전체를 조용히, 그러나 철저하게 바꾸어 놓고 있다면 어떨까.

환경 저널리스트 벤 골드파브가 쓴 《크로싱: 개발과 이동의 시대, 도로생태학은 지구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이하 《크로싱》)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그는 비교적 신생 학문인 ‘도로생태학(road ecology)’이라는 렌즈를 발견한다. 이 책은 2024년 밴프 산악도서상 대상과 레이철 카슨 환경 저널리즘상을 수상했고, 《뉴요커》 《뉴욕 타임스》 《커커스 리뷰》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등이 나란히 ‘올해의 책’으로 꼽았다. 전작 《열정적인 비버: 비버의 놀랍고 비밀스러운 삶, 그리고 그들이 중요한 이유(Eager: The Surprising, Secret Life of Beavers and Why They Matter)》로 PEN/E.O.윌슨 과학 저술상을 수상한 저자의 차기작답게, 이번에도 치밀한 취재와 유머러스한 문장, 생물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어우러진 논픽션이다.

도로생태학이란 무엇인가: 아스팔트 위에 숨은 거대한 질문

도로생태학은 말 그대로 도로와 자동차의 이동이 주변 동식물의 삶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책에 소개된 일화가 이 학문의 탄생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하버드대학교 경관생태학자 리처드 포먼은 숲의 위성 사진을 살펴보다가 문득 깨닫는다. 사진 속 다른 모든 것(물의 흐름, 집이 들어선 이유, 동물의 이동 경로)의 생태는 설명할 수 있는데, 숲을 가로지르는 2차선 도로 하나에 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이 순간의 자각을 계기로 포먼은 ‘도로생태학’이라는 용어를 영어권에 널리 퍼뜨렸다(엄밀히는 1981년 독일 과학자 하인츠 엘렌베르크가 만든 “straßenokologie”라는 용어를 영어로 옮긴 것이라고 책은 밝히고 있다).

로드킬은 도로생태학이 다루는 문제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도로는 서식지를 두 조각, 세 조각으로 쪼개 동물들이 먹이와 짝을 찾아 이동하는 능력 자체를 빼앗는다. 제설을 위해 뿌리는 소금은 강과 호수를 오염시키고, 자동차의 굉음은 새들의 짝짓기 노래를 지워버려 명금류가 서식지를 등지게 만든다. 그런가 하면 저자는 놀라운 반전도 놓치지 않는다. 바로 역설적으로 교통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로드킬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이다. 도로 위를 빠르게 달리는 차량들이 ‘움직이는 울타리(moving fence)’가 되어 아예 동물의 이동 자체를 봉쇄해 버리기 때문이다. 즉 도로생태학은 사고를 줄이는 공학이 아니라, 도로가 지구의 ‘생명의 그물’을 어떻게 새로 짜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작업이다.

파괴의 기록자, 회복의 목격자
도로가 바꾼 생명의 풍경을 따라 세계 곳곳을 횡단하다

《크로싱》은 “제비의 날개”라는 인상적인 제목의 서문으로 문을 연다. 도로에 치여 죽는 삼색제비들이 하나같이 날개가 긴 개체(장거리 직선 비행에 적합한)였고, 그렇게 도로가 세대를 거듭해 개체를 솎아낸 끝에 이 새들이 아예 짧은 날개(급선회나 구르기 동작에 유리한)로 진화해 버렸다는 이야기로 저자는 책의 주제를 압축해 보여준다. 그러면서 저자는 자신도 캘리포니아에서 실어 온 아보카도와 집 앞까지 배달된 피자를 먹고, 직접 차를 몰며 도로의 수혜를 누리는 한 사람이라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이 정직한 고백이 이 책 전체의 출발점이다.

이후 책은 세계 각지의 현장을 하나씩 밟아나간다. 미국 서부를 관통하는 고속도로 I-80을 따라가며 저자는 앞서 언급했던 ‘움직이는 울타리’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다른 지역에 지어진 야생동물 생태통로(육교)가 어떻게 건설 비용을 회수하고도 남을 만큼 많은 충돌을 예방했는지 보여준다. 도로가 짝짓기와 유전자 교류까지 가로막는다는 대목에서는 회색곰의 DNA만으로 어느 쪽에서 태어났는지 구분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등장하고,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있는 그리피스 파크에 갇힌 쿠거 ‘P-22’ 이야기는 도시와 맹수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러나 씁쓸하게 그린다.

책은 로드킬 통계 이면의 모순 혹은 비극(가장 눈에 띄는 희생자는 멸종의 위기가 가장 낮은 축에 속하는 종이라는 점, 늙고 병든 개체가 아니라 건강한 개체가 무작위로 제거된다는 사실 등)을 짚은 뒤, 도로의 소음이 동물들의 울음소리 주파수까지 바꿔놓는 현상, 도로가 서식지를 파괴하는 동시에 새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는 역설까지 폭넓게 다룬다.

후반부로 가면 시야는 한층 넓어진다. 사체를 먹는 청소동물들의 생태계 ‘네크로바이옴(necrobiome)’, 미국 고속도로가 흑인 공동체를 지우고 분리한 인종차별의 역사와 그에 대한 배상 논의, 브라질 아마존을 관통하는 ‘인프라 쓰나미(infrastructure tsunami)’,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만든 뜻밖의 ‘인류 일시 정지(Anthropause)’ 기간 동안 야생동물들이 되찾은 거리 풍경까지. 저자는 도로라는 하나의 주제로 생태, 인종, 경제, 팬데믹을 모두 꿰뚫어 본다.

이 모든 장을 관통하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치유 가능성’이다. 캘리포니아의 쿠거 생태통로, 아이다호 클리어워터의 임도 해체, 태즈메이니아의 야생동물 재활사들 등등. 저자는 파괴의 기록자인 동시에 회복의 목격자다.

‘길’ 위에서, 더 나은 ‘길’을 위해
길이 만드는 미래를 바꿔야 한다

2050년까지 전 세계에 2,400만 킬로미터가 넘는 도로가 새로 깔릴 예정이다. 그중 상당수가 이 세계에 아직 온전하게 남아 있는 자연 서식지를 관통한다. 도로는 이제 산발적인 파괴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경관’이 되어 가고 있다. 지구 숲의 70퍼센트가 이미 도로에서 가까운 ‘가장자리’ 서식지로 변했다.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붕괴가 일상어가 된 지금, 정작 그 한복판에 있는 도로라는 인프라는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논의에서 빠져 있는 듯 보인다. 《크로싱》은 바로 그 사각지대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이 책이 지금 우리에게 특히 시의적절한 이유는 한국의 현실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국토 전체가 산지와 도로망으로 촘촘히 얽힌 한국에서, 야생동물의 서식지 단절과 로드킬은 이미 오래된 환경 문제다.

실제로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2026년 4월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1998년 지리산 지방도에 국내 최초의 터널형 생태통로가 설치된 이후 현재 국립공원 내에는 터널형 9곳, 육교형 9곳 등 총 18곳의 생태통로가 운영되고 있다. 이 생태통로들을 분석한 결과 설치 초기(0~3년)보다 정착 단계(8년 이후)의 연평균 야생동물 이용 개체수가 약 30퍼센트 늘었고, 설치 후 5년이 지난 15곳에서는 동물 찻길 사고가 평균 18퍼센트 감소했다. 2013년 오대산 월정사 진입로에 설치된 터널형 생태통로는 무려 87.3퍼센트의 사고 감소율을 기록해 국내 최고 성과로 꼽힌다. 《크로싱》이 그려내는 미국, 캐나다, 유럽의 사례는 그러므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한국의 산과 고속도로 밑에서도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인 것이다.

《크로싱》은 단순히 “도로가 나쁘다”고 외치는 책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도로 없이 살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거대한 인프라를 다시 설계할 수도 있다. 도로가 “방문객”처럼 겸손하게 자연 속에 놓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기후위기 시대, 도로를 새로 낼 수밖에 없는 개발도상국의 딜레마부터 이미 지어진 도로를 되돌리는 선진국의 실험까지. 이 책은 ‘더 나은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실질적인 참고서가 되어줄 것이다.

 

■ 저자

벤 골드파브
Ben Goldfarb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 끈질긴 취재와 폭넓은 연구, 놀라운 탐구 정신으로 환경과 생태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발굴해 왔다. 생태계의 엔지니어라 불리는 비버의 삶을 조명한 책 《열정적인 비버: 비버의 놀랍고 비밀스러운 삶,그리고 그들이 중요한 이유Eager: The Surprising, Secret Life of Beavers and Why They Matter》를 썼고, 《크로싱: 개발과 이동의 시대, 도로생태학은 지구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Crossings: How Road Ecology Is Shaping the Future of Our Planet》를 집필해 밴프 마운틴 도서상, 레이첼 카슨 환경 저널리즘상을 수상했다. 뉴욕공공도서관 헬렌 번스타인 저널리즘 우수 도서상 최종 후보, PEN/E.O.윌슨 문학 과학 저술상 최종 후보, 《뉴욕 타임스》 선정 2023년 주목할 만한 책 100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알리시아 패터슨 재단과 휘팅 재단에서 펠로십을 받았고, 《애틀랜틱》 《뉴요커》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사이언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주요 매체에 환경 전문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콜로라도주에서 아내 앨리스 그리고 아기 비버라는 뜻의 반려견 킷과 함께 살고 있다.

번역 조은영
어려운 과학책은 쉽게, 쉬운 과학책은 재미있게 번역하려는 과학 전문 번역가.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대학원과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마리아 지뷜라 메리안》 《궤도 너머》 《뒷마당 탐조 클럽》 《오해의 동물원》 《돌파의 시간》 《살아있니, 황금두더지》 《암컷들》 《광대한 여정》 《언더랜드》 《1퍼센트 인간》 등을 옮겼다.

 

 
■ 차례

들어가는 말: 제비의 날개

1부 도로 위의 암살자 
1. 이제 악마의 마차가 우리 앞에!
2. 움직이는 울타리
3. 호텔 캘리포니아
4. 납작한 죽음들

2부 도로를 넘어서 
5. 도로의 해체
6. 포석 위의 수다
7. 길가에서 피어나는 생명
8. 네크로바이옴
9. 잃어버린 변경

3부 미래의 도로 
10. 창조의 심장에서 품위를
11. 감시하는 도로
12. 인프라 쓰나미
13. 배상

나가는 말: 인류 일시 정지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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