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법
멈춰 있는 감정 톱니바퀴 복구법
멈춰 있는 감정 톱니바퀴 찾기
자기 소모를 느낄 때 가장 먼저 마음을 파고드는 감정이 있다. 바로 무언가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하는 답답함이다. 이 감정은 마치 잘 작동하던 기계가 갑자기 멈춰 버린 상태와 같다. 단 하나의 톱니바퀴만 제대로 맞물리지 않아도 기계 전체가 멈추고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멈춰 있는 감정 톱니바퀴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 지점을 찾지 못하면 이후에 기울이는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자기 소모가 유난히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정신적 에너지가 지나치게 많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소모시키는 생각과 습관에서 벗어나려면, 한정된 심리 자원을 꼭 필요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정신적 에너지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심리 자원이란 뇌가 각종 정보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인지·감정·의지 등의 정신적 자원을 뜻한다.
그렇다면 멈춰 있는 감정 톱니바퀴는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우선 ‘A’의 사례를 살펴보자.
내가 나를 소모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대부분 눈물과 관련이 없다. 나는 평소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 다그친다. 우는 모습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일로 눈물이 났는데도 머릿속으로는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야?’라고 생각하면, 나는 우는 나 자신이 못났다는 생각에 괴롭고 힘들어진다.
이 사례에서 멈춰 있는 톱니바퀴를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생각이나 감정이 서로 어긋나거나 충돌하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물론 그 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무엇을 모순으로 느끼는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발견한 A의 내적 갈등은 이렇다. A는 큰일이 생겼을 때는 울어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A가 그리는 ‘이상적 자아’다. 그러나 현실의 A는 사소한 일에도 쉽게 눈물을 흘린다. 이것이 A의 ‘현실 자아’다.
이처럼 이상적 자아와 현실 자아 사이의 괴리 때문에 A는 다양한 감정에 휩싸인다. 하지만 자신이 왜 처음의 의도와 다른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해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다. 사실 A의 이상적 자아와 현실 자아는 거의 정반대에 가깝다. 둘 사이의 간극이 클수록 A는 자기 소모의 늪에 더 깊이 빠질 수밖에 없다.
멈춰 있는 감정 톱니바퀴를 찾으려면 첫째, 이상적 자아와 현실 자아 사이에 괴리가 있는 지점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비롯해 과거의 선택과 판단 등 나에게서 비롯된 요인을 중심으로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어떤 부분이 이상적 자아에 속하고 어떤 부분이 현실 자아에 해당하는지 구분해 봐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 예컨대 인간관계에서 타인의 성격이나 태도, 반응, 더 넓게는 환경과 사회적 조건은 잠시 제쳐 둔다. 마음이 흐르는 강물처럼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상태라면, 어떤 인간관계나 업무 환경에서도 더 나은 직장을 선택하거나 현재의 자리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여유와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당신의 감정과 생각이 자유롭게 흐르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작은 돌멩이’를 하나씩 걷어 내어, 내면이 강물처럼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흐르도록 돕는 것이다. 내면이 그렇게 정돈되고 나면 어떤 선택의 순간에도 한결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갈등을 크게 일으키면서 우선 해결해야 할 요인을 선별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요인이란 나에게서 비롯된 문제를 뜻한다. 그중에서도 내면의 갈등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심하게 일으키고 현재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결국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어떤 요인이 자신의 의사 결정이나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느껴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그 요인을 선택하면 된다.
셋째, 자기 소모를 일으키는 요인은 두 가지 이내로 추리는 것이 좋다. 앞서 제시한 기준, 즉 갈등을 크게 일으키면서 의사 결정이나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여러 가지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간단한 실천 방법을 익히는 단계인 만큼, 가장 확실하거나 눈에 띄는 요인 두 가지만 골라도 충분하다.
자기 소모와 관련된 심리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연습할 기회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다. 자기 소모를 느끼는 사람일수록 선택 자체를 어렵게 느끼기 쉽다는 점을 잘 알기에,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고민할 필요는 없다.
흐르는 강물 같은 마음으로
제3의 눈으로 ‘나’ 바라보기
정신 분석에는 상담 과정에서 주의를 한곳에 고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열어 두는 ‘열린 주의(free-floating attention)’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심리 상담 과정에서 상담사가 주의를 특정한 대상에만 집중하지 않고 상담실에서 일어나는 여러 신호를 폭넓게 관찰하는 태도를 뜻한다.
함께 상상해 보자. 상담실 안에서 심리 상담사와 내담자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상담사는 내담자를 대면하는 동시에, ‘제3의 눈’으로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객관적으로 내려다본다. 이 방식은 상담사가 자신의 상담 태도가 전문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상담 과정에서 드러나는 몸짓, 표정, 감정의 흐름 등 비언어적 신호 속에서 중요한 정보를 포착하게 해 준다. 한마디로, ‘제3의 눈’은 상담사의 주관적인 느낌과 실제 상황 사이의 간극을 줄여 주는 역할을 한다.
나는 이 기법이 상담실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관찰할 때 유용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이 기법을 ‘흐르는 나로 돌아가는 과정’에 맞게 재구성했다.
‘제3의 눈’의 핵심 기능은 내가 인식하는 나 와 실제의 나 사이의 차이를 점점 줄여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상적 자아와 현실 자아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두 자아가 하나로 통합되도록 돕는다.
단, ‘제3의 눈’을 연습하기 전에는 반드시 ‘격해진 감정을 가라앉혀 줄 물 한 바가지’ 준비하기 연습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해 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감정이 지나치게 격해진 상태에서는 ‘제3의 눈’을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기술을 익혀 잘 활용할 수 있게 되면, 감정이 치솟는 순간에도 마음을 조금이나마 잔잔하게 가라앉힐 수 있게 된다. 물론 여전히 그 감정의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 이때가 바로 ‘제3의 눈’이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순간이다. 왜냐하면 감정이 너무 격해져 있으면 다른 것을 시도할 여유가 없고, 반대로 감정이 이미 가라앉아 버리면 주의가 분산되어 중요한 정보를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제3의 눈’ 훈련은 사전 연습 단계와 실전 적용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사전 연습은 감정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평소의 차분한 상태에서 진행한다. 실전 적용은 감정이 실제로 올라온 바로 그 순간, 그 자리에서 시도하는 연습을 말한다.
‘사전 연습 단계’에서 ‘제3의 눈’으로 관찰하는 연습
‘사전 연습 단계’는 ‘제3의 눈’을 사용하는 기본기를 익히는 과정이다. 이 단계는 감정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므로,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실전 연습’만큼 많지 않다. 하지만 처음 연습을 시작하기에는 부담이 적고, 안정적인 상태에서 시도할 수 있어 적합하다.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 뒤, ‘실전 연습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1단계: 감정이 올라왔던 순간을 하나의 장면처럼 떠올려 보기
‘격해진 감정을 가라앉혀 줄 물 한 바가지 준비하기’의 네 번째 단계에서 이미 감정이 발생했던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연습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 연습이 어렵게 느껴졌다면, 이 단계만 따로 집중적으로 연습해도 좋다.
방법은 간단하다. 특별한 준비물 없이, 자기 소모를 느꼈던 상황을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재현하면 된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당시의 모습과 분위기가 그대로 떠오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머릿속으로 장면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면, 다른 방식으로 시도해도 괜찮다. 글이나 그림으로 그 장면을 기록하거나 묘사해도 좋고, 말로 설명해 녹음한 뒤 다시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단계: ‘제3의 눈’ 더하기
우리가 어떤 상황을 떠올릴 때는 보통 1인칭 시점, 즉 ‘나의 시선’으로 장면을 그린다. 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는 그 장면 속에 ‘제3의 눈’을 더하는 연습을 해 볼 것이다(만약 1단계에서 이미 제3의 눈으로 장면을 떠올렸다면, 이 단계는 건너뛰어도 좋다).
방법은 이렇다. 자신의 영혼이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라 그 장면을 위에서 내려다본다고 상상해 보자. 쉽게 말해, 상황 속에 있는 ‘나의 몸’을 나의 영혼이 바라보는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다. 이 방식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영화관 스크린에서 내가 겪은 일이 상영되고 있고, 관객석에서 내가 그 장면을 보고 있다고 상상해도 좋다.
3단계: ‘제3의 눈’에서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 말로 표현하기
우리는 영화를 보다가 어떤 장면을 보면 그 장면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말로 표현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 표현은 분석일 수도 있고, 혹은 질타나 칭찬처럼 감정이 담긴 말일 수도 있다. 이번 단계에서는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을 ‘제3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때 느낀 점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하면 ‘제3의 눈’으로 관찰하는 연습이 한차례 끝난 것이다.
이 연습의 기본 원칙은 관찰자의 관점으로 최대한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장면 속 환경, 인물, 분위기 등 무엇이든 좋으니, 자유롭게 느낀 바를 표현하면 된다.
‘실전 단계’에서의 ‘제3의 눈’ 사용법
‘실전 단계’는 ‘제3의 눈’을 능숙하게 다루는 고급 단계에 해당하는 만큼, 연습 난도가 높은 편이다. 감정이 일어나는 바로 그 순간에 자신을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순간 곧바로 ‘자기 관찰 모드’로 전환하는 것 역시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차근차근 단계에 따라 연습하다 보면 누구나 해낼 수 있다.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연습 중 조금이라도 버겁게 느껴진다면, 그 즉시 멈추길 바란다. 이는 현재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자아 탐색의 강도를 넘어섰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럴 때는 무리하지 말고 시간을 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시도하자. 만약 같은 단계에서 세 번 이상 버거움을 느낀다면, 그때는 전문 심리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 보길 권한다.
-흐르는 나와 만나기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은 마치 언제 닥칠지 모를 지진에 대비하듯,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느라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겉으로 나약하고 무기력해 보이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도움이 필요하겠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겉으로 능력 있어 보이고 무엇이든 잘 해내는 사람도, 실제로는 자기 소모로 인해 마음속이 이미 무너져 있을 수 있다. 결국 오랜 시간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든, 반대로 오랫동안 강한 척하며 버티고 있든, 두 모습 모두 ‘굳어 있는 자아’의 형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위기 상황에서 대처할 능력을 기르는 동시에, 평범한 일상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의 여유를 지닌다면, 그때 우리는 ‘흐르는 나’로 성장할 수 있다.
‘굳어 있는 나’란 오랜 시간 주체 또는 객체 중 하나의 위치에만 머물며 그 반대가 되는 위치는 거부하거나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반면 ‘흐르는 나’는 주체와 객체의 위치를 자유롭고 유연하게 오간다. 객체가 되는 것이 두려워 억지로 주체가 되려 하지 않고, 객체의 위치에 있다고 해서 자존감이 무너지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리를 옮길 수 있는 힘이다. 때로는 내가 선택하고 이끌지만, 때로는 상대에게 기대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어야 한다. 어느 위치에 있든 그것이 나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때, 우리는 한 가지 모습에 자신을 가두지 않을 수 있다.
이쯤에서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오랫동안 ‘주체’로 살아왔다는 건 오히려 바람직한 일 아닌가? 실제로 주체적인 사람은 겉보기에 자신감 있고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경직’이 존재할 수 있다. 주체성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은 ‘객체의 입장’이 되는 상황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그 자리를 견디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객체가 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특히 가족, 연인, 친구와 같이 감정이 오가는 관계에서는 이런 경험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건강하고 조화로운 관계란, 관계를 맺고 있는 두 사람이 주체와 객체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서로의 입장을 유연하게 조율하는 것이다. 한쪽이 필요할 땐 내가 그 사람을 도와주고, 내가 힘들 땐 상대가 나를 보듬어 주는 식으로 균형이 맞춰져야 한다. 그러나 둘 중 한 사람이 늘 같은 위치에만 머물며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면, 관계는 결국 균형을 잃고 무너지기 쉽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주체와 객체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까?
바로 우리가 지금까지 연습해 온 ‘제3의 눈’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한 번 상상해 보자. 평소 우리는 무엇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할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내가 한 행동, 내가 한 말, 내가 하는 생각이 곧 나야.”
즉 내가 직접 보고 느끼는 나 자신이가 ‘진짜 나’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마치 스마트폰 셀프 카메라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어디까지나 무언가를 통해 반사된 모습일 뿐, 그것이 곧 ‘진짜 나’라고 보기기는 어렵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타인의 눈에 보이는 내 모습이 곧 나야.”
이는 타인의 평가를 나를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관점이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타인을 바라볼 때 주관적인 해석과 편견을 섞기 마련이다. 결국 이 역시 ‘객관적인 나’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쯤 되면 읽고 있는 당신도 혼란스러울 수 있다. ‘내가 바라보는 나’도, ‘타인이 바라보는 나’도 진짜 내가 아니라면, 과연 ‘진짜 나’는 누구일까?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렇다.
“우리는 ‘제3의 눈’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나를 볼 수 있다. 내 안에서 그 ‘제3의 눈’을 불러낼 수 있다면, 그 시선으로 내가 하는 행동, 말, 생각뿐 아니라, 나를 둘러싼 환경과 인간관계의 변화까지도 관찰할 수 있다. 이 모든 장면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시선, 바로 그 ‘제3의 눈’이야말로 진짜 ‘나’이며 동시에 ‘흐르는 나’다.”
‘제3의 눈’의 관점에서 나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객체다. 즉 내가 주체로서 무언가로 만들어 가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을 통해 나를 하나의 객체처럼 관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태에 도달하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감정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게 된다
‘제3의 눈’은 상황에 개입하거나 반응하지 않고 오직 관찰만 한다. 그 덕분에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올라오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 특정한 감정을 피하려고 눈을 감거나, 보고 싶은 모습만 선택적으로 골라보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흐르는 나’가 되었을 때는 어떤 감정이든 존재할 수 있고,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다. 감정은 우리가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모든 감정은 저마다의 의미를 지닌다. 자기 소모는 이 장의 주요 키워드인 불안과 두려움뿐 아니라 질투, 억울함, 분노 등 다양한 감정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관계가 변해 가는 모습을 받아들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관계를 고정된 틀 안에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직장 동료는 업무로 연결된 사람, 연인은 친밀한 감정을 나누는 사람,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진 사람으로만 받아들인다. 그리고 누군가와 관계가 나빠지면 그 사람에 대한 시선도 부정적으로 변해, 갈등이나 문제점만 눈에 들어오기 쉽다. 하지만 관계도 ‘흐르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나에게 보이는 태도와 행동은 달라질 수 있다. 예전에 사소한 일로 다퉜던 두 사람이 또 다른 사소한 일을 계기로 오히려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흐르는 나’는 인간관계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다양한 관계 속에서 나 자신의 여러 모습과 상대의 다양한 면모를 더 잘 본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욱 폭넓고 풍부한 인생 경험을 얻게 된다.
-나 역시 계속 변하는 존재임을 알게 된다
우리는 흔히 ‘나’에게 고유한 성격과 행동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완전히 예측 가능한 존재가 아니다. 때로는 자기 자신조차 상상하지 못한 일을 저지르거나, 뜻밖의 생각을 떠올리기도 한다.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반대로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도 있다. 일상에서 내가 주로 보여 주는 일관된 모습도 ‘나’의 일부이고, 수많은 예외적인 순간에 드러나는 모습 또한 ‘나’의 일부다. 그 모든 모습이 모여 ‘나’를 이룬다.
이제 우리는 ‘흐르는 나’가 어떤 모습인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우리는 ‘흐르는 나’와 더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흐르는 나’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사실이 부담이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흐르는 나’ 역시 변화하고 흐르는 존재기에, 지금 당장 완성된 상태나 정답 같은 모습을 만들어 내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끊임없이 나 자신을 탐색하는 그 과정 자체로 이미 존재의 의미는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부디 ‘제3의 눈’을 통해 자신을 관찰하는 연습을 꾸준히 이어 가길 바란다. 어떤 순간에는 다시 ‘굳어 있는 나’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 역시 흘러가는 과정의 일부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다그치지 않고 지금 내가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다시 흐르기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