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의 힘
흐름·틀·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다
‘흐름’만은 절대 끊지 않는다
'오늘은 왠지 의욕이 안 생기네.' '도무지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아.' 누구에게나 이런 날은 있습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늘 활기찬 모습을 보아 온 편집자들은 “선생님도 정말 그러세요?”라며 놀라곤 하지만, 사실입니다. 다만 그런 날에도 저는 작업에서 완전히 손을 놓지 않습니다. 억지로 100%의 힘을 쥐어짜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오늘은 적당히 설렁설렁하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이유는 ‘완전히 쉬지 않는다’라는 나 자신과의 약속 때문입니다.
물론 고열에 시달리거나 골절을 당해 몸을 도무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럴 때는 무리하지 말고 무조건 쉬어야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의욕이 떨어지거나 기분이 가라앉는 등의 컨디션 문제라면, 완전히 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일단은 시작해 봅니다. 이게 바로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면 최소한 수업이 진행되는 장소까지는 가 보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매일 윗몸 일으키기를 백 번 했다면, 컨디션이 최악인 날은 ‘딱 열 번’만 해도 좋습니다. 매일 1시간씩 산책했다면, 몸이 힘든 날은 ‘10분만’ 걸어도 괜찮습니다. 매일 방 전체를 청소했다면, 내키지 않는 날은 ‘책상 위만’ 정리해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좋으니 계속하는 것, 지금까지 이어 온 ‘흐름’을 끊지 않는 것입니다. 한 번 흐름이 끊기면, 다시 움직이기까지 훨씬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컴퓨터를 예로 들어 볼까요? 전원을 완전히 껐다 켜면 재부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CPU와 메모리에 부하가 걸리며, 전력 소모도 커집니다.
사람의 마음도 똑같습니다. 완전히 멈추면 다시 시작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듭니다. 게다가 ‘오늘은 의욕이 없으니까’라며 하루를 통째로 쉬고 나면, ‘오늘만 그냥 넘어가자’ 하는 날이 점점 늘어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습관이 지닌 무서운 힘입니다.
완전히 멈추지 않고 행동의 리듬을 지키는 것, 이것이 지속력의 원천입니다. 일단 시작해서 흐름을 만들어 둔다 저는 새로운 일이 들어오면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기획안을 첨부했으니 확인해 주세요’라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합시다. 바쁜 진료 일정 때문에 내용을 꼼꼼히 살펴볼 수 없다 해도 일단 파일을 열어 두거나, 출력만이라도 해 둡니다. 혹은 첫 페이지만이라도 훑어봅니다. 다시 말해 ‘조금이라도 착수’해 두는 것입니다. 절대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보지 뭐’ 하고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손을 대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효과가 나타납니다.
‘행동의 흐름’이 생깁니다
일단 한 번이라도 손을 대면, 인간의 뇌는 그 일을 ‘미완의 과제’로 인식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고 하지요. 중단된 과제는 무의식 속에서 ‘계속 신경 쓰이는 상태’로 남게 되며, 우리 뇌는 자연스럽게 그 일을 이어해서 하고 싶어집니다. 즉, 조금이라도 착수해 두는 것은 행동의 흐름을 만드는 첫 단계입니다.
‘시작의 장벽’이 낮아집니다
새로운 일일수록 첫걸음이 무겁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 시작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시작하면 ‘이어서 하기’가 되므로 다시 시작할 때 심리적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흐름’이 만들어지면 일이 자동으로 굴러갑니다
일단 일을 착수하면 머릿속에서 그 일은 이미 ‘가동 중’인 상태가 됩니다. 길을 걷거나 샤워할 때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은 흐름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흐름 만들기를 습관화하면 일이 자연스럽고 연속적으로 진행됩니다.
‘조금이라도 착수’해서 흐름을 만들 것. 이런 작은 습관이 큰 결실을 맺는 요령입니다. 일단 시작하기의 힘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내일의 나에게 ‘메모’라는 바통을 넘긴다. 어렵게 일을 시작해 흐름을 만들고도 도중에 맥이 끊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단 시작했다’는 사실에만 만족해 버리거나, 해야 할 일 자체를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어디까지나 흐름의 출발점일 뿐입니다. 그 흐름을 이어 가겠다는 의식이 없다면, 어렵게 만든 흐름은 금세 끊어지고 맙니다. 그렇다면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에 다시 움직이기 쉬운 구조를 미리 설계해 두어야 합니다. 가령, 오늘 작업에 이어 내일 해야 할 일을 메모로 남겨 두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음 날 아침, 책상에 앉자마자 곧장 업무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뭐부터 해야 할까?’ 고민하는 시간이 사라져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어집니다. 메모는 내일 일할 나에게 건네는 바통입니다. 이렇게 매일 바통을 건네다 보면 일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정돈됩니다. 또한, ‘조금만 더 하면 끝난다’ 싶은 지점까지 진행했다면, 일부러 ‘미완’의 상태로 남겨 두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완전히 끝내 버리면 우리 뇌가 ‘완료’로 인식해 관심을 두고 집중하려 하지 않습니다.
반면, 조금 남겨 두면 다음 날 다시 시작할 때 별도의 워밍업 없이도 곧바로 몰입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자이가르닉 효과를 활용한 방법입니다. 뇌가 자연스럽게 ‘계속하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 즉 ‘미완의 힘’을 잘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지속의 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시간에 쫓기는 사람과 여유 있는 사람의 차이
왠지 항상 시간에 쫓기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시간에 쫓기면 꾸준히 지속하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깁니다.
시간에 쫓길 때 무언가를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
'쌓아 갈 힘'을 잃고 만다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작은 성취를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항상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눈앞의 일을 '처리'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미래를 준비하기 어렵습니다. 지속이 '앞을 내다보는 행동'이라면, 쫓기는 상태는 '뒷수습에 급급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의 여유'를 잃어버린다
시간이 없으면 사람은 '생각하기보다 일단 움직이는 편'을 택하곤 합니다. 하지만 꾸준히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계속하고, 무엇을 내려놓을지'를 판단하는 냉철함이 필요합니다. 조급하게 움직일수록 판단은 단편적으로 흐르고, 이는 무의미한 노력으로 이어져 더욱 시간이 부족해지는 '조급함의 악순환'에 빠지고 맙니다.
'반복의 리듬'이 깨진다
지속의 핵심은 리듬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같은 동작을, 같은 순서로 반복하는 리듬이 행동을 자동화하고 성과를 안정시킵니다. 늘 시간에 쫓기면 일정이 어긋나고, 우선순위가 수시로 바뀌며, 어렵게 만든 습관도 쉽게 끊기고 맙니다. 그러다 보면 '지속력'이 자라지 못합니다.
'준비'와 '축적'이 조바심을 없앤다
치과 의사로서 매일 수술을 집도하고, 책을 쓰고, 강연을 다니다 보니 주변에서는 저를 굉장히 바쁜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저는 그리 바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아마 판단이나 확인에 들어가는 시간을 대폭 줄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생각을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같은 사안이라도 남들보다 짧은 시간에 정확히 판단하고, 완벽하게 끝마치기 위한 '준비'와 '축적'을 평소에 게을리하지 않기에 결과적으로 무슨 일이든 신속하게 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수술이든, 해야 할 일은 이미 머리와 몸에 새겨져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 직전에는 흐름만 가볍게 확인합니다. 평소에 준비와 축적을 해 놓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판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은, 어떤 분야에서 실력을 충분히 갈고닦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경험과 기술이 쌓아 갈 보다 보면 판단은 찰나에 이루어지고, 행동의 속도도 빨라집니다. 꾸준한 지속을 통해 사고와 동작이 몸에 배면 망설임과 불안은 자연히 줄어듭니다.
반복하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여유가 생긴다
불안한 마음에 일정을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하는 이유는 준비가 덜 되었기 때문입니다. 진짜 준비는 실행 직전에 허둥지둥 서두르며 갖추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반복 속에서 자연스럽게 갖춰지는 것입니다. 매일 연습과 반복을 거듭해 왔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당황할 리 없습니다. 수술을 집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을 움직이면서 동시에 판단하고, 판단하면서 다음 수를 두는 감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꾸준히 지속할 때 '생각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움직이는 높은 수준의 정밀함'이 길러지고, 행동의 질이 높아지며, 결과적으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시간의 여유'가 생겨납니다.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지속해 온 사람일수록 이러한 '여유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시간적 여유를 만드는 네 가지 핵심 포인트
① 준비의 질을 높인다. 순발력 있는 판단은 일상적인 준비가 축적되어야 나옵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순서를 점검하십시오. 발표 전 자료를 정리하고, 다음 날 업무를 전날 밤에 확인합니다. 이처럼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준비'가 여유를 만듭니다.
② 망설임을 줄이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진행 과정을 매뉴얼로 만들고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두면 판단이 흐려지지 않습니다. 정해진 순서대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행동이 정돈되고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③ 작은 반복을 이어 간다. 생각하기 전 몸이 먼저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반복의 힘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이메일에 답하고, 회의 전 요점을 3분 동안 정리하는 등의 습관을 들일수록 판단 속도가 빨라집니다.
④ 시간의 여유를 확보한다. 일정을 빽빽하게 채우지 말고 의도적으로 비어 있는 시간을 마련하세요. 단 10분의 자투리 시간만 있어도 조급함이 줄어들고 사고의 정확도가 향상됩니다.
'시간의 여유'는 철저한 준비와 시스템, 반복과 여유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입니다. 이 네 가지를 의식적으로 실천해 나간다면 누구나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왜 지속하는가, 끊임없이 자문하라
하나를 깊이 파고들면 다른 세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도전 정신이 강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 자체는 매우 바람직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성장을 원하는다면, 이것저것 건드리기보다는 한 가지에 깊고 오래 몰두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를 끝까지 파고든 경험에서만 얻을 수 있는 ‘관점’ ‘가치’ ‘평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깊은 경지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보이는 세계가 있으며, 이를 통해 사람은 크게 성장합니다. 반면, 넓고 얕은 경험만으로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을 기르기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하나를 깊이 파고들수록 세계는 넓어진다
저는 치과 의사로서의 역량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해 뉴욕대학에서 공부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석학들과 함께 배우며 다음과 같은 관점을 얻었습니다. 일본 안에서만 머물러 있을 때는 깨닫지 못했던 ‘기준의 차이’가 저를 빠르게 성장시켰습니다. 흔히 ‘한 분야에만 집중하면 시야가 좁아진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하나를 깊이 파고들수록 시야는 오히려 놀랄 만큼 넓어집니다.
하나를 끝까지 파고들어 본 사람은 다른 분야도 쉽게 도전한다.
어떤 분야든 깊이 있게 몰두해 본 사람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때도 겉핥기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미 ‘무엇을 어떻게 탐구해야 핵심에 도달하는가’를 체득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배움의 감각을 익힌 사람은 조금만 배워도 전체 흐름을 읽고 핵심을 짚어 낼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 하나면 충분합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치 있다고 믿는 주제에 끝까지 파고들어 보세요. 건강이든, 일이든, 배움이든 상관없습니다. 깊이 있게 파고든 경험은 모든 도전을 지탱하는 든든한 기반이 됩니다. 진심으로 몰입해 본 대상이 있는 사람만이, 다음에 펼쳐질 새로운 세계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습니다. 깊이 파고드는 것이야말로 지속력을 단단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신뢰를 쌓으며 함께 성장한다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야말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다
만약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느낀다면,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믿지 못하는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직원이 “그만두고 싶다”고 상담해 오면, “지금은 그만두지 않는 게 좋다”며 무작정 붙잡지 않습니다. 대신 “조금만 더 생각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라고 반드시 말해 줍니다. 그가 아직 깨닫지 못한 자신의 매력을 다시 한번 말로 전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의 꾸준함은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아주 큰 강점이에요.”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충분히 인정받고 있어요.” 이처럼 타인의 시선에서 본 가치를 다시 비춰 보여 줍니다. 자신을 재평가하고 마음을 다잡을 계기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직한다고 반드시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제 경험상, 그만두고 싶어 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못 하겠다”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떠납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다른 직장을 찾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반드시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일본 리쿠르트사에서 이직을 경험한 849명을 대상으로 이직 후에 만족하는지를 물었습니다.
결과에 따르면, 이직 후 ‘만족’ 혹은 ‘어느 정도 만족’이라고 답한 사람은 63.5%였습니다(조사 기간: 2023년 3월 2일~3월 5일). 뒤집어 말하면 셋 중 한 사람은 만족하지 못하거나 애매한 상태에 머문다는 뜻입니다. 즉, 직장을 바꾼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더 생각해 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특히 ‘도피’를 위해 이직을 선택한다면, 다음 직장에서도 같은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지금 자리에서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한 사람은 대개 눈에 띄게 성장합니다. 지금 직장의 가치를 깨닫고, 무엇보다 자신이 변화할 힘을 얻기 때문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치과는 근무 환경 면에서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직원 복지 차원의 휴가도 제법 많고, 좋은 성과를 내면 해외여행도 보내 줍니다. 편안한 환경 속에서 자신을 갈고닦을 수 있는 곳이라 자부합니다. 결국 ‘그만둘 이유가 없다’라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이 가장 강해집니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동안 쌓아 온 것을 발판 삼아 더욱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두고 싶을 때야말로 자신의 가치를 재점검할 기회다.
만약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충동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전에 다음 세 가지를 먼저 해 보십시오.
자신의 강점을 상사에게 직접 물어본다
현재 직장의 장점을 말로 정리해 본다
지금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더 늘려 본다
중요한 것은, 그만두더라도 ‘자신감을 회복한 뒤’에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바로 자신의 가치를 되돌아볼 기회입니다. 불안하고 흔들릴수록 지금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만 더 해 보십시오. 하나를 해내면 다음 하나를 해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 축적이 결국 자신감이 되어 미래 선택지를 넓혀 줄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느끼는 감각
오랜 시간 일과 훈련을 지속하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지속의 끝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감지하는 능력’이 길러진다는 사실입니다. 결코 영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술이나 지식은 물론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과 수술의 정밀도를 실제로 끌어올리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수술용 바늘을 손에 쥐었을 때 바늘 끝이 몸속을 여행하는 듯 지나가는 경로를 머릿속으로 떠올립니다. 피부를 찌르고, 근육을 뚫고 나가, 세포 깊숙한 곳에 닿기까지의 흐름을 상상합니다. 실제로 보이지 않더라도 머릿속으로는 조직의 입체적인 구조와 혈류, 심지어 온도와 냄새까지도 느껴지는 것처럼 그려 봅니다.
이와 동시에 ‘찌르는 쪽’이 아니라 ‘찔리는 쪽의 감각’도 함께 상상합니다. 그 순간, 제 손의 움직임이 상대의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훨씬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감각의 입체화’입니다.
이러한 감각을 갖게 된 계기는 “머릿속으로 사과를 입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라는 스승의 가르침이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CT 영상을 볼 때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뼈의 강도, 근육의 질감을 함께 익히려고 노력했습니다. 수술 중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 구조를 머릿속에서 실시간으로 재구성하고, 한 번 깎을 때마다 그 변화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감각으로 따라갑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마치 ‘보이지 않는 세계를 손끝으로 더듬는 듯한 감각’이 길러졌습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축적해 온 경험이 만들어 준 ‘또 하나의 시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감각은 수술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글을 쓸 때도 책을 읽을 독자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독자가 어떤 변화를 겪을지, 그리고 그 변화가 또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전달될지를 그립니다. 이러한 작용들이 사회 어딘가로 퍼져나가는 장면까지 상상합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영향의 연쇄 작용’을 떠올리며 글을 쓰기 때문에 문장에도 자연스럽게 힘이 실립니다.
지속은 세계의 해상도를 높인다
같은 대상과 지속해서 마주하다 보면, 자신 안에 ‘평소 상태’라는 기준이 형성됩니다. 그러면 아주 미세한 변화도 즉시 알아차릴 수 있게 됩니다. 매일 마당을 청소하면, 어제는 없던 작은 흠집도 금세 눈에 들어옵니다. 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치의 작은 변화나 고객의 표정이 바뀌는찰나를 빠르게 감지하는 사람은 대개 꾸준히 그 일을 해 온 사람입니다.
지속은 변화를 포착하는 힘을 기르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성과가 보이지 않는 시기에도, 작은 깨달음은 쌓이며, 결국 큰 차이로 드러납니다. 즉, 지속은 ‘감성의 해상도’를 높여 보이지 않던 변화까지 인식하게 만드는 습관입니다.
보이지 않는 구조를 파악하는 힘
상대의 아픔을 살피는 힘
미래의 영향을 상상하는 힘
지속을 통해 길러지는
이 세 가지 힘은 일의 깊이를 더하고, 인간의 품격을 길러 줍니다. 한발 앞을 상상하는 습관을 들인다 지속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포착하는 힘을 기르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훈련이 도움이 됩니다. 작은 습관의 축적이 상상력과 관찰력을 향상시켜 줄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는 힘을 기르는 훈련
①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습관을 기른다
눈에 보이는 정보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 이면의 배경까지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 만족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를 고민합니다. 또 조직의 리더라면 ‘회의에서 말하지 않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를 고민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유를 고민할수록 이해가 점점 더 깊어집니다.
② 목적을 달성한 이후의 일까지 상상하며 움직인다
일을 ‘끝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이후의 흐름까지 내다봅니다. 예를 들어, ‘상사는 이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까?’ ‘이 기획은 고객의 어떤 행동을 이끌어 낼까?’를 상상합니다. 목적 달성 이후까지 내다보면 일의 완성도는 크게 향상됩니다. 이 훈련에는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조금만 더 의식하며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변화를 감지하는 힘은 충분히 길러집니다.