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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저   자
예병일
출판사
한국문학사
가   격
14500
출판일
2015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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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 책 소개

 

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의료인문학적 상상력의 세계!


흔히 의학은 전문가만이 다룰 수 있는 어려운 학문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학문인 만큼 의학은 거의 모든 학문이 의학 발전을 위해 기여할 정도로 광대한 분야를 섭렵한다. 환자는 의사가 과학적 근거가 분명한 처방으로 질병을 바로잡아주기를 기대하지만 그 과정에서 의사의 말투나 병원 분위기, 다른 사람과의 관계, 사회문화적 환경 등 수많은 요소가 치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바로 의학을 역사, 예술, 문화와 사회, 윤리와 법, 첨단과학 등과 관련지어 융합의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이에 발맞춰 오늘날 전 세계 의과대학에서도 과학적 의학 외에 인문학적 의학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에서 의학도들을 길러내고 있는 저자는 이러한 취지의 일환으로 의학이 지닌 다양한 측면을 소개하면서, 의학이란 학문을 이해하는 방법과 그것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정재승 교수의 추천사처럼, “인간을 생명이 붙어 있는 살덩어리로만 바라보지 않고 세상과 상호작용하고 내성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주체, 즉 의식을 가진 생명체로 바라보며 치유를 모색”하는 것이 바로 의학의 역할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네 번째 책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는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의학을 소개함으로써 실험실 속에 갇혀 있는 의학이 아니라 무엇보다 인간 삶에 밀착된 의학이란 학문을 좀 더 가깝게 느끼도록 해준다.


■ 저자 예병일
연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C형 간염바이러스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에서 전기생리학적 연구 방법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의학의 역사를 공부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에서 16년간 생화학교수로 일한 후 2014년부터 의학교육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경쟁력 있는 학생을 양성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평소 강연과 집필을 통해 의학과 과학이 결코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가까운 학문이자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 학문임을 소개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 저서로 『내 몸을 찾아 떠나는 의학사 여행』『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 의학편』『줄기세포로 나를 다시 만든다고?』『지못미 의예과』『앗, 우리 몸』『의사를 꿈꾸는 어린이를 위한 놀라운 의학사』『전쟁의 판도를 바꾼 전염병』『인류를 구한 항생제들』등이 있다.


■ 차례
들어가며


Chapter 1 의학, 융합으로 학문과 세상을 아우르다
의학은 원래 인문학에서 출발했다: 의학의 탄생 chr(124)_pipe 과학적 방법과 자연철학으로 성장하다: 의학의 성장 chr(124)_pipe 의학교육에서 인문학이 왜 필요할까?: 인문학 교육의 필요성 chr(124)_pipe 인문학적 관점에서 의학과 의료 바라보기: 의료인문학의 중요성 chr(124)_pipe 의학은 융합적 사고에서 발전한다: 의학의 융합성 chr(124)_pipe 동서양과 영역을 넘나드는 의학: 의학의 분야


Chapter 2 의학, 역사의 고비에서 인류를 구하다
의술의 신과 의학적 영웅의 공존: 의학의 여명기 chr(124)_pipe 불의의 총기 사고가 소화기전의 실체를 밝혀내다: 의사와 환자의 신뢰 chr(124)_pipe 19세기 의학계의 맞수 파스퇴르와 베르나르: 미생물학과 실험의학 chr(124)_pipe 나이팅게일이 전쟁터로 나간 까닭은?: 간호학의 발전 chr(124)_pipe 새로운 의학적 발견은 늘 도전을 받는다: 신기술 논쟁


Chapter 3 미술 안에서 살아 숨쉬는 의학적 통찰
베렌가리우스, 최초의 해부도를 남기다: 해부학과 해부도 chr(124)_pipe 중세에 종말을 고한 의학자와 화가: 베살리우스와 칼카르 chr(124)_pipe 그림에 나타난 의학의 현실: 의사와 의학 chr(124)_pipe 알렉산드로스가 요절한 진짜 이유는?: 의학적 사인 추정 chr(124)_pipe 피를 뽑아내는 게 치료법이라고?: 사혈 치료법 chr(124)_pipe 지구를 공포에 몰아넣은 콜레라의 대유행, 그림으로 표현되다: 콜레라


Chapter 4 의학,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길을 찾다
의학드라마에는 왜 외과가 주로 등장할까?: 외과와 내과 chr(124)_pipe 에서 죽은 자의 권리를 찾다: 법의학과 법과학 chr(124)_pipe DNA의 흔적을 찾아라: 중합효소연쇄반응 chr(124)_pipe 아름다운 생명력을 보여준 <안녕 헤이즐>: 암과 치료법 chr(124)_pipe 사상 최악의 바이러스의 습격, <감기>: 조류독감 chr(124)_pipe <그레이 아나토미> 속의 인공장기 수술은 실제로 가능한가?: 3D 프린팅


Chapter 5 의학, 윤리와 법 사이에서 고뇌하다
발전하는 의학 기술, 깊어지는 윤리 문제: 의료윤리학 chr(124)_pipe 의료윤리에서 생명윤리법으로 나아가다: 의학과 법 chr(124)_pipe 생명과 윤리의 문제에는 이론적 접근이 필요하다: 의료윤리의 4원칙 chr(124)_pipe 무한경쟁 시대에도 고객 감동의 의료가 중요하다: 환자권리장전과 의사윤리선언 chr(124)_pipe 낙태, 윤리와 법 가운데 생명을 생각하다: 낙태의 윤리성 논란 chr(124)_pipe 무엇보다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가 우선이다: 환자의 권리 chr(124)_pipe 환자가 치료받기를 거부한다면?: 치료받지 않을 권리와 안락사

 

Chapter 6 의학, 문화를 읽고 사회를 보다
의학은 하나의 문화다: 의학과 문화 chr(124)_pipe 담배와 술에 담긴 문화사회학적 의미: 흡연과 술의 중독성 chr(124)_pipe 결핵과 에이즈, 어느 쪽이 더 위험한 질병인가?: 결핵과 에이즈 문제 chr(124)_pipe 환경파괴는 새로운 질병을 부른다: 환경문제와 감염병 chr(124)_pipe 더 중요한 것은 건강수명의 연장이다: 초고령 사회의 건강 chr(124)_pipe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세계의 자랑거리다?: 의료보험제도


Chapter 7 현대의학, 과학의 발달로 한계를 넘어서다
슈퍼박테리아와 숨가쁜 전쟁을 벌이다: 항생제 내성균주 문제 chr(124)_pipe 백신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을까?: 암과 백신 chr(124)_pipe 유전자 도핑 시대가 온다: 약물 도핑과 유전자 도핑 chr(124)_pipe 유전자를 이용해 난치병 치료를 꿈꾸다: 유전자치료법 chr(124)_pipe 개인에 맞는 치료법으로 의학의 미래를 밝히다: 맞춤의학 chr(124)_pipe 미래의 의학, 정보기술로 날개를 달다: 의학과 IT


주석 chr(124)_pipe 찾아보기



도서요약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의학, 융합으로 학문과 세상을 아우르다

의학은 원래 인문학에서 출발했다: 의학의 탄생

수학자 피타고라스, 화학자 데모크리토스,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아르키메데스,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 철학자이면서 과학 여러 분야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아리스토텔레스 등 과학 각 분야에서 토대를 닦은 유명 학자들과 함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도 이 시기에 활약했다. 이들 모두는 사람의 삶에 관심을 두고, 세상의 원리는 무엇이고 이 세상에서 잘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했으므로 궁극적으로 철학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의학이 학문의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은 고대 그리스에 히포크라테스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수많은 철학자들 틈바구니에서 그들과는 조금 다른 분야, 즉 인간의 몸과 질병에 관심을 가지면서 ‘의학’이 시작되었으니 의학은 철학, 즉 인문학에서 출발한 셈이 된다.


20세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의학 속의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동안 과학적 연구 방법을 이용해 앞만 보며 달려온 것이 의학을 크게 발전시킨 원동력임은 분명하지만, 의학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자 “현대의학에서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가?”, “의학이 흘러가고 있는 방향은 바람직한가?” 하는 질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사람들의 질병 형태도 감염병 위주에서 만성병 위주로 변화했다. 감염병에는 특효약이 중요하지만, 만성병은 특효약보다 일상생활을 포함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의학에서 인문학이 요구되는 이유다. 인문학에서 출발한 의학이 과학과 사회학을 거쳐 인문학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의학교육에서 인문학이 왜 필요할까?: 인문학 교육의 필요성

오늘날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의학교육과정은 1920년 카네기 재단의 후원을 받은 플렉스너(Abraham Flexner)가 당시 미국에서의 의학교육과정과 기관을 조사한 후 앞으로 의학교육이 어떻게 행해지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제안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당시의 의학교육에 대해 이와 같은 문제제기가 이루어진 것은 의사들의 자질이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이 1893년에 최초로 4년제 정규과정을 선택했지만 17년이 지난 1910년에도 여전히 ‘도제교육’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었다. 플렉스너는 연구와 조사를 통해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을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판단하고, 의학을 공부하려는 목표를 지닌 학생들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과학적 기초를 충분히 닦은 뒤에 의학교육을 받기 시작하여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포함한 4년제 교육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의사가 되려면 의예과 2년을 보낸 후 의과대학에서 의학을 4년 공부하거나 미국의 의학전문대학원처럼 학사학위 취득 후 4년간 더 공부를 해야 한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의학과 의료 바라보기: 의료인문학의 중요성

환자가 어딘가 이상이 있다고 호소하면 의사는 그걸 인정하고 진료에 임해야 한다. 진찰을 통해 특별한 이상을 찾지 못했더라도 환자가 왜 이상이 있다고 느끼는지 공감하고, 의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환자가 처해 있는 상황을 이해하고자 할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과학에 바탕을 두는 현대의학의 문제점은 의학의 중심이 환자에서 질병으로 옮겨가면 갈수록 의사가 환자의 고통에 무관심해지고 오로지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이상 징후에만 집중한 채 환자를 기계 대하듯이 하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각종 의료 기술의 발전이 의학 발달에 공헌한 것은 분명하지만, 의사가 환자를 돌보기보다 질병 치료에 몰두함으로써 인간성 상실의 위험에 처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인문학적 의학이 강조되는 이유다.



의학, 역사의 고비에서 인류를 구하다

의술의 신과 의학적 영웅의 공존: 의학의 여명기

아스클레피오스가 의술의 신이라 불리게 된 것은 말 그대로 신들 가운데 그의 의술이 가장 뛰어났기 때문이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멋대로 벌을 내리곤 했던 제우스는 어느 날 번개를 쳐서 글라우코스를 죽여버린다. 주변에 있었던 아스클레피오스가 글라우코스를 살리려 했지만 이미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는 없었다. 이때 뱀 한 마리가 방으로 들어오자 깜짝 놀란 아스클레피오스는 지팡이로 뱀을 내리쳐 죽인다. 잠시 후 방으로 들어온 또 다른 뱀 한 마리가 입에 물고 있던 약초를 죽은 뱀의 입에 올려놓자 죽은 뱀이 살아났다. 이를 본 아스클레피오스는 뱀이 한 것처럼 약초를 글라우코스의 입에 갖다대어 그를 살려냈다. 이때부터 아스클레피오스는 한 마리의 뱀이 지팡이를 감고 있는 모양을 자신의 상징으로 삼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 대부분 나라의 의사 단체나 군의관들은 아스클레피오스의 뛰어난 의술을 상징하는 지팡이를 자신들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국군의무사령부와 일부 국가에서는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사용하기도 한다. 헤르메스의 지팡이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달리 두 마리의 뱀이 지팡이를 감고 있고, 그 위에 날개가 달려 있다.


헤르메스의 지팡이 또한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했다. 신들의 왕 제우스와 지구를 받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헤르메스는 제우스를 비롯한 여러 신의 사자 역할을 했고,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안내했다고 알려져 있다. 다산, 풍요, 상업 등을 상징하는 신인 헤르메스는 넓은 차양에 날개가 달린 모자를 썼고, 날개 달린 신발에, 손에는 두 마리의 뱀이 몸을 감고 있는 카두세우스라는 지팡이를 들고 다녔다. 이 헤르메스의 지팡이는 오늘날 상업의 상징이 되었다.


히포크라테스 이전에 그리스인들은 ‘질병이란 신이 내린 벌’이라 생각했으므로 고치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 벌을 내린 신에게 낫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 흔히 쓰는 방법이었다. 이왕 신의 힘을 빌리려면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비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에 곳곳에 그를 위한 신전을 건립했다. 신전은 공기가 맑고 경치가 아름다운 곳에 지어졌으며, 기도를 드릴 때 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몸과 마음을 정결히 했다. 공기 맑고 경치 좋은 곳에서 위생상태를 깨끗이 하면 질병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히포크라테스가 등장하기까지 가장 널리 행해진 질병 치유 방법이었다.


19세기 의학계의 맞수 파스퇴르와 베르나르: 미생물학과 실험의학

독일에서 현미경을 이용한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고 있던 19세기에 프랑스에서는 다른 방향에서 의학이 한층 발전했다. 제너(Edward Jenner)의 종두법에서 힌트를 얻은 화학자 출신의 파스퇴르가 예방백신을 이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 의한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같은 시기에 베르나르는 인체에서 일어나는 정상과 비정상 기능이 전체적인 생리현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연구했다.


파스퇴르와 베르나르는 질병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방법에서 큰 차이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 인체와 질병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었다. 19세기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의학의 발전으로, 4가지 체액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오랜 진리(4체액설)는 학문세계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러나 20세기를 거쳐 21세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질병의 양상은 그들이 활약하던 시기와 완전히 달라졌다. 급성인 감염병의 비중이 낮아지고, 당뇨, 고혈압, 암, 치매 등 만성병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감염병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던 시절에는 만성병에 관심을 둘 겨를이 없었지만, 급성 감염병이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자 이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만성병이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질병의 양상이 바뀌었으니 대응책도 달라져야 했다. 19세기에 베르나르의 이론은 이론적으로는 옳으나 눈앞의 문제 해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한가한 것이었지만, 만성병이 대세로 자리 잡은 21세기에는 그렇지 않다. 이제는 인체의 내부환경을 중시한 베르나르의 이론에 맞춰 건강한 내부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현대의 만성병이 사람의 몸에 자리 잡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다.



미술 안에서 살아 숨쉬는 의학적 통찰

베렌가리우스, 최초의 해부도를 남기다: 해부학과 해부도

일반적으로 베렌가리우스(Jacobus Berengarius Carpensis)를 인류 최초로 해부도를 남긴 인물로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 외과학 발전과 매독 연구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베렌가리우스는 100구 이상의 시체를 해부하여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조직을 처음 발견했으며, 간, 막창자(맹장, 충수)와 그 꼬리(충수돌기) 등에 관해 상세한 서술을 남기기도 했다.


베렌가리우스는 갈레노스가 전해준 지식에 잘못된 것이 있음을 직접 발견하고도 그 학문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깨닫지 못한 채, 갈레노스의 의학에 의심을 품은 다른 의학자들을 비판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학자로서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바로 이와 같은 태도가 베렌가리우스가 후대에 낮은 평가를 받게 된 이유다.


공식적으로 인류 최초의 해부도를 남긴 사람은 베렌가리우스지만, ‘근대 해부학의 창시자’ 또는 ‘해부학의 아버지’라는 별명은 1543년 『인체의 구조에 대하여』를 저술한 베살리우스에게 돌아갔다. 갈레노스의 오류를 인정하지 못한 것에서 보듯 베렌가리우스의 해부학 지식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세에 종말을 고한 의학자와 화가: 베살리우스와 칼카르

베렌가리우스의 뒤를 이어 중세 말기의 의학계를 이끌어간 인물은 ‘근대 의학의 창시자’ 또는 ‘근대 해부학의 창시자’라는 별명을 가진 베살리우스이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베살리우스는 그의 집 한구석에 처형당한 죄인의 시체를 두는 곳이 있어서 시체의 부패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것이 그가 어린 시절부터 죽은 새나 동물을 해부하는 등 해부학에 흥미를 갖게 된 이유다.


어려서부터 직접 해부하는 일에 익숙해 있던 베살리우스는 전통적인 학교 교육에서 배운 갈레노스의 의학에 의심을 갖고 의학적 전통에 회의를 품었으며, 무엇이든지 직접 해부하여 확인해본 뒤에야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취했다. 이와 같은 학습 태도는 그때까지의 전통적인 학습법에 배치되기는 했으나 훌륭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베살리우스의 『인체의 구조에 대하여』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의학을 비롯한 과학 분야에서 최초로 실험적 방법을 도입했을 뿐 아니라, 그때까지 절대적인 진리로 신봉되었던 갈레노스의 학설에 의문을 품고 실제 해부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1,300년간 전해 내려온 절대적 내용의 수많은 오류를 지적함으로써 근대 의학 발전의 토대를 세웠다는 점이다. 사실 갈레노스의 오류는 베살리우스 이전부터 서서히 발견되고 지적되었다. 하지만 다른 의학자들이 스스로의 발견에 확신을 갖지 못하거나 갈레노스라는 이름의 성역을 침범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고 주장을 굽혔던 것에 반해, 베살리우스는 자신의 새로운 발견을 거리낌없이 발표하여 잘못 지은 성곽을 무너뜨리는 데 크게 공헌했다.


피를 뽑아내는 게 치료법이라고?: 사혈 치료법

서양에서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흔하게 피를 뽑는 치료법을 시도해왔다. 이를 사혈이라 하는데, 현대의학에서는 거의 이용되지 않지만 역사적으로는 히포크라테스가 활약한 기원전 5세기부터 약 100년 전까지 널리 사용된 치료법의 하나다.


피를 빼내려면 피를 담고 있는 혈관에 손상을 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따른다. 어떤 병이 생겼을 때 어느 부위에 있는 혈관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내어 얼마나 많은 양의 피를 뽑아내는 것이 가장 적합할까? 학자에 따라 질병 발생 부위에서 가까운 혈관에 상처를 내는 게 좋은지, 먼 곳에 있는 혈관의 피를 빼내는 것이 좋은지 논쟁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도 17세기에 하비가 발표한 혈액순환이론이 진리로 자리 잡으면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혈액은 계속해서 온몸을 돌아다니므로 어느 위치에서 뽑든 어차피 같은 피이기 때문에 채혈 부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피를 ‘적당히’ 뽑아낸 뒤에도 질병이 낫지 않으면 양이 적다고 판단해서 더 뽑았고, 그렇게 계속 빼내다 결국 혈액 부족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은 “최선의 치료를 다한 뒤에 맞이하는 어쩔 수 없는 불행한 결과”일 뿐이었다.



의학,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길을 찾다

DNA의 흔적을 찾아라: 중합효소연쇄반
응

연구자가 원하는 작은 크기의 DNA를 얻으려면 분리하기도 힘들거니와, 아무리 여러 번 분리해봐야 얻게 되는 DNA 양이 너무나 적어서 연구에 이용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전체 DNA 중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선택적으로 얻는 일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가능케 하는 방법이 바로 중합효소연쇄반응이다.


오늘날 이 방법은 생명과학은 물론 고고학, 법의학 등 생명체의 신분 확인이 필요한 분야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공룡을 재현한 원리를 설명할 때 호박(琥珀)에 갇힌 모기에서 분리한 DNA를 증폭해 공룡의 전체 유전자를 얻는 과정을 익살스런 만화로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이 방법을 설명한 것이다. 호박에서 얻은 DNA의 양은 매우 적지만, 중합효소연쇄반응을 이용해 DNA의 수를 원하는 만큼 늘림으로써 공룡을 만들 만한 충분한 양의 DNA를 얻는 일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그레이 아나토미> 속의 인공장기 수술은 실제로 가능한가?: 3D 프린팅

인공심장을 비롯한 인공장기에 관한 연구는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1982년에 개발된 인공심장 ‘자비크7’이다. 플라스틱 심장인 자비크7은 심장이 망가진 은퇴 치과의사에게 이식되어 112일 동안 생명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인공심장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미국 코넬 대학교 연구팀이 인공귀 제작에 성공하는 등 이미 단순한 형태의 인체구조물에 대해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이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면역형질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장기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혈관이나 뼈는 그 구조가 단순하므로 전체는 어려울지 몰라도 일부를 합성하여 이상이 생긴 부위에 이식하는 일은 지금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물론 심장, 간, 폐와 같이 고도의 기능을 하는 장기 전체를 제조하여 인체 내에서 정상적으로 기능하게 하는 것은 언제 가능할지 예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워낙 발전 속도가 빠르므로 조만간 부분적으로라도 그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인공장기가 개발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의학, 윤리와 법 사이에서 고뇌하다

발전하는 의학 기술, 깊어지는 윤리 문제: 의료윤리학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현대 서양의학을 열어놓은 인물로 여겨진다. 고대 그리스의 황금기에 활동하며 당시의 많은 학자들과 교류한 히포크라테스는 특히 의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많이 남겼다. 또한 그의 이름을 딴 선서에 윤리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시대를 앞서간 학자이자 윤리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진 의학자로 평가된다.


히포크라테스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신의 영역에 속해 있던 의학을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온 것이다. 이전까지 질병이란 신이 내린 형벌이라 생각했으므로 질병에 걸렸을 때 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은 신이 내린 형벌이 아니라 인체 내부의 이상 또는 인체와 주변환경의 부조화에 의한 것이라 생각했으므로 이상과 부조화를 바로잡으면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이러한 그의 질병관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전과 다른 관점에서 질병에 대처하게 함으로써 의학이 크게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의과대학 졸업식에서 의사로서 첫발을 내디디며 다짐을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히포크라테스가 만든 것이 아니라 그를 받든 후대의 학자들이 초안을 마련한 뒤 첨삭을 반복하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변형되어온 것이다. 오늘날 사용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1948년 세계의사협회에서 13줄로 요약하여 정리한 것이다.


생명과 윤리의 문제에는 이론적 접근이 필요하다: 의료윤리의 4원칙

베링이 개발한 예방백신의 실험대상은 고아원의 어린이들이었다. 한 고아원 원장의 허락을 얻어 1891년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베링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01년 첫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스승인 코흐보다 4년 앞선 수상이었지만 이때만 해도 베링은 자신이 훗날 윤리적으로 시비 대상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사회 소외계층이라 할 수 있는 고아들에게 자신이 개발한 방법을 무료로 시술해주었을 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11월 20일, 뉘른베르크에서 역사상 최초의 국제 전범재판이 시작되었다. 1945년에 열린 1차 재판에 이어 1946년부터 3년에 걸쳐 열린 2차 재판에서는 맹겔레와 같이 유대인 홀로코스트 및 생체실험에 참여한 연구자들이 피의자로 등장했다. 2차 재판의 결과 ‘뉘른베르크 강령’이 채택되면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윤리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으며, 이때부터 피실험자가 자유의사에 의해 시험에 참여하지 않으면 윤리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베링의 경우 피실험자 본인이 아닌, 대리인 자격이 확실치 않은 고아원 원장의 허락을 받았으므로 현재의 기준으로 보면 피실험자가 자유의사를 표시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다. 오늘날에는 의학 연구에 협조하면 약간의 대가가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당시에 대가를 지불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오늘날 피실험자의 자유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임상시험은 윤리적으로는 물론 법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다.



의학, 문화를 읽고 사회를 보다

담배와 술에 담긴 문화사회학적 의미: 흡연과 술의 중독성

유럽인들이 신대륙으로 들어가 새로운 주인 노릇을 하게 된 것은, 아메리카 대륙을 지배하고 있던 원주민(인디언)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전쟁으로 단련된 유럽인들이 더 진보한 무기를 갖고 있었으니 승리하는 건 당연하다 하더라도, 유럽인들이 그토록 짧은 시간에 아메리카 대륙을 차지하게 된 데는 질병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는 생소한, 그러나 유럽인들에게는 역사를 함께 해온 두창이 아메리카 대륙에 전파되면서 면역력이 없는 원주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한편 지금은 역사에서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는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침략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물건을 선사했으니, 바로 담배가 그것이다. 담배와 술, 향정신성 약물, 커피의 공통점은 ‘기호품’이라는 것이다.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했지만 원주민들이 애용하던 담배는 유럽을 정복했다.


알코올은 사회정체성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술을 마시는 장소에 따라, 즉 개인적인 공간에서 마시는지 공공장소에서 마시는지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며, 때와 장소에 따라 음주 행태를 규정하는 내용도 다르다.


뉴잉글랜드의 노동자들이 일을 마친 뒤 사교클럽에 모여 친목을 다지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경우에는 음주 자체보다 공동체의식과 휴식에 목적을 두므로 만취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아일랜드 클론타프의 어부들은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음주를 즐긴다. 주말에 동네 술집에 모여 누가 맥주를 잘 마시는지 과시하고, 서로 완력을 자랑함으로써 주중에 함께 일하는 남자들 사이의 유대감을 키우는 것이다.


결핵과 에이즈, 어느 쪽이 더 위험한 질병인가?: 결핵과 에이즈 문제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이즈가 무서운 불치의 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에이즈와 HIV 감염은 구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에이즈와 HIV 감염을 구별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며, 매스컴 등에서 에이즈라 할 때는 사실 후천성면역결핍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인체에는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를 일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에이즈’가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이라 해야 옳은 이 상태는 이때부터 치료를 시작하면 된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발견된 HIV 감염자 수는 약 10,000명 정도다. 이 중에서 사망자는 약 2,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것이 30년 전의 일이고, 최근에는 매년 1,000명 가까운 환자가 발견되고 있는데 매년 사망자 수는 200명을 넘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 중 많은 수가 면역결핍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이 아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다.


반면 결핵은 지금도 1년에 2,000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무서운 병이다. 인구 10만 명을 기준으로 하면 매년 약 5명이 결핵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다. 왁스먼이 스트렙토마이신을 찾아낸 이후 여러 종류의 결핵 치료제가 개발되었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치료 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결핵은 금세 나빠지는 병이 아니지만 증상이 쉽게 호전되지도 않으므로, 적어도 6개월 이상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특별한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약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호전되는 듯하던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결핵은 사람들의 관심에서만 멀어졌을 뿐 결코 과거의 질병이 아니다. HIV의 새로운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는 중이라는 소식은 수시로 들려오지만, 결핵은 내성결핵균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만 전해올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HIV 감염에 의한 사망자 수는 1년간 결핵으로 사망하는 환자 수와 비슷하다.


환경파괴는 새로운 질병을 부른다: 환경문제와 감염병

인수공통전염병은 좁은 의미로 사람과 가축 모두에게 유행하는 질병을 가리킨다. 넓은 의미에서는 반드시 가축이 아니더라도 동물에게 존재하는 병이 사람에게 전파된다면 인수공통전염병에 포함시킬 수 있다.


46억 년의 지구 역사에서 사람이 등장한 것은 유인원 시절부터 감안한다 해도 수백만 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단세포생물은 약 35억년 전에 나타났으며, 그로부터 지금까지 지구상 곳곳에서 발견될 정도로 입지를 확고히 해왔다. 미생물은 자신보다 훨씬 진화한 동식물이 등장할 때마다 그 개체의 내부와 외부를 가리지 않고 거주하기 시작했다. 이 미생물 중에는 숙주와 공생관계를 이루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도 있지만, 감염을 일으켜 질병 상태를 만드는 것도 많다.


인간이 탄생하기까지 다른 생명체와 밀접한 관계를 가져온 미생물은 결핵, 탄저, 페스트, 광견병, 야토병, 브루셀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감염병을 사람에게 옮겨주었다. 동물로부터 감염병이 전파되는 과정은 인류의 탄생에서부터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으며, 톡소플라즈마와 같이 미생물보다 덩치 큰 기생충도 동물과 사람을 가리지 않고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


에볼라는 원래 아프리카 숲 속에 살고 있는 박쥐에게서 전파된 것이라 알려져 있다. 박쥐들에게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되면서 치명적인 해를 일으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정 동물의 몸 속에 존재하는 바이러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람에게 전파된 것은 사람과 바이러스가 만났기 때문이다.


지구의 주인임을 자처하는 인류는 지구 위에서 생활 범위를 계속해서 넓혀가는 중이다. 댐을 건설하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자 그 속에서 살고 있던 다른 생명체들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동굴을 버리고 밖으로 나오거나 밀림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생물체도 생겨났다. 사람도 원래 살고 있던 지역을 떠나 계속해서 미지의 땅을 개척하다 보니 그동안 마주칠 수 없었던 생명체와 만나는 일이 잦아지고, 그 결과 새로운 미생물과의 접촉 기회도 증가했다. 이것이 에볼라가 인간사회에 등장하게 된 이유다.


현대의학, 과학의 발달로 한계를 넘어서다

미생물학과 면역학의 발전은 의학에서 감염내과와 외과적 수술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유전학과 생명과학의 발전으로 개인별 맞춤의학을 도입하게 됐으며, 전기와 전자 기술을 이용한 정보기술을 의학에 접목함으로써 의학 발전이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에 많은 학문이 타 학문과의 융합을 통해 발전하고 있는 것처럼 의학도 과학의 한 분야가 아니라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분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슈퍼박테리아와 숨가쁜 전쟁을 벌이다: 항생제 내성균주 문제

문제는 2009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타미플루에 내성을 지닌 바이러스가 출현했다는 사실이다. 신종플루는 통제되지 않았는데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치료제에 내성을 지닌 바이러스가 등장했다면, 이론적으로 내성을 지닌 바이러스가 자연선택에 의해 살아남고 내성을 지니지 못한 바이러스는 차차 소멸할 것이 분명했다. 결과적으로 향후에는 타미플루가 듣지 않는 바이러스만 살아남게 되고, 신종플루에 걸린 사람들로서는 인체 내 면역 외에는 대응책이 없어지는 것이다.


자체적인 면역기전을 갖지 못한 미생물이 지구상에서 생존하기 위해 유전형질을 변화시켜 살아남으려는 생존 전략을 선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유전형질을 바꾸는 기전은 개체나 상황 요인에 따라 다양하지만,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미생물이 인간이 만든 치료제에 의해 박멸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성질을 바꾸는 것은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대표적이고 널리 이용되는 방법이다.


유전자 도핑 시대가 온다: 약물 도핑과 유전자 도핑

미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홈런을 많이 치기 위해 사용한 약물은 스테로이드였다. 피부과에서 외용제로도 사용하는 스테로이드는 근육의 힘을 강화하므로 마크 맥과이어나 매리 본즈 같은 홈런 타자들이 흔히 복용하곤 했다. 그러나 잘못 사용하면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오래전부터 금지약물로 분류되어 도핑검사의 대상이었다.


이론적으로는 스테로이드 대신 근육에서 힘을 강화해주는 단백질이 더 많이 생산되도록 단백질 합성 정보를 지닌 유전자를 주입할 수 있다. 금지약물이 아닌 유전자를 주입해 단백질을 합성하게 함으로써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운동선수들이 특정유전자를 자신의 몸에 주입해 평소 실력 이상으로 경기력을 발휘하는 것은 괜찮을까? 정답은 당연히 “아니다”이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특정 선수가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자신의 몸에 주입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도핑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제적인 스포츠 관련 회의와 학회 등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처럼 질병 해결을 위해 개발된 유전자요법이 운동선수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한 ‘유전자 도핑검사’는 큰 운동경기가 열릴 때마다 새로운 뉴스거리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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